사람들은 가장 친한 친구보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과 반려견이 교감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들은 가장 친한 친구보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더 큰 만족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과 반려견 관계는 단순한 애정 이상의 구조로 정서적·심리적 지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에니코 쿠비니 헝가리 외트뵈시로란드대 교수 연구팀은 2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반려견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친구 혹은 그 이상의 존재"라며 인간과 반려견 간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강조했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3년, 2022년부터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717명의 반려견 소유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참여자 중 약 20%는 자녀가 있으며 약 80%는 연인과 교제 중이었다.
이들에게 반려견, 자녀, 연인, 가까운 친척,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와의 관계를 ‘동반자 관계’, ‘친밀감’, ‘신뢰도’, ‘만족도’, ‘권력 균형’ 등 총 13가지 항목에 따라 평가하도록 했다. 각각의 대상과 얼마나 자주 갈등을 겪는지, 보호하거나 신경 써주는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지 등을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반려견은 ‘동반자 관계’와 ‘돌봄 필요성’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자녀나 연인, 친척, 친구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애정 표현’, ‘신뢰도’, ‘심리적 지지’ 측면에서도 반려견은 친한 친구나 가까운 친척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친밀감’에서는 연인과의 관계가 가장 높았다.
반려견과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인간관계에 비해 갈등이 적고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과의 상호작용은 자녀나 연인, 친척과 비교해 부정적 경험이 적게 보고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징이 반려견과의 관계가 제공하는 독특한 심리적 안정감과 깊은 유대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반려견과의 유대감은 인간관계를 대체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인간 관계에서 얻을 수 없는 특성과 감정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사회적 관계망을 보완해주는 독특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선 ‘권력 불균형’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반려견이 인간의 지속적인 보호와 지도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자녀는 자라며 독립하지만 반려견은 평생 보호받는 존재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이끈 쿠비니 교수는 “반려견과의 관계는 강한 사회적 지지와 갈등 없는 긍정적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이 타 생명체의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통해 반려견이 단순히 가족 구성원을 넘어 인생의 다양한 단계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존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반려견은 어린이에게는 놀이 친구, 독신자에게는 룸메이트, 자녀 없는 부부에게는 대리 자녀, 그리고 노년기에는 정서적 지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98-025-95515-8d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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