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화 억제책으로는 이미 실패
행정수도 이후 수도권 과밀화는 심해져
인구구조 변화에 맞는 대안 마련 필요
세종시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오는 6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충청권 표심을 겨냥해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놓고 있다. 20년 전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됐던 행정수도가 다시 대선공약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19일 "일단 용산 대통령실을 쓰면서 청와대를 신속히 보수해 들어가는 게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세종이 종착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세종시에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건립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의제는 '수도권 과밀화 억제'를 위한 방안으로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이 제안한 정책이다. 노 전 대통령 시절 밑그림이 그려졌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은 무산됐지만, 수도권 과밀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치권에 계속 거론되는 공약이다.
하지만 많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세종으로 이전했지만 수도권 과밀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서울 인구는 약간 줄었지만, 경기도 인구 전입이 크게 늘며 14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지방 대비 수도권 전체 인구는 오히려 크게 늘었다.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문구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이촌향도 현상이 극심해져 지방엔 더이상 서울로 올라올 젊은 사람이 많지 않고, 급격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초등학생 수는 411만명인 반면, 2014년 초등학생 수는 272만 명이었다. 미래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는 시기에는 수도권도 인구 감소추세를 피할 수 없기에 과밀화는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거꾸로 일부 도심 지역을 제외하면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인한 빈집 문제나 범죄 문제 등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일본의 위성도시가 유령 도시화 하면서 생겨난 각종 사회문제들이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대 흐름을 본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 인구 증가 시대에 맞춰진 산업 구조를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춰 재편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무제한 이민을 전제로 한 정책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 젊은 층의 인당 소득을 끌어올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금 등 사회보험의 부실에 직면하면서 더 큰 고통을 찾아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조기 대선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유권자를 설득할 물리적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생소한 미래 청사진을 언급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20년 넘게 반복된 논의보다는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길게 보면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생산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국민들이 선거를 기다리는 이유는 정치인들의 쇼맨십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삶이 어떻게 바뀔지 '희망을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