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만 기다린 (관객의) 맘
영화 ‘거룩한 밤’
거룩함은 없고, 거북함만 남았다.
아는 맛도 맛있기만 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아예 상해버리면 먹을 재간이 없다. 마동석은 늘 그렇다 치고, 비주얼 퇴마사가 된 서현은 ‘선방’ 인정하겠다. 그러나 그 외 재료들은 하나 같이 유통 기한을 한참 넘겼다. 그럼에도 양껏 다 때려넣었으니, 소화가 안 된다. 아무리 불주먹을 날려도 체증이 남으니, 시원할리가 없는, 안 ‘거룩한 밤 : 데몬 헌터스’(이하 ‘거룩한 밤’)다.
도시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의 확장으로 매일 끔찍한 범죄로 가득하다. 게다가 범죄자들의 모습도 심상치 않은데, 악마에 씌였거나 악마를 추종한단다. 공권력으로, 종교적으로도 감당이 되질 않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마동석), 샤론(서현), 김군(이다윗))이 나선다.
일단 뛰어 들면 실패 없이 악의 무리를 처단 중인 이들 앞에 동생을 살려달란 신경외과 의사 정민(경수)이 나타나고, 이들은 마침내 세상을 위협하는 ‘최악의 악’과 마주하게 된다.
마동석은 예고한 대로 악마까지 제압할 CG 입힌 불주먹 액션을 선보인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통쾌한 주먹 액션을 자랑해왔던 바, 다크 히어로로 분한 그의 퇴마 액션은 그다지 새롭진 않다. 상대가 현실에서도 볼법한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닌 악마 씌인 자들인 만큼 (서사 면에서도) 특별한 통쾌함은 없다. 디테일하게 보면 그의 전작들과의 차별점이 분명 있긴 하겠지만, 관객 입장에선 늘 봐오던 것의 연장선이다. 업그레이드 된 미덕이라기 보단 반가움의 덕 정도다.
눈에 띄는 건 서현과 정지소. 특히 서현은 빼어난 비주얼을 똑똑하게 활용해 매혹적인 퇴마사로 파격 변신했다. 악마에게 잠식 당한 소녀로 변신한 정지소도 폭발적인 열연을 선보이지만, 이미 수많은 비슷한 장르물에서 같은 연기를 펼친 연기천재들 많았던 탓에, (배우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한다. ‘엑소시스트’(1975)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 호러 비주얼과 익숙한 목소리 변조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마동석과 코믹 호흡을 맞추는 이다윗은 분량 대비 별제바다른 존재감이 부족하고, 감정 연기에 올인하는 경수진은 따로 보면 자연스러운데 전체 안에선 조화롭게 녹아들지 못한채 혼자 겉돈다. 마주치기만 하면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빌런들은 전혀 카리스마가 없다. 그러니 단연 긴장감도 없고. 특수 분장이 아까울 정도다. 그냥 가운 입은 좀비 부대에 가깝다.
맥락없이 뚝 뚝 끊기는 장면 전환과 일본·태국 등 동양 고전 호러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연출 역시 기시감을 안긴다. 툭툭 던지는 마동석표 유머도 그의 작품들 가운데 타율이 가장 낮다. (그나마 예고편이 가장 재밌다.) 중간중간 삽입된 웹툰 비주얼을 삽입하는 것도 그림체만 다른 ‘히트맨’ 시리즈의 시도를 떠오르게 한다. 마동석표 액션 그릇 안에 어디서 본듯한 오컬트·퇴마·호러의 요소들을 조잡하게 덕지덕지 붙였다.
잠재적인 매력은 분명 있었다. 문제는 그걸 제대로 살려내질 못했다는 것. 낯선 듯 익숙한 세계관에 디테일한 숨결을 불어넣을 메가폰의 내공이 부족했다. ‘파묘’로 정점을 찍은 K오컬트의 전성기에 대차게 찬물을 끼얹는다. 추신, 남은 ‘범죄도시’ 시리즈는 제발 거룩했으면...
오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2분. 손익분기점 약 2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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