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부활한 아랑전설 시리즈 최신작… 그래픽 발전 눈부셔
격투 게임 명가 'SNK'가 무려 26년 만에 아랑전설 시리즈를 부활시켰다.
'아랑전설 시티 오브 더 울브즈(이하 아랑전설)'은 아랑전설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메인 넘버링 타이틀 중 첫 3D 그래픽 타이틀이며 트렌드에 맞춰 입문자를 위한 스마트 조작 시스템과 싱글 플레이 모드인 '에피소드 오브 사우스 타운(EOST)' 모드를 탑재했다.
아랑전설 시리즈의 메인 넘버링 타이틀이 출시되는 건 무려 26년 만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지난 만큼 팬 입장에서도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아랑전설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다. 첫 번째는 시리즈의 최신작으로서 비주얼과 시스템이 얼마나 현대적으로 발전했는가다. 3D 그래픽을 비롯해 연출과 조작 시스템까지 시대 흐름에 맞춰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시리즈 고유의 정체성을 얼마나 잘 계승했는지, 그리고 격투 게임 특유의 진입 장벽을 어떻게 낮췄는지다. 기존 팬들이 기대하는 향수와 정통성, 그리고 신규 유저들이 느낄 수 있는 진입 난이도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두 관점에서 보면 아랑전설은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오락실 감성을 자극하는 2D 도트 그래픽의 분위기를 3D로 재해석했고, 시리즈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현대식 아랑전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다만, 간단 조작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격투 게임 특유의 진입장벽까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커맨드 입력, 거리 계산, 자원 운용 등 기본적인 격투 게임의 진입장벽을 제외해도 워낙 심화 시스템이 많아 익히기까지 시간과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초보자가 재미를 느끼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구조다. 물론 소위 '나생문'을 뚫고 재미를 느끼는 구간까지 도달하면 깊이 있는 대전 시스템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뉴비들에게는 고통스러운 경험이 될 확률이 높다.
장르: 대전 격투 게임
출시일: 2025년 4월 24일
개발사: SNK
플랫폼: PC, PS4, PS5, Xbox
■ 현대식으로 발전한 아랑전설
- 2D 도트 그래픽에서 3D 그래픽 발전했다.
26년 만의 귀환이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아랑전설은 시리즈 역사상 가장 눈에 띄는 그래픽적 진화를 보여준다. 오락실에서 도트 그래픽으로 플레이하던 시대를 기억하는 팬이라면 이번 작품의 변화가 얼마나 대담한 선택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아랑전설 시리즈는 2D 도트 기반으로 캐릭터의 개성과 연출을 표현해왔다. 90년대 감성이 짙게 묻어난 그래픽으로 오랜 시간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한계도 분명했다. 신작에서는 이 틀을 완전히 깨고 3D 그래픽으로 전환하며 시각적인 임팩트를 크게 끌어올렸다.
단순히 3D로 전환한 것에 그치지 않고 SNK와 아랑전설 특유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방향성을 담았다. 스트리트 파이터6가 그래피티와 붓터치 스타일, 철권8이 사실적인 모델링과 물리 기반 조명으로 무장했다면 아랑전설은 전혀 다른 방향을 택했다.
아랑전설은 마블 코믹스나 아메리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카툰 스타일의 셀 쉐이딩을 채택했다. 화려한 윤곽선과 채도 높은 색감, 과장된 모션 연출이 격투 게임 특유의 타격감을 부각시켰고, 특유의 거친 거리 감성을 시각적으로도 잘 살려냈다.
특히 전작과 비교했을 때 배경의 깊이감이나 조명 효과, 캐릭터의 표정 변화와 모션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테리 보가드의 모자에서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연출이나 공격 후 상대가 튕겨 나가는 물리 표현은 오랜 팬이라면 달라진 연출에서 반가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 RPG 요소 가미된 EOST 모드
- EOST의 무대인 사우스 타운
스토리 모드 'EOST'는 아랑전설의 유서 깊은 도시 '사우스 타운'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다시 한번 사우스 타운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대선과 성장을 중심으로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전개가 특징이다.
EOST 모드는 총 16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캐릭터는 자유롭게 교체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사우스 타운의 다양한 구역을 돌아다니며 대전을 펼치고 메인 퀘스트를 깬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스토리 라인이 존재한다. 동기와 배경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다양한 캐릭터를 플레이하며 각기 다른 스토리를 경험한다. 단일 루트에 그치지 않고 반복 플레이에 대한 동기 부여도 이뤄진다.
지역은 크게 센트럴 시티와 세컨드 사우스, 이스트 아일랜드로 나뉜다. 각 지역에는 대전 상대와 퀘스트가 마련돼 있으며, 단순한 연속 대전이 아니라 레벨 시스템과 퀘스트 진행이 결합돼 대전을 거듭할수록 캐릭터가 성장하는 RPG 장르의 재미를 준다.
- 다양한 스킬을 해금해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다
성장 요소도 눈에 띈다.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해금해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기본기 강화, 잡기 강화, 체력 증가, 저스트 버프 등 다양한 스킬이 준비됐다. 각 스킬에는 등급마다 코스트가 부여돼 제한된 코스트 내에서 스킬을 장착해야 한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RPG 요소를 가미한 스토리 콘텐츠를 추가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다만, 컷신이나 연출 없이 텍스트 중심으로 전개되는 메인 퀘스트는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시네마틱 컷신이나 컷신에서 대전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연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철권8과 비교하면 아랑전설의 스토리 연출은 굉장히 밋밋하다. 캐릭터의 서사를 강조하려는 시도는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시청각적 장치가 부족하다.
- 연출 없이 텍스트 중심으로 전개되는 메인 퀘스트는 아쉽다
■ 대전 격투 게임의 묘미 잘 살렸다
- 각 시스템을 활용한 대전의 재미는 확실하다
격투 게임의 묘미는 대전이다. 아랑전설은 기존 시리즈의 묵직한 전투 리듬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타격감과 연출, 이펙트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타격음, 히트 이펙트, 화면 흔들림, 캐릭터 리액션 등이 어우러져 명확한 피드백을 준다.
전투의 핵심인 'REV 시스템'은 자원을 활용해 공격, 가드, 회피 등의 전반적인 전투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이다. 기술 사용 시 REV 게이지를 소모하며, 과도하게 사용하면 '오버히트' 상태에 진입해 페널티가 발생한다. 게이지 운용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캐릭터마다 타격감, 리치, 스킬 구성 등이 확연히 달라서 각자의 개성을 익히는 재미가 있다. 커맨드 기반의 기술 구사 외에도 REV 시스템 등을 활용해 전투 스타일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단순 기술 및 콤보 암기보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은 기본기 활용도, REV 게이지 운용, 거리 조절 등 다양한 요소가 얽히기 때문에 실력 차이가 확실하게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고수와 초보자 간의 격차가 분명히 드러나는 설계다. 실력을 쌓을수록 더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초보자를 배려한 시스템도 있다. 조작법은 두 가지 스타일이 제공된다. '아케이드 스타일'은 기존 격투 게임의 전통적인 조작 방식을 따른다. 반면, '스마트 스타일'은 원 버튼으로 간단한 콤보와 필살기를 시전할 수 있지만, 브레이크나 페인트 등 일부 기술은 사용 불가능하다.
■ 깊이는 챙겼지만, 진입장벽은 높아졌다
- 익혀야할 시스템이 산더미다
격투 게임 장르는 '쉬운 입문'이 주요 과제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스트리트 파이터6과 철권8 모두 조작 난이도를 낮추면서 초보 유저도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스템 설계가 대세다. 프레임 단위로 승부가 갈리고, 숙련도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구조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아랑전설은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지 않았다. 도입된 시스템이 지나치게 많고, 각각의 작동 방식도 복잡하다. 가드만 해도 일반, 저스트, 하이퍼, REV 가드까지 총 네 가지이며 타이밍과 성능이 각기 다르다.
공격을 보조하는 시스템도 입문자에게는 과하다. REV 시스템은 REV 게이지를 활용해 REV 아츠, REV 블로, REV 가드 등을 사용하는 구조다. REV 기술을 남발하면 '오버히트' 상태에 빠져 가드 성능이 약화되는 등 페널티가 생긴다. 회복 조건도 따로 존재해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할 요소가 많다.
S.P.G. 시스템은 전작의 T.O.P. 시스템을 계승했다. 체력 게이지의 특정 구간을 설정해 공격력을 강화하고 회복 효과를 얻는다. 해당 구간을 적절히 활용해야 이점을 얻는다. S.P.G.를 어느 구간에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결정된다.
- 스마트 스타일이 통하는 건 어디까지나 AI가 상대일 때다.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초보 유저가 모든 요소를 학습하기란 쉽지 않다. 기본기를 충분히 익히지 않은 상태로 대전에 뛰어든 초보 유저는 일방적으로 밀리는 일이 빈번하다.
앞서 스마트 스타일을 언급했으나 한계는 명확하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간편한 원 버튼 콤보가 매번 먹힐 리가 없다. 티어가 조금만 올라도 순진하게 당해주는 유저가 없다.
물론 위 시스템들이 전략적 깊이를 더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마니아 팬 위주인 장르 특성상 과도한 시스템 도입은 입문 장벽을 높일 뿐이다. 입문자와 숙련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가교 없이 시스템만 쌓아 올린 아랑전설은 기존 팬층을 위한 게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장점
1. 아랑전설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비주얼
2. RPG 요소가 가미된 모드
3. 초보자를 배려한 스마트 스타일 조작법
단점
1. 텍스트 중심의 스토리 전개
2. 아쉬운 분량의 스토리
3. 과하게 많은 전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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