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판정 받은 배상금 총액 8400억원 달해
2000년대 중국 휩쓴 게임 ‘미르의전설2’가 발단
中 게임사, ‘미르의전설2’ IP 공동 보유한
액토즈소프트 인수 후 로열티 지급 끊어
다른 게임사들은 ‘재산 부족’ 이유로 강제 집행 중단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위메이드타워 [사진 = 정호준 기자]
게임사 위메이드가 중국에서 현지 게임사들의 로열티용 미지급으로 인해 84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못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위메이드 성장을 이끌었던 게임인 ‘미르의전설2’ 지식재산권(IP)을 공동 소유한 액토즈소프트가 2004년 중국 게임사에 인수되면서 본격화된 저작권 분쟁이 20년 넘게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다.
21일 위메이드는 중국에서의 로열티 분쟁 경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갖고 중국 게임사 셩취게임즈(구 샨다게임즈)와 그 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 또 다른 현지 게임사인 카이잉 네트워크 테크놀로지(킹넷) 등과 라이선스 계약 및 로열티 미지급으로 진행하고 있는 법적 분쟁을 설명했다.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 등으로부터 산정된 손해배상액의 합계는 약 8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메이드의 이같은 저작권 분쟁의 중심에는 지난 2001년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의 전설2’가 있다.
‘미르의전설2’는 출시 후 10년간 누적 매출 2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2000년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지식재산권(IP)이다.
위메이드의 ‘미르의전설2’ 출시부터 중국 셩취게임즈의 액토즈소프트 인수 타임라인 [출처 = 위메이드]
발단은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자 겸 대표가 ‘미르의전설2’를 개발하던 때부터 시작했다.
박관호 대표는 1996년 액토즈소프트 창립 멤버로 ‘미르의전설’을 개발했으며, 이후 위메이드로 독립해 ‘미르의전설2’를 개발했다.
당시 초기 자금 수혈이 필요했던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의 투자를 받으면서 ‘미르의전설2’ IP를 50%씩 공동 소유하고, ‘미르의전설2’ 매출액의 20~30%를 액토즈소프트에 분배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때부터 액토즈소프트도 자체적으로 라이선스 부여를 시작하며 중국에서 셩취게임즈와 ‘미르의전설2’ 중국 서비스 계약을 한 것이다.
해당 게임이 대성공을 거두자 셩취게임즈는 로열티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는 아예 IP의 50%를 가진 액토즈소프트 인수를 추진해 2005년 결국 액토즈소프트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부터 셩취게임즈는 ‘미르의전설2’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웹게임 등 다양한 신작을 무단으로 라이선스하고, 관련된 라이선스 수익은 위메이드에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위메이드 주장이다.
위메이드는 셩취게임즈가 기존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하고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로 지난 2017년 싱가포르 ICC에 중재를 제기했으며, 2023년 6월 싱가포르 ICC 중재재판부는 셩취게임즈가 15억790만543.62위안(약 3000억원)을 위메이드에 지급할 것을 명령헀다.
이를 기반으로 위메이드는 올해 2월 중국 법원에서 셩취게임즈를 상대로 중재 판정 승인 및 강제 집행을 신청한 상태다.
위메이드가 중국 셩취게임즈를 대상으로 싱가포르 ICC에 제기한 중재와 판정 결과 [출처 = 위메이드]
또한 위메이드는 이후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한 중국 게임사 킹넷의 자회사인 절강환유, 지우링 등으로부터도 로열티를 받지 못했다.
위메이드는 이들을 대상으로도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 대한상사중재원 등에 중재를 신청했으며, 각 청구의 손해배상액을 더하면 약 5360억원에 달한다.
다만 해당 게임사들은 매출 수익을 모두 회사 외부로 유출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모회사인 킹넷이 지분을 매각해 해당 자회사와 관계를 끊어버리는 등 집행을 회피하고 있다고 위메이드는 설명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위메이드는 확정 판결로 강제 집행을 신청했고, 해당 게임사 명의 재산에 대해 일부 가압류도 완료한 상태”라면서도 “중국 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집행 중단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르의전설2’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 ‘남월전기’를 제작한 철강환유의 모회사 상해킹넷에 대해서는 중국 법원이 2023년 8월 강제 집행을 결정했음에도 상해 킹넷이 각종 이의 제기를 하며 1년 넘게 집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지 게임사들이 법원의 명령을 계속 회피할 경우, 위메이드로서는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법원에 지속적으로 탄원서와 의견서를 내는 것밖에 없다”라며 “어차피 못 받을 것이라 생각하고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 게임사가 영원히 호구로 전락할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중국 게임 시장은 서비스를 위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 폐쇄적인 시장이지만, 시장이 큰 만큼 성공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한국 게임사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도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지금까지 서비스를 성황리에 이어가고 있다.
위메이드 사례는 IP를 중국 게임사와 공동으로 소유하게 되면서 발생한 이례적인 케이스다. 다만 한국의 인기 게임을 무단으로 카피해 게임을 출시하는 등 중국 게임사들의 저작권 침해 사례는 숱하게 이어져 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뿐만 아니라 작은 제작사까지 다 하면 중국의 한국 게임 베끼기 사례는 매우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 또한 20년 넘게 이어져 온 분쟁에 대해 설명회를 열고 공론화를 한 것에 대해 “중국 법원의 강제집행결정이 발급되었음에도 1년 넘게 해당 게임사는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사법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인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중국 정부에 사법 시스템만큼은 제대로 작동하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주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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