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고려대 연구진, 생쥐 실험 통해 확인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은 혈액을 타고 다른 세포로 넘어가 노화를 확산시킨다. 픽사사베이
노화 세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마침 암 세포가 전이하듯이 혈액 순환을 통해 주변 세포까지 늙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화 세포가 어떻게 이런 일을 수행하는지는 규명되지 못했다.
국내 연구진이 세포 노화를 다른 세포와 조직에 확산시키는 단백질을 발견했다. 노화 세포가 분비물을 통해 다른 세포까지 노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전 연구에 이은 추가 연구 성과다.
고려대 의대 전옥희 교수(융합의학)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은 생쥐 실험을 통해 ‘HMGB1(High Mobility Group Box 1)’이라는 이름의 단백질이 세포 노화를 온몸으로 확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제학술지 ‘대사-임상 및 실험’(Metabolism-Clinical and Experimental)에 발표했다.
전 교수는 “정상 세포에선 분비되지 않는 이 단백질이 노화 세포에선 핵 바깥으로 나와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연구진이 2022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대사’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노화 세포는 주변에 염증 유발 물질과 '노화 유도 신호'를 내보내면서 다른 정상 세포들까지도 늙게 만든다. 연구진은 이 물질과 신호에 '노화-연관 분비 표현형(SASP)'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런 노화세포들이 여러 조직에 쌓이면 몸 전체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당시엔 구체적으로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이 노화 전이를 일으키는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노화 세포의 전이 과정
단백질 차단했더니 근육 기능 향상
연구진은 후속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서 생쥐의 노화 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HMGB1)이 혈액을 통해 전신에 퍼지며 근육 조직 등의 정상 세포 노화를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다.
전 교수는 “이 단백질의 여러 형태 중 특히 ‘ReHMGB1(환원형 HMGB1)’이 노화를 퍼뜨리는 원인으로 나타났다”며 “이 단백질이 노화를 확산시키는 핵심 인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를 생쥐에게 투여한 결과, 전신 염증이 줄고 손상된 근육의 재생과 기능이 크게 향상되는 것도 확인했다. 또 이 단백질이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인 레이지(RAGE) 수용체를 차단했을 때도 노화 유도 효과가 줄어들었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화가 특정 세포나 조직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확산되는 ‘노화 전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분자적 기전을 밝힌 것”이라며, “이 과정을 차단하면 조직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노화 관련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Propagation of senescent phenotypes by extracellular HMGB1 is dependent on its redox state.
DOI: 10.1016/j.metabol.2025.156259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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