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상태 하늘 주파수 확보 경쟁
현재 지구궤도 위성 1만2000여기, 2030년 이후 8만기 넘길 듯
'빈틈없는 하늘에 위성 쏘아 올리기.'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처한 현실이다. 바야흐로 저궤도 위성통신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의 모습을 3D로 표현한 그림. 위성과 우주 쓰레기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파란선은 한 위성의 궤도를 표시한 것이다. 정상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갑자기 지구로 떨어지는 궤도붕괴 위성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이다. 로그 스페이스 시스템스(Rogue Space Systems) 제공.
이미 시장의 절대적 강자로 자리매김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와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글로벌 커버리지를 확보하려는 유텔샛원웹의 '원웹', 텔레샛의 '라이트 스피드',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궈왕(國網)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거기에 한국과 호주의 일부 기업도 협업이나 부품 납품 등을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전 세계는 전례 없는 위성 발사의 급증을 목격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 위성(LEO)의 경우 2014년 1000여기에서 2024년 1만여기로 10배 증가했다.
마리오 마니에비츠 ITU 전파통신국장은 "지난 10년 동안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을 위해 ITU에 제출된 프로젝트는 이전 10년보다 5.5배 증가했다"면서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우주 경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우리가 복잡성과 도전에 직면했다는 사실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지구 궤도 도는 위성 수 1만2166기
위성추적 웹사이트 오비팅 나우(orbiting now)는 지난 17일 기준 지구궤도에는 저궤도(LEO) 위성 7261기, 중궤도(MEO) 위성 194기, 고궤도(HEO) 위성 19기, 정지궤도(GEO) 위성 528기와 다수의 불특정 위성 등을 포함해 모두 1만2166기의 위성이 운영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LEO 위성이다. 스타링크는 현재까지 8211개의 위성을 발사했으며, 이 중 4699기가 LEO 위성이다. 원웹은 632기의 LEO 위성을 포함해 655기의 위성을 쏘아 올린 상태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위성들의 궤도를 하얀 선으로 나타낸 그림. 하얀 선이 모두 현재 운영 중인 위성의 궤도다. 고궤도의 타원궤도는 그나마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지구에서 가까운 저궤도 등 원궤도는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 하얀 선의 틈을 비집고 새로운 궤도를 찾아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한다. 지리정보체험센터(Geo Experience Center at ESRI) 제공
그런데도 스타링크는 2031년까지 모두 4만2000기의 LEO 위성을 운영할 계획이고, 원웹도 2030년 이후까지 2000기 이상을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우주 관련 뉴테크 전문 컨설팅 업체인 브라이스 테크(Bryce Tech)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월 기준 LEO 672기, MEO 31기, GEO 91기, 달 임무 위성 5기, 화성 임무 위성 1기 등 모두 800기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궈왕 프로젝트에 따라 2030년 이후까지 1만2992기의 LEO 위성을 배치·운영할 계획이다.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 운영현황을 3D로 표시한 그림. 새틀라이트맵(satellitemap.space) 제공
중국 LEO 672기 등 도합 800기 위성 운용
현재 2기를 쏘아 올린 텔레샛의 '라이트 스피드'는 향후 198기를, 아마존의 '카이퍼 프로젝트'는 시험 위성 2기를 시작으로 10년 내 3236기를 더 발사해 LEO에서 운용할 예정이다.
앨런 창 골드만삭스 중화권 기술분석팀 애널리스트는 "향우 5년 동안 7만기의 LEO 위성이 발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가운데 약 5만3000기가 중국에서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텔셋원웹 '원웹'의 저궤도 위성 운영 현황을 3D로 표시한 그림. 새틀라이트맵(satellitemap.space) 제공
그는 "위성 업체들은 하늘에 충분한 공간이 있을 것으로 믿는 경향이 있지만, 가장 이상적인 고도를 가진 최상의 궤도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위성 업체들은 ITU에 발사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위성 사업자들은 2025~2031년 사이 LEO에 발사될 예정인 위성 7만여기를 ITU에 제출했거나 발표한 상태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최소 3개 이상의 사업자가 1만기 이상의 위성으로 구성된 메가 위성군에 대한 신청서를 ITU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ITU, 2025~2031년 사이 LEO 발사 예정 위성 7만여기
이처럼 LEO 위성통신 시장 경쟁은 하늘의 여유를 고려하지 않는다. 수요도 확실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1%인 약 25억명이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LEO 위성통신 서비스가 확장되면 가장 즉각적인 수요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해저 케이블보다 위성망은 국가 간 연결을 보다 효율적으로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사 비용의 급격한 하락도 위성통신 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발사 비용이 LEO 위성 ㎏당 100~200달러(약 14만~28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당 1만2000달러(약 1712만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LEO 위성통신 서비스 구독료도 2023년 148달러(약 21만원)에서 2025년 105달러(약 15만원), 2029년 46달러(약 6만5000원), 2035년에는 16달러(약 2만300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이제 첫발을 떼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까지 2기의 LEO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전국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500기 이상의 LEO 위성이 필요하지만, 우선 2기 만으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 독자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한국 2기 발사 자체 기술 확보, 안보용 위성 별도 운용 계획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전략연구실장은 "스타링크가 이미 독점체제를 형성한 분위기지만, 우선 2기라도 띄워서 우리의 기술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통신망은 스타링크를 빌려 쓸 수 있지만, 국방이나 재난 안전망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 상공의 통신 위성. 나사(NASA) 제공
이에 따라 국방부는 현재 최소 10기에서 최대 100기 정도의 위성 발사를 계획 중이다. 정부가 상업용과 안보용 투트랙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위성통신 업체들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동시에 LEO 위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46만기의 위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는 원활한 궤도 이용을 위해서는 1만기가 한계라고 주장한다.
위성통신 시장도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앨런 창은 "위성 시장은 현재 150억 달러(약 21조 3990억원)에서 2035년 1080억 달러(약 154조 728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궤도와 주파수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늘 위 자리는 정해져 있고, 이를 둘러싼 각국의 움직임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원활한 궤도 운용을 위한 적절한 고도를 찾고, 바늘구멍만 한 하늘의 빈틈을 찾아 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이 점점 '불가능한 임무'가 돼 가고 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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