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역량, 미국 100점 기준으로 27점에 불과
MS 보유 GPU 15만장, 네이버 보유 2500장
"CDMA 성공 신화처럼 소수 또는 단일기업 투자 지원해야"
제조업 강국 한국, 업종별 특화 AI로 승부걸만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잇달아 출시하는 가운데, 한국은 AI 선도국이 아닌 ‘추격국’임을 인정하고 보다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픈AI, 구글, 메타 등과의 경쟁 속에서 정부는 △한국형 챗GPT 개발은 단일 기업에 집중 지원하고 △산업 특화형 AI와 산업별 AI 플랫폼 구축에 역량을 쏟는 등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한국형 챗GPT 성공하려면 ‘선택과 집중’ 필요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안에 선정할 인공지능(AI) 국가대표 프로젝트 ‘월드 베스트 LLM(World Best LLM)’에 LG(003550)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네이버(NAVER(035420))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것으로, 흔히 ‘한국형 챗GPT’ 프로젝트로 불린다.
이르면 오는 5~6월 중 공모가 진행되며, 선정된 기업에는 정부가 대규모 데이터셋, GPU 등 컴퓨팅 인프라, 고급 AI 인재 등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개발된 LLM은 파운데이션 모델로서 오픈소스로 공개되며, 공공 데이터 및 공공 AI 서비스에 활용될 수 있도록 별도의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아직 구체적인 기획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5~10개 내외의 ‘AI 국가대표 정예팀’이 선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빠른 추격자’ 전략이 성공하려면, 여러 기업에 나눠 지원하기보다는 소수 또는 단일 기업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우리나라는 AI 역량 순위에서 6위를 기록했지만, 미국을 100점 기준으로 할 때 중국은 54점, 우리는 27점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15만 장의 GPU를 구매하는 데 7~8조원을 투자한 반면, 네이버는 2500장 구매에 약 2000억원을 썼다”고 덧붙였다. 그는 “월드베스트LLM 프로젝트를 10개 회사가 나눠 맡는다면, 한 기업당 고작 수천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지원에 불과하다. CDMA 성공 신화처럼 정부와 민간이 함께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협력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 교수는 AI 산업을 위한 예산 100조원 규모의 배분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인프라(데이터센터, 학습용 데이터, AI 규제샌드박스)에 20~50조원 △모델 개발(LLM, sLLM)에 10~30조원 △산업 특화형 AI 서비스에 5~15조원 △AI 인재 육성에 3~1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경제 성장 이끌 핵심은 산업AI
한국형 챗GPT 개발과는 별개로,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이끌 핵심은 ‘산업용 AI’라는 지적이다. 제조업 강국인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챗봇 등 범용 AI보다 산업 현장에 특화된 AI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산업별 특화 AI 에이전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쇼핑 AI를, SK텔레콤(017670)은 예약·구매 기능을 수행하는 글로벌향 AI에이전트 ‘에스더’를 선보였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인이지와 마키나락스가, 영상 분석 분야에서는 슈퍼브에이아이와 인텔리빅스가 각각 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러한 산업용 AI는 텍스트·이미지·음성 등을 단순 처리하는 범용 AI와는 달리, 각 산업의 데이터 특성과 업무 프로세스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다시 말해, 산업 현장에서 즉각적인 활용이 가능한 ‘맞춤형 AI’가 국가 경제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전 KDI 국제정책대학원장)는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이지만 경쟁력 약화와 숙련공 부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며 “AI와 결합한 제조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하우를 표준화된 데이터로 전환해 디지털 트윈, 자율제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청년들이 가기 싫은 공장이 아니라 선호할 수 있는 고급 엔지니어링 일자리도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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