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서 124광년 떨어진 행성 K2-18b
해양 생명체가 만드는 DMS·DMDS 신호 포착
학계 인정받기엔 아직 부족, 검증 필요
과학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한 외계행성 K2-18b(오른쪽 푸른 천체)와 모항성(왼쪽 붉은 천체)의 모습./NASA
영국 과학자들이 외계 행성 ‘K2-18b’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하는 단서를 포착했다. 하지만 과학계 일각에서는 섣부른 해석은 금물이라며, 좀 더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해 지구에서 124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외계 행성 K2-18b의 대기에서 디메틸황화물(DMS)과 디메틸이황화물(DMDS)의 신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 분자들은 지구 바다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성하는 물질이다.
2015년 발견된 K2-18b는 지구보다 약 8배 무겁다.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보다는 해왕성과 같은 가스형 행성에 가깝지만,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에 위치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액체 상태의 물은 생명체 존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행성이 공전하는 별(항성)에 너무 가까우면 물이 증발해버리고, 반대로 너무 멀면 물이 얼어버린다.
2019년 이 행성의 대기에서 수증기 흔적이 발견되면서 바다와 수소가 풍부한 대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고, 2023년에는 JWST로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에 이어 DMS 분자 신호가 관측됐다. 이번에는 JWST의 다른 관측 장비를 이용해 DMDS라는 생명체에서만 생성되는 분자까지 포착한 것이다.
니쿠 마두수단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앞서 지난 1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아마도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외계 세계에 대한 첫 번째 단서”라며 “지구상에서 생물학적 활동이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독립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신호가 3시그마 수준의 통계적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우연일 확률이 0.3% 정도라는 의미로 동전을 10번 던져 매번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과 확률이 비슷하다.
하지만 과학계에서 새로운 발견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5시그마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5시그마는 데이터가 우연히 발생할 확률이 350만분의 1이라는 뜻으로, 동전을 20번 연속 던져 같은 결과가 나올 확률과 비슷하다.
니콜라스 워건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 센터 박사후 연구원은 “2023년 결과보다 더 설득력 있는 결과지만, 여전히 다른 연구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이언 맥도널드 미시간대 교수는 “이전에도 K2-18b에서 3시그마 수준의 신호가 있었지만 대부분 후속 검토에서 사라졌다”며 “이런 종류의 주장은 다른 과학자들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검출된 신호가 관측 장비의 영향이거나 DMS, DMDS가 비생물학적인 과정을 통해 생성됐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스위스 베른대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유럽우주국(ESA)이 탐사하는 혜성에도 DMS가 있지만, 생명체가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과학계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16~24시간의 추가 관측으로 5시그마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토머스 비티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교수는 “행성 크기에 비해 대기의 상대적인 크기는 사과 껍질 두께와 거의 비슷해 정확한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관찰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면 엄청난 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2025), DOI: https://doi.org/10.3847/2041-8213/adc1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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