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포화와 수출 둔화로 GDP 기여도 약화된 IT 산업
성장률·ICT 산업 성장률 모두 2010년 이후 하락세
AI 시대, IT 3.0 패러다임으로 산업 정책 전환 필요
신민수 교수 “플랫폼-콘텐츠-AI 지능화 연계, 정책·생태계 혁신이 관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IT 강국으로서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IT 코리아’가 흔들리고 있다. 내수 시장의 포화와 수출 성장률 둔화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해온 IT 산업의 위상 역시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IT 산업 혁신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18일 정보통신정책학회, 한국통신학회, 한국경영과학회가 공동 주최한 ‘AI 시대 국가 ICT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방향’ 세미나에서 “IT 산업은 오랫동안 한국 GDP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2010년 이후 경제 성장률과 IT 산업 성장률 모두 하락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ICT산업성장률(빨간색 그래프)와 ICT산업의 GDP 비중(녹색그래프), 경제성장률(파란색그래프). 출처=신민수 교수

실제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뚜렷해졌으며, 특히 2012~2014년과 2018~2023년에는 2~3%대의 저성장 국면에 머물렀다.

ICT 산업 성장률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일부 연도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지만, 2010년 이후에는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실질 ICT 산업 성장률은 2010년 약 12%에서 2017년 10%, 2023년에는 5%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ICT 산업의 GDP 내 비중은 2001년 4.4%에서 2023년 11.6%로 꾸준히 증가해, 경제 내 존재감은 커졌지만 성장 동력으로서의 모멘텀은 약화됐다는 점이 뚜렷해졌다. 신 교수는 “성장률 둔화와 비중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ICT 산업이 새로운 혁신 없이 정체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통신·미디어와 콘텐츠, AI 경쟁력도 미흡

구체적으로 신 교수는 통신과 네트워크 분야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그 경제적 파급력은 과거 정보화 시절만큼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통신 서비스와 장비 간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고,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 연계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도 흔들리고 있다”며 그 한 예로 “OTT 시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장악하고 있으며, 국내 콘텐츠 플랫폼의 점유율은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AI 산업에 대한 환상도 경계했다. 신민수 교수는 “한국은 AI 기술력 순위에서 세계 6위 수준이라고 하지만, 미국·중국과의 격차는 너무 크다”며 “투자 대비 기술 발전 속도를 따졌을 때, 2040년 미국을 기준으로 이에 따라가려면 347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막연한 AI 기술 개발이 아닌, 산업 맞춤형 ‘버티컬 AI’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빅테크의 흐름을 좇는 대신, 우리 강점을 살린 응용 특화 전략과 데이터 연합 생태계 구축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언급했다.

미래지향적 산업 체계 구축. 출처=신민수 한양대 교수

“IT 3.0 시대, 산업 정책 대전환 시급…AI 기반 융합이 핵심” 

이에 따라 신 교수는 “국내 IT 산업이 국가경제의 주축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진화에 발맞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산업이 IT 1.0(수직 통합), IT 2.0(수평 융합) 단계를 지나, AI 기반의 IT 3.0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IT 3.0은 AI와 네트워크가 결합한 가상 통합 시장이 본격화되는 시기”라며 “플랫폼 위에서 콘텐츠가 작동하고, 이를 AI가 실시간 최적화하는 지능화 기반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공급·수요 중심 이분법에서 벗어나 분권형 유입 구조가 새로운 산업 질서의 핵심이 된다는 설명이다. 

정책 측면에서도 성장 전략과 규제 체계의 전면 재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 후생 중심에서 서비스·장비 동반 성장으로의 산업 성장정책 전환 △통신·OTT 등 융합시장에 맞는 수평적 규제 체계 확립 △요금 중심에서 트래픽 품질 기반 통신 요금제 도입 △ 정부의 역할을 통제자에서 시장 조성자로 전환 △IT·미디어·로봇 등을 포괄하는 AI 통합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장 정책으로의 전환

특히 신 교수는 산업 생산성 회복의 핵심으로 AI·로봇·IT의 유기적 결합을 강조했다. “총요소생산성(TFP) 하락의 근본 원인은 산업 간 연계 약화”라며 “디바이스-네트워크-콘텐츠-AI 간 연결을 복원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 구조 전환에 있어 데이터 주권 강화와 지식 자원의 공정한 접근이 반드시 병행돼야 하며, “공평한 분배와 정보 격차 해소 없이는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산업 간 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진 비즈니스 모델이 상호 연결될 수 있도록 개방형 시스템과 공공-민간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AX(지능형 자동화 경험)와 산업용 미들웨어 체계를 핵심 인프라로 제시했다. 

끝으로 신 교수는 “정부는 소극적 요금 규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거버넌스 개편·산업 생태계 재정립·수요 중심 정책 전환이 병행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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