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관계자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믹스가 당내 의견”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100조원 투자를 골자로 한 ‘AI 기본 사회’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AI 구동을 위해서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이 후보 측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함께 추구하는 ‘에너지 믹스’를 에너지 정책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과거 초점을 맞췄던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18일 민주당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를 30%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기존 당론에는 변함이 없지만,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간헐성 문제 때문에 원전을 신재생에너지와 균형 있게 믹스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내에 있다. 안전성을 전제로 원전 수명 연장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는 탈원전을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원전을 키웠지만 이제는 에너지 믹스를 하자는 의견이 있다.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 초소형모듈원자로(MMR·Modular Multi-Purpose Reactor)를 육성해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8일 오전 대구 북구 협동조합 소이랩에서 열린 K-콘텐츠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민주당의 대선 공약 중 에너지 정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에너지 믹스’가 최종 공약으로 채택될 경우 원전 업계는 한시름 덜 수 있게 된다. 이 전 대표는 2022년 대선에 나섰을 때는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은 무조건 폐기하는 감(減)원전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복수의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AI를 내세운 만큼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고 따라서 원전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잡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AI 100조원 투자와 ‘한국형 챗GPT’ 전 국민 무료 사용, 국가 AI 데이터 클러스터 조성 등을 담은 ‘AI 기본 사회’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1호 공약으로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고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우뚝 서겠다. AI 핵심 자산인 그래픽처리장치(GPU·Graphics Processing Unit)를 5만 개이상 확보하고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 개발과 실증을 적극 지원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AI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선행돼야 하고, 데이터센터를 구동하기 위해선 GPU 외에도 전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데이터센터 자체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센터에서 생기는 열을 식히는 데도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빅테크(대형 IT 기업)가 원전 개발에 나선 것도 AI 시대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물론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은 탄소 배출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픈AI는 SMR 개발사 오클로에 투자했고 MS는 지난해 9월 미국 최대 원전 소유주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구글은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미국 SMR 기업 카이로스파워가 건설하는 원자로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지난해 10월 버지니아주 유틸리티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SMR 개발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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