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한 ‘바이브 코딩’ 시대
일러스트=김현국·Midjourney
코딩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직장인 강모(26)씨는 지난달 30일 생성형 인공지능(AI) 로크(RORK)를 통해 ‘떡볶이 파인더, 서울’이란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다. 영어로 “서울에 있는 떡볶이 매장의 위치를 표시해주고, 영업시간과 간단한 설명을 넣어 앱을 만들어달라”고 앱을 묘사했더니 로크는 약 10분 만에 강남구 5곳, 마포구 2곳 등 서울에 있는 분식집을 소개하는 앱을 만들었다. 자연어로 만들고자 하는 앱의 느낌만 표현했더니 AI가 알아서 앱을 만든 것이다. 강씨는 “이렇게 쉽고 빠르게 앱을 만들 수 있을 줄 몰랐다”며 “내 맘대로 디자인한 일정 정리 앱을 또 만들어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코딩을 전혀 못하는 사람도 AI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직접 코드를 입력하는 대신 원하는 결과물의 느낌(바이브)만 말로 제시해 프로그래밍하는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개발자 역량의 기준이 코드 작성이 아니라 창의력과 기획 능력으로 옮겨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테크 업계에서는 “주니어 개발자들이 필요 없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코딩 없이 느낌으로 앱 제작 ‘바이브 코딩’
바이브 코딩은 AI 코딩 에이전트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느낌에 따라 코딩하는 방식이다. 전(前) 테슬라 AI 디렉터이자 오픈AI 공동 창립자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지난 2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UI(사용자가 소프트웨어와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는 화면) 스타일 변경, 버그(오류) 수정, 배치 조정 등의 요청을 모두 음성이나 자연어로 입력하는 것만으로 AI가 이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작성한다. “달력 디자인의 일정표 앱을 만들어줘” “따뜻한 색감을 써줘”같이 AI에 이야기하면, AI가 이 요구를 반영해 앱을 제작·수정하는 것이다.
이후 테크 업계에서 획기적인 코딩법으로 화제가 되며 바이브 코딩을 지원하는 AI 툴도 각광받고 있다. 커서, 윈드서프, 리버블, 볼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간 기업에서도 프로그래머들은 AI를 활용해 기존 코딩 작업을 자동화해오고 있었다. 2023년 ‘깃허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92%가 “이미 직장 안팎에서 AI 코딩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구글은 “AI 시스템이 이제 제품에 대한 새 코드 4분의 1 이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케빈 스콧 마이크로소프트(MS) CTO(최고기술책임자)는 “5년 내에 코드의 95%가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오픈AI, 메타 등도 20~30% 정도의 코드를 AI에 맡기고 있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AI를 코딩에 활용 중이다.
그래픽=김현국
바이브 코딩은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리 탄 와이콤비네이터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바이브 코딩으로 과거 개발자 100명이 필요하던 일이 10명만으로 가능해졌다”며 “10명 이하 직원으로 연 100만~1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니어 개발자 필요 없어질까
기업들의 개발 과정에서 AI 활용도가 높아지는 데다가 ‘아무나’ 코딩할 수 있는 시대까지 오면서 앞으로 개발자 역량의 기준이 코드 작성이 아니라 창의력과 기획 능력으로 옮겨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나아가 주니어 개발자 수요가 크게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AI가 짠 코드를 관리·감독할 시니어 개발자들은 계속 필요하겠지만, 주니어 개발자들의 수요는 크게 줄 것이란 것이다. 포브스는 “인간은 이제 AI를 안내하고, AI 코드를 반복적으로 수정·개선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보도했다.
바이브 코딩이 아직은 한계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개발자들이 바이브 코딩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면, 코드가 짜여지고 작동하는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버그 관리 등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바이브 코딩이 개인이 사용하는 간단한 앱이나 서비스 개발에는 효과적이지만 정교한 인프라가 필요하고 복잡한 시스템 개발까진 이르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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