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트럼프 협박, 협상 도구로…원하는 결과 끌어내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반도체 공장 현황/그래픽=김현정
미국이 '반도체 관세' 부과가 임박했음을 알리며 기업에 현지 투자 확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를 더 늘려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반도체 관세와 관련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다. 기업들과도 대화할 것"이라고 발언할 것을 '노골적인 투자 압박'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일관되게 '마가'(MAGA·다시 미국을 위대하게)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강조했다. 조만간 공개될 반도체 관세 역시 이런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추가 투자 압박을 받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선 추가 투자 여부를 결정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스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이 '시스템 반도체'에 국한된 것은 한계로 거론된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에 대한 추가 투자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삼성전자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추가 투자를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워낙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발표를 할지 기다려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이 투자를 전제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 정부로부터 4억5800만 달러의 직접 보조금과 최대 5억 달러의 정부 대출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보조금 재협상'을 거론하며 추가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반도체 지원법 폐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두 기업이 중국 내 메모리 생산 비중을 조정할지 여부도 관심이다. 미국 관세 정책의 주요 타깃이 중국이라는 점에 비춰 중국에 대한 투자 축소 요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약 40%를 생산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위원은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하려는 관세 정책만으로는 미국이 우리 기업에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자국 내 해외 기업의 공장을 확대하려면 보조금 지급 등 장려 정책이 필요한데 지금은 협박만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요구에 곧장 응하기보다 투자 확대를 협상의 도구로 삼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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