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식이 우선" 명분
우원식 '권력구조 개편' 개헌 제안, 이재명 사실상 거절
"개헌 필요…당장 민주주의 파괴 막는 게 훨씬 더 중요"
개헌 논의시 국민의힘 '임기 단축론' 역이용 우려
'계엄 요건 강화' 등 원포인트 개헌 가능성 열어둬
공약후 추진한다지만 "논의 미루면 시기 놓칠 수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우 의장은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기 대선과 동시에 '권력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제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계엄 요건 강화와 5·18 정신 전문 수록과 같은 '원포인트 개헌'만 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임기 단축 개헌론'으로 정치적 공세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에 민주당은 대선 이후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뒤 개헌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7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이 필요하다"면서도 "우선 내란 종식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게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일부 정치 세력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논점을 흐리고 내란 문제를 개헌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우 의장의 개헌 추진 제안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해석됐다. 우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국민의 열망은 극한 정치 갈등의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하자"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지금이 개헌 논의할 때냐"며 즉각 반발했다. 일부 당원은 의원들에게 개헌 반대 메시지를 보내고, 몇몇 의원은 우 의장을 향해 거친 표현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관련해 한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내란 사태에 대한 반성도 없이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며 "당원과 의원들의 불안과 분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현 정국에 대한 인식과 함께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에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만큼 국민의힘과의 합의가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론을 제기할 경우 정국이 '개헌 블랙홀'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 자체를 누가 반대하겠나"라면서도 "내란 사태에 책임 있는 국민의힘이 임기 단축 개헌론을 들고나올 게 뻔한데,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들에게 '정치적인 무기'를 쥐여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국민의힘은 임기 단축을 '기득권 포기'처럼 포장하며 정치적 공세를 펼 것이고 결국 이 대표를 공격하면서 개헌 논의 자체를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대표는 내란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에는 여야 합의를 통해 '원포인트 개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게재하고 계엄 요건을 강화해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은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으리라 본다"며 "그 정도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돼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엔 민주당 김용민, 김영배 의원이 발의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현실적으로 대선과 동시에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이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우 의장은 이날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이며 "개헌은 제 정당간 합의하는 만큼 하면 된다"며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서두르자"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권력 분산을 포함한 전면적인 개헌안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정권 교체 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 측은 대선 승리시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러한 계획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과 함께 당내에서는 지금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개헌특위 구성, 개헌안 논의 등에서 사전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시기를 또다시 놓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현시점에서 개헌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전선이 흐트러진다는 점 때문에 논의 자체를 회피하면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정권을 잡기 위한 정당일 뿐만 아니라, 국가 시스템에 대한 책임 있는 고민을 하는 수권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는 본선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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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w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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