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위한 전원일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최장기 심리 끝에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주를 지적하고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곤경을 이해한다는 내용을 결정문에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 결정문을 보면 재판관들이 의견 조율을 한 흔적이 곳곳에 숨어 있다. 헌재는 결정문 말미 결론 부분에서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거듭”됐다며 △민주당 주도의 22건의 탄핵소추안 발의 △특수활동비 삭감을 포함한 예산안 감액 등이 1쪽 분량으로 열거됐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원수로서 야당의 전횡으로 국정이 마비되고 국익이 현저히 저해돼가고 있다고 인식해 이를 어떻게든 타개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판단은) 정치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결정문 초입에서 이런 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평가할 수 없다’고 못박은 내용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헌재 내부 상황을 아는 법조인은 6일 “결정문에서 갑자기 야당이 횡포를 부리고 국회도 잘못했다는 내용이 단정적으로 나온다. 이런 내용을 담으며 전원일치가 나오는 과정에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법조인도 “국회와 윤 전 대통령 양쪽을 모두 질타하는 부분은 탄핵 기각의 근거로도 쓸 수 있는 내용들”이라며 “기각에 가까운 의견의 기조를 누그러뜨려 법정의견으로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재가 불복 소지를 차단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이견을 노출시키기보다는 전원일치 의견을 내기로 뜻을 모았다는 얘기다.
재판관들은 내란죄 피의자들의 수사기관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부분을 놓고도 상반된 의견을 보였지만 ‘보충의견’(법정의견에 동의하지만 이유를 보완하는 형태)으로 결정문에 남겼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증거 채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는 원칙적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적용해 증거 채택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반대의견(법정의견에 반대)이나 별개의견(법정의견 결론에 동의하나 이유가 다를 때)이 아닌 보충의견으로 남긴 헌재는 실제 결정문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파면 근거로 피신조서를 직접 인용하지 않고, 관련자들의 법정 증언을 주로 인용했다. 피신조서를 무리하게 증거로 활용하면 안 된다는 일부 재판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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