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기각돼 직무 복귀해야"VS"지역 창피…파면시켜야"
파평 윤 씨 집성촌 등 충남 논산에 '사기탄핵 반대' 현수막
12·3 비상계엄 여파로 일부 등돌리기도…정권 교체론 고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사흘 앞둔 2일 충남 논산 노성면과 탄천면 길목에는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영태 기자
2일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충남 논산 노성면과 탄천면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쓴 '사기탄핵 기각하라'란 현수막은 파평 윤씨 노성 대종중 명의로 마을에 걸렸다. 윤 대통령의 탄핵 재판이 시작될 때 마을 곳곳에 내건 현수막이다. 윤 대통령의 부친 고향으로 알려진 이곳은 파평 윤씨 집성촌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4일로 정해지면서 지역에서도 온 신경이 이곳으로 쏠렸다. 인근 노인회관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90대 주민 박모 씨는 "어디서든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화두"라며 "대통령이 일을 못 하고 있으니, 나라가 여기저기 휘둘리게 되는 거 같다. 하루 빨리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고, 나라가 안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함께 있던 80대 이모 씨도 "대통령이 일을 하려고 하면 야당에서 눈에 쌈지불을 켜고 무조건 반대하니, 될 일도 안 된다. 이게 국가 망신이지, 다른 게 국가 망신이겠느냐"며 "같은 지역 사람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어수선한 나라를 위해서라도 탄핵이 이렇게 쉽게 되면 안 된다"고 거들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 선포에 실망했다며 탄핵을 찬성한다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마을 안길에서 만난 80대 장모 씨는 "시골에서 농사일만 하는 사람이지만, 계엄이 어떤 것인지는 안다"며 "우리 세대는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시기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고, 생각하기도 싫다. 젊은 세대가 그런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며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다음 대통령이 나라를 더 잘 운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2일 찾은 공주 산성시장에서 한 상인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김영태 기자
얼어붙은 내수경제 만큼 지역 상인들도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다. 같은 날 찾은 공주 산성시장은 한산했다. 이른 오후였음에도 일부 점포는 손님이 없다며 마감 준비를 서둘렀고, 애초에 문을 열지 않은 점포도 있었다. 곳곳에선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관련 뉴스가 흘러나왔다.
50대 상인 최모 씨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하루 전날 산성시장을 방문했다. 아버지의 고향이니 자신의 고향과 다름없다고 충청의 아들을 자처하더니, 이게 무슨 창피냐"면서 "대통령 때문에 전국에서 찬반 집회를 열고 서로에게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낸다. 나라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 더 나은 대통령을 앉혀야 한다"며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11시에 윤 대통령의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린다. 경찰은 선고 전후 폭력시위 및 안전사고를 우려, 비상근무 태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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