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
공매도 재개 첫날인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5년 만에 국내 증시에서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재개됐다. 공매도 수요가 늘어나며 국내 증시는 개장 직후 2%대 낙폭을 보였다. 대차 잔고 물량이 많았던 시가총액 상위권 대장주와 이차전지주가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다.
31일 오전 10시51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51포인트(2.4%) 내린 2496.71을 나타낸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55포인트(1.81%) 내린 681.21이다.
이날 오전 기준 외국인이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6169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4869억원어치, 944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993억원어치 순매도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275억원어치, 691억원어치 순매수다.
공매도 재개에 따라 억눌렸던 공매도 수요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2023년 11월 정부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발견했다며 이를 막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때까지 모든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전산시스템 구축, 제도개선 마련 등을 통해 17개월 만인 이날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공매도 대기 자금'으로 볼 수 있는 대차 잔고(빌려 간 주식의 총량)가 많은 종목이 약세를 보인다. 대차잔고가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공매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공매도의 준비 단계가 주식을 빌려오는 대차거래인 만큼 대차잔고를 공매도 대기성 자금으로 해석한다.
대차 잔고가 많은 시가 총액 상위 대장주들이 대부분 약세를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집계일인 지난 28일 기준 대차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4조5441억원)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3조9149억원), SK하이닉스(2조9409억원), 에코프로비엠(2조1506억원), 포스코퓨처엠(1조6732억원), 셀트리온(1조4910억원) 등 시총 상위 종목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2%대, SK하이닉스 -3%대 등 이들 종목은 동반 약세를 보인다.
특히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대차잔고가 급증했던 이차전지 업종이 동반 급락세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5.6%), 에코프로(-10.04%)가 급락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6.04%), POSCO홀딩스(-3.6%), 삼성SDI(-4.6%) 등이 약세다. 에프앤가이드와 키움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대차거래잔고 상위 종목에는 에코프로비엠이 대차잔고 비중 15%로 1위에 올랐다. 포스코퓨처엠(12.5%), 엘앤에프(12.0%), 에코프로(4.9%) 등 이차전지 관련 업종이 뒤를 이었다.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이차전지 업종은 최근 실적 부진에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있어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앞서 제기됐다.
최근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은 공매도 여파로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강화된 공매도 거래시스템은 매도 가능 잔고를 확인해 무차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으로 차입 계약의 확정이 관건"이라며 "올해 2분기 공매도 대상 종목을 추정하는 것은 밸류에이션이나 수익률보다 차입물량의 증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공매도 재개 이후 국내 증시의 단기 변동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는 수급적인 측면에서 일시적인 주가 왜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벤트"라며 "공매도 재개 시 외국인의 반도체, 방산 등 특정 업종의 집중 공매도로 인해 지수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고 했다.
천현정 기자 1000chyu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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