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밋 前 구글 CEO에 이어
래리 페이지·오픈AI 前 CTO도
로켓·AI 스타트업으로 ‘재등판’
에릭 슈밋(왼쪽 사진) 전 구글 CEO,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미국 빅테크의 ‘빅샷’들이 인공지능(AI)·로켓 등 부문의 스타트업 CEO로 연달아 출사표를 던지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중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딥테크’ 영역에서 기회가 있다는 판단 아래 실패를 용인하는 ‘친(親)창업’ 생태계가 이들의 제2 도전을 가능케 한 핵심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에릭 슈밋 전 구글 CEO는 최근 로켓 스타트업인 렐러티비티 스페이스 직원들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회사의 CEO를 맡게 됐다는 사실을 전했다. 2011년 구글 회장에서 물러난 그가 직접 경영에 나선 건 14년 만으로 최근 직원들과의 사전 미팅에서 회사 프로젝트 수행에 강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빅테크 출신 기업인이 스타트업에 투자·인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직접 CEO까지 맡는 경우는 드물다.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2t 이하의 작은 탑재물을 저궤도에서 중궤도로 운반하는 로켓을 제조하는 회사다. 2021년 당시 42억 달러(약 6조17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2023년 로켓 ‘테란1’ 발사에 실패했고 지난해 자금난에 빠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슈밋은 CEO를 맡은 뒤 보다 작고 재사용이 가능한 ‘테란R’ 개발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도 최근 AI 스타트업 ‘다이너토믹스’를 설립했다. 그는 AI 모델로 실제 물리 제품을 만드는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 대중화를 이끈 오픈AI에서 CTO를 역임한 미라 무라티와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도 각각 AI 스타트업 CEO로 재등판했다. 이들의 창업 영역은 주로 향후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AI·로봇·우주 등 딥테크 분야에 쏠려 있다. 과거 투자 유치 및 창업 경험, 빅테크에서 구축한 네트워크 등 장점을 살린다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2 창업이 비교적 쉬운 이유로는 발달된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꼽힌다. 미국은 기업 설립에 필요한 법적 절차가 온라인으로 가능할 정도로 간소화돼 있으며,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창업주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벤처 캐피털 또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인정하고 가치 있게 평가한다”며 “노동법 등 법적 규제, 투자 환경 등에서 제약이 많은 한국에선 이들의 제2 창업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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