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손준호 부부,뮤지컬 '명성황후' 인터뷰
10년의 내공, 김소현에게 달라진 점은?
3번째 맡는 고종 역할, 손준호가 밝힌 연기 주안점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소현 손준호는 본지와 만나 뮤지컬 '명성황후'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후이자 시대적 갈등의 중심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에이콤 제공
배우 김소현 손준호가 뮤지컬 '명성황후'의 의미를 되새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소현 손준호는 본지와 만나 뮤지컬 '명성황후'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후이자 시대적 갈등의 중심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 이후 한국을 넘어 뉴욕, 런던, LA 등 세계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K-뮤지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올해 국내 누적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며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 2021년에 이어 다시금 무대에 오른 김소현 손준호는 30주년 기념 공연에 서며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 2011년에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슬하에 아들 주안 군을 두고 있다.
이날 김소현과 손준호는 서로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실제 부부인 두 사람은 캐릭터로 함께 무대에 설 때 불편한 점은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소현은 "만약 저희가 김소현 손준호로 무대에 서야 한다면 항상 좋을 순 없다(웃음)"라면서 "지금은 완전히 캐릭터로 두 달 동안 열심히 하고 있다. 이 사람의 미운 점을 생각할 순간이 없다. 즉흥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부였다면 힘들 때도 있지 않았을까. 너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소현은 "손준호는 언제나 흔들림 없이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있는 배우다. 감정적으로 어렵거나 컨디션을 타는 사람이기에 상대 역으로는 너무 든든한 상대"라고 남편인 손준호를 바라봤다. 손준호는 "김소현을 평가하기엔 제가 너무 까마득한 후배"라면서도 "아무리 부부고 아내이지만 김소현은 앞으로도 평가하기 어렵다. 소현씨를 만난 후 뮤지컬을 사랑하는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 이토록 애정하고 사랑하고 푹 빠져 살 수 있구나. 그런 부분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저도 물론 이 직업을 하고 있지만 뮤지컬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 김소현씨"라며 애정을 담아 답했다.
어느덧 김소현은 '명성황후'를 만난 지 10년이 흘렀다. 처음 배역을 제안받았을 때를 떠올린 김소현은 "당시 3번 정도 거절했다. 너만의 명성왕후를 하라는 말에 어떻게 카리스마와 힘을 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지금은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다 보니 몰랐던 단어와 장면, 그땐 흘려보냈던 것들이 보인다. 그동안 제 스스로 깊이감을 만들어갔다. 어떤 한 장면이나 가사도 흘려보내지 않을 정도로 푹 빠지게 됐다. 시즌이 지날수록 배우의 깊이를 찾아간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라고 돌아봤다.
우리나라 역사의 한 순간을 무대에서 펼쳐내며 관객들과 교감을 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다. 이 감정의 무게감을 알기 때문에 김소현은 무대에 설 때마다 눈물을 흘린단다. 김소현은 '명성황후'를 두고 "세대를 뛰어넘고 성별을 뛰어넘어 한마음이 될 수 있는 공연이다. 어떤 작품이라도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다. 수천 명과 마음으로 만나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짚었다.
특히 지금의 '명성황후'는 공감을 방점 삼아 창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완성됐다. 김소현은 이 지점에 대해 "역사학자들도 명성황후에 평이 갈린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백성이여 일어나라'라는 노래는 나쁜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요즘 어린 친구들이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은데 이런 작품들이 100주년, 200주년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어린아이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말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손준호는 "기록된 것에 근거해 연기하지만 늘 인물의 감정을 고민한다. 우리의 역사다. 미화를 하자는 마음은 절대 없다. 늘 질문하면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섭정을 할 땐 아버지를 내치는 것인데 어떤 마음이었을까. 계속 질문하지만 정답은 없다"라고 연기하며 고민했던 지점을 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소현 손준호는 본지와 만나 뮤지컬 '명성황후'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후이자 시대적 갈등의 중심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에이콤 제공
연습이 마친 후 집에서도 두 사람의 고민은 지속된다. 손준호는 "혼자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집에서도 이어온다. 저희는 집에서도 고민을 가져와서 빠르게 해결한다. 그런 것들이 (부부의) 장점이다", 김소현은 "저도 장점이다. 일 말고 취미가 없다. 취미도 많은 분은 단점이 있을 것"이라면서 손준호의 손을 잡아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6일 '명성황후'는 200회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소현은 "누군가는 눈 감고도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더 질문이 많아진다. 데뷔할 땐 모든 것이 자신이 있었고 징크스도 없었다. 지금은 있는 대로 쪼그라들었다. 무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다. 한 회 한 회 관객들에게 매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철저하게 연습한다"라면서 달라진 스스로를 돌아봤다. 연기 내공이 쌓일수록 디테일에 대한 고민, 또 새로운 색깔에 대한 연구가 깊어진다. 관객들이 여전히 김소현을 사랑하는 이유다.
뒤이어 김소현은 "손준호는 무대에서 몰입을 정말 잘 한다.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보다 상대의 눈물을 자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푹 빠지게 한다"라고 다시 칭찬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얼마 전 너무 꼴 보기 싫은 날 함께 공연을 해야 했다. 1막 엔딩에서 손을 잡는데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 저도 너무 몰입돼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흘렀다. 평소에는 피 한 방울도 안 나오는데. 겨우 노래를 마쳤다. 제 데뷔 첫 상대역이었는데 많이 컸다"라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이에 화답하듯 손준호는 "김소현의 카타르시스는 우리나라 최고다. 오랜 기간동안 잘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힘이 있다. 박수받아 마땅하다. 제일 마지막 '백성이여 일어나라'에서 터트려주는 부분이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라고 말했다.
손준호는 지난 2018년, 2021년에 이어 세 시즌 연속으로 고종 역을 맡았다. 조선의 26대 왕 고종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섬세한 연기와 가슴 저린 목소리로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밤낮으로 고뇌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손준호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캐릭터를 대하는 제 마음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고종의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역사 연구 자료를 보니 유약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에 대해 연출가들과 이야기를 나눠 인물을 강하게 표현해 보기도 했다. 이번에는 소현씨와 많은 이야기를 하며 왕실의 부부를 고심했다. 이 고종 캐릭터가 어떻게 녹아들면 좋을까.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제 마음가짐이다. 이 캐릭터를 내 힘으로 바꾸려는 것보단 함께 하모니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몰입을 위해 부부가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피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케미를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 '명성황후' 그리고 '엘리자벳'으로 함께 섰다. 손준호는 "부부로서도 예뻐해주시만 작품으로도 봐주신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운이다"라고 의미를 되새겼다. 김소현은 "유독 '명성황후' 다른 작품보다 부부가 이야기하고 상의하는 장면이 많다. 제가 죽은 후 아들과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역할로 봐주시면서도 실제처럼 애틋하게 여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아들 주안 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소현은 "주안이 어렸을 땐 저를 닮았는데 크면서 아빠를 쫓아가고 있다. 멋있어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 같다. 아빠 닮았다는 말을 좋아한다. 저희 둘을 닮아서 사회생활을 잘할 것 같다. 어렸을 때 영재 판정을 받았지만 훈련시키지 않으면 없어진다.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빨리 알게 했다.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인터뷰 말미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김소현은 "오페라로 만나서 15년을 계속 뮤지컬을 하고 있다. 계속 선택 받을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합시다", 손준호는 "사랑해"라는 짧은 단어를 남겼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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