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경북 산불 지역에서 잔불을 정리하는 육군 50사단 장병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7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야간 산불 확산 모습. 연합뉴스 제공
지난 26일 경남 하동군 옥종면 잔불 진화 작업. 연합뉴스 제공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경북 산불이 213시간 만에 잡혔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화돼 열흘간 하동군, 울산시,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진 경북 산불은 14명의 인명 피해와 축구장 2600개에 달하는 산림 피해를 안겨줬다. 산림당국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산불 재발화를 막기 위한 잔불 정리에 총력을 기울이며 긴장감을 놓치 않고 있다.
30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열흘간 이어진 산청·하동 산불의 주불 진화 완료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26분 경남 산청군 시천면의 한 야산에 발생한 지 213시간 만이다. 종전 최장은 2022년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로, 당시 223시간 만에 주불을 진화했다.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불이 빠르게 인근 지역으로 확산돼 23일에는 하동 옥종면, 25일에는 진주 수곡면까지 옮겨 붙었다. 진주지역 산불의 주불은 다행히 발화 2시간 만인 당일 오후 6시 15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산청·하동 산불은 초속 13.4m에 달하는 강한 바람으로 계속 확산됐고, 26일에는 급기야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빠르게 번져갔다. 지리산국립공원 경계 산불 현장은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과 수시로 바뀌는 풍향·풍속 등으로 물이 투입해도 낙엽층 아래에 있던 불이 다시 되살아나면서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에 접근하기 위한 임도가 없었고, 작은 나무와 풀로 인해 진화 인력의 현장 투입이 쉽지 않았다.
산림당국은 전날 밤부터 인력 996명과 날이 밝자 헬기 50대, 인력 1473명을 투입해 주불 진화에 주력한 끝에 모두 껐다.
경북 산불의 영향구역은 1858㏊로, 축구장 2602개의 면적이 피해를 봤다. 한 때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4.5㎞ 떨어진 관음사 인근까지 연기가 피어 오르며 피해 확산 우려가 나왔지만, 지리산 국립공원 내 산불 피해는 123㏊로, 전체 피해 면적과 비교해 규모는 크지 않았다.
산림 당국은 주불 진화 완료와 함께 헬기 40대를 동원해 잔불 진화를 이어갔다. 잔불 정리까지 최종 마무리되려면 1주일에서 10일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열흘 간 산불이 이어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진화작업 중 불길에 고립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재민 발생도 늘어 총 2158명이 인근 대피소로 피했고, 주택 28곳과 공장 2곳, 종교시설 2곳 등 시설 84곳이 피해를 입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현지 특성상 두꺼운 활엽수 낙엽층과 높은 봉우리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임도가 없어 빠르게 산불 진화를 하지 못했다"면서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수행한 모든 분의 헌신적 노력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가 컸던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하동군 옥종면 주민에겐 1인당 3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며, 생계 유지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선 정부의 긴급복지지원과 경남도의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 주거비, 난방비 등이 차등 지원된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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