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을 유리잔에 따르고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그냥 먹기는 찝찝한데”
‘아리수’로 알려진 서울 수돗물. 식수로 마시기에 적합하단 얘기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정에서 수돗물을 식수로 택하기는 다소 꺼려진다.
이유는 특유의 ‘찝찝함’. 깨끗이 정화된다고 해도 남아있는 화학물질, 녹슨 관에서 묻어 나온 중금속 등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수돗물을 마시고 있는 이들의 생각은 ‘정반대’에 가깝다. 되레 일회용 생수 등에 비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미세플라스틱’만큼은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돗물(왼쪽)과 일회용 생수(오른쪽)를 유리잔에 따라놓은 모습. 겉모습에는 큰 차이가 없다. 김광우 기자.
사단법인 먹는물네트워크는 전국의 시민 120여명으로 구성된 시민패널단을 발족하고 ‘마시는 물 이용 및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마시는 물의 종류, 만족도 등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정수기 물을 마신다는 비중은 36.6%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수돗물을 마신다는 비중도 31.7%로 적지 않았다. 이중 수돗물을 끓이는 등 별도 처리 없이 그대로 섭취한다는 비중도 4명 중 1명에 해당했다.
아리수 1만병이 트럭에 실려 있다.[헤럴드DB]
수돗물을 섭취하는 이들의 경우 맛·냄새 등에 대한 불만족 지수가 높았다. 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만족도가 병입수(플라스틱 등 용기에 담긴 일회용 생수), 간이정수기(휴대용 정수기 등) 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통상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정화 과정에서 투입되는 각종 화학물질, 수도관을 타고 오며 함유되는 각종 중금속 등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에서도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발견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수돗물을 유리잔에 따르고 있다. 김광우 기자.
하지만 수돗물을 마시는 이들은 되레 다른 물이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쉽게 말해, 각자 현재 마시고 있는 물이 가장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4년 수돗물 먹는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돗물을 먹지 않는 이들은 수돗물의 주된 우려 사항으로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 우려(34.3%)’, ‘건강에 대한 우려(21.5%)’ 등을 꼽았다. 하지만 수돗물을 먹는 이들 중 47.2%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서울 성동구 뚝도 아리수정수센터의 약품과 부유 물질을 가라 앉히는 침전지 모습. [연합]
상반된 인식의 원인은 ‘미세플라스틱’. 일회용 생수나 플라스틱 소재의 정수기를 이용하면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위해성에서 의견이 엇갈린 셈이다.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나노미터)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의미한다.
실제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 국내 생수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사례는 흔하다. 지난해 9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수 제품 30개 중 28개(93%)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브리타, ‘글라스 저그’ [브리타 제공]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 흡수되며, 심혈관계, 호흡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세플라스틱은 토양이나 해양에 유입돼 오염을 일으킨다. 향후 여타 동물들은 물론, 인간이 섭취하는 재배 작물들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물 종류를 막론하고 ‘안전성’ 문제가 지속 거론되며, 수질 모니터링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먹는물네트워크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시는 물에 대한 우려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수질 모니터링 감시와 시민참여 확대(38.6%)’를 꼽았다.
박영선 먹는물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먹는 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감대 확산을 목표로, 정기적으로 시민인식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안전하게 물을 마시기 위한 대안들을 제안하고 사회적 감시와 소통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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