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최다 쇄빙LNG선 수주사, 한화오션
척당 5천억원...고부가 선박 LNG 대비 50%↑
미국 조선소 인수로 현지 건조 가능
[한국경제TV 배창학 기자]
<앵커>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가 LNG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주요 기업인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철강업체가 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화와도 만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다른 기업들은 예상됐는데, 한화는 왜 만나는 겁니까?
<기자> 초고부가가치 선박인 쇄빙 LNG 운반선 때문입니다.
쇄빙 LNG 운반선 1척 건조 비용은 통상 우리 돈 5천억 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 선박입니다.
높은 가격인 일반 LNG 운반선과 비교해도 값이 50% 이상 비쌉니다.
쇄빙선은 영하 50도 극지방의 얼음 바다를 부수며 항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빙하와 선체 간 마찰을 줄이기 위해 물과 공기 분사 장치가 장착되고, 더 높은 출력의 엔진과 더 큰 크기의 프로펠러 등이 탑재됩니다.
또 기존 선박보다 2배나 두꺼운 4cm 두께의 특수 철강재로 선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쇄빙선 중에서도 쇄빙 LNG 선은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쇄빙 LNG 선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건조한 기업이 바로 한화오션인데요.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쇄빙 LNG 선을 수주한 이래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21척을 수주했습니다.
<앵커> 한화오션이 쇄빙선 분야에서 만큼은 독보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건데, 미국은 왜 쇄빙선이 필요한 겁니까?
<기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마이크 던리비 주지사는 방한 기간 국내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인데요.
결국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자고 유인하는 성격이 짙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의회 연설에서 “알래스카에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 중인데, 한국, 일본 등이 파트너가 되기 위해 수조 달러씩 투자하려고 한다"라고 발언했습니다.
사실상 같이 해야만 한다고 못을 박아버린 겁니다.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1,300km 길이의 관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하고 액화해 파는 사업으로 총 64조 원 규모입니다.
성공만 하면 연간 2천만 톤에 달하는 LNG를 생산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으로 보내는 시간도 1개월에서 1주일로 대폭 줄게 됩니다.
1,300km 가스관 설치를 위해서는 바다 위 얼음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쇄빙선이 중요한 겁니다.
미국은 이미 조선업이 쇠퇴해 선박을 건조할 수 없게 된 만큼 조선 강국인 한국에 손을 내민 겁니다.
특히 쇄빙선은 해양 패권을 거머쥘 핵심 전력으로 급부상 중입니다.
러시아와 미국은 경제적, 군사적 가치가 높은 북극 항로 주도권을 놓고 오래도록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러우전쟁으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든 불이 다시 붙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러시아의 경우 30척의 쇄빙선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핵추진으로 긴 시간 작전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쇄빙선은 3척에 불과한데, 1척은 50년 넘어 노후화됐고, 다른 1척은 선상 화재로 항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40척의 쇄빙선을 투입하겠다고 시사한 거군요.
그런데 수요가 많다 보니 여러 조선사들이 필요할 텐데요,
삼성중공업도 수주 이력이 있는데 부각 받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쇄빙 LNG 운반선을 업계 용어로 전선 즉 머리부터 발까지 통으로 만든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원유 운반선인 셔틀 탱커를 쇄빙용으로 건조한 기업입니다.
특히 지난 10여 년간 러시아가 발주한 대다수의 쇄빙선 건조 사업 입찰에 참여해 한화오션과 번갈아 수주했을 만큼 기술력은 입증됐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과 달리 미국 시장 진출에 발목을 잡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삼성중공업은 쇄빙 셔틀 탱커와 달리 쇄빙 LNG 운반선의 경우 수주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 선사가 일감을 따내면 하청 형태로 선박 블록만 제작해 공급, 납품했던 겁니다.
반면 한화오션은 수주 계약을 체결해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을 수행하고 발주사에 인도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에서 운항하는 배는 미국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존스 액트 법이 문제입니다.
미 정부가 쇄빙선에 예외 조항을 적용한다고 해도 삼성중공업은 3년치 일감이 꽉 차 도크가 모자랄 지경입니다.
반면 한화는 지난해 현지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올해 현지 사업장이 있는 오스탈 지분을 매수해 존스법의 요구 사항을 충족한 상황입니다.
HJ중공업도 국내 최초의 쇄빙선인 아라온호를 건조한 업체지만 상업용보다는 군용 또는 연구용에 특화됐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화요션이 쇄빙선 수혜를 한 몸에 받게 되는 건가요?
<기자> 마냥 장밋빛 전망은 아닐 겁니다.
시장성이 불투명한 데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사업비가 불어날 수 있습니다.
엑손모빌과 같은 굴지의 기업들도 10여 년 전 알래스카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바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에도 사업이 추진된 바 있는데, 중국마저 수년 만에 짐을 싸들고 돌아갈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한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사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낮은 프로젝트"라고 혹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사업에 동참만 하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장관도 지난 방미 기간 미국이 군함, 탱커, 쇄빙선을 묶어 주문하면 해당 물량을 우선 제작하겠다고 제안하며 힘을 실어줬습니다.
<앵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배창학 기자 baechangha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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