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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한강 작가‘들’의 소설을 읽어드립니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4
2024-11-05 06:31:4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한국 독자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됐다.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합쳐 한강 작가가 펴낸 책 11권을 살폈다. 각자가 그의 대표작을 꼽아볼 수 있는 기회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xv8nO7A8Z2">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1" data-type="photo" dmcf-pid="yj39nyP3H9"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한 독자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책들을 두 손 가득 들고 있다.ⓒ시사IN 조남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238lfpb.jpg" data-org-width="1280" dmcf-mid="BkDDG8CnX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238lfpb.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한 독자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책들을 두 손 가득 들고 있다.ⓒ시사IN 조남진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WA02LWQ0XK" dmcf-ptype="general"> <p>한국 독자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모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됐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남긴 기쁨 중 하나다.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한강 작가는 1995년 〈여수의 사랑〉을 시작으로 2021년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책 17권을 냈다. 11권이 소설이고 네 권은 동화책, 한 권은 산문집(절판), 한 권은 시집이다.</p> </div> <div dmcf-pid="YC2ew0g2Zb" dmcf-ptype="general"> <p>약 30년 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낼 때 ‘작가의 말’에서 ‘이 길뿐일까, 하는 끈질긴 의문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던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펴내며 이렇게 썼다.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 되돌아 나가기에는 너무 깊이 들어왔다고 고백하던 신인 작가가 이제는 다음을, 또 그다음을 의심하지 않고 써 내려가고 있다.</p> </div> <div dmcf-pid="GhVdrpaV5B" dmcf-ptype="general"> <p>소설집과 장편소설을 합쳐 한강 작가가 펴낸 책 11권을 살폈다. 지난해 장편소설 한 편과 단편소설 두 편, 시와 산문까지 작가가 직접 골라 한 권으로 묶은 〈디 에센셜 한강〉을 펴내며 작가는 이렇게 썼다. ‘예전의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이기보다 닮은 사람(들)이다. 교정지를 읽는 동안 그 사람(들)과 묵묵히 함께 있는 것 같았다.’ 여기 한강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각자가 그의 대표작을 꼽아볼 수 있는 기회다. 모국어로 쓰였기 때문에 빠르게, 가능한 일이다.</p> </div> <h3 dmcf-pid="HlfJmUNf5q" dmcf-ptype="h3"><span><strong>■ 어두운 청춘의 세계</strong><br>〈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span></h3>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2" data-type="photo" dmcf-pid="XJGUQOKGZz"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530sawk.png" data-org-width="250" dmcf-mid="bEss5xvaH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530sawk.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ZiHuxI9HY7" dmcf-ptype="general"> <p>첫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 초판본 날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젊은 날의 상실과 방황을 진지하고 단정한 문체로 그려 보이고 있는 시정 어린 작품집.’ 그 표현대로 소설에는 무언가 상실하거나 결핍된 젊은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표제작인 ‘여수의 사랑’은 자취방을 함께 쓸 사람을 찾던 정선이 자흔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p> </div> <div dmcf-pid="5atbJv8tZu" dmcf-ptype="general"> <p>정선의 고향이 여수라는 걸 알자 ‘우울한 얼굴에 환희에 찬 경련이 일어날 만큼 반가움을 표시’한 자흔은 틈만 나면 여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어 한다. 막상 자흔에게 고향을 묻자 인천이라고 했다가 전주, 남원, 삼례, 곡성까지 언급한 다음, 사실은 여수라고 답한다. 결벽증이 심한 정선이 자흔에게서 풍겨오는 여수의 냄새를 견딜 수 없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달라진다.</p> </div> <div dmcf-pid="1NFKiT6FZU" dmcf-ptype="general"> <p>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때 동네 형들에게 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 인규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질주’, 술만 취하면 야간 열차를 타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막상 열차에 오르는 건 거부하는 동걸을 친구의 시선에서 따라간 ‘야간 열차’, 아버지가 사라진 뒤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동식과 동생 동영,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등단작 ‘붉은 닻’까지 소설 총 7편이 담겨 있다.</p> </div> <div dmcf-pid="tj39nyP3Hp" dmcf-ptype="general"> <p>초판본에서 김병익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가 ‘신세대’에 속할 20대 중반이지만 ‘여수의 사랑에 묶이는 그의 작품들은 전혀 신세대적이지 않다’고 해설했다. ‘그 또래 소설이라면 자연스럽게 나올 팝이나 비디오, 영화나 만화가 전혀 비치지 않고 섹스는커녕,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도 없다. (···) 오히려 그의 아버지 세대가 지금의 그의 나이로 살았을 60년대, 혹은 그 이전의 시대에 속해 있을, 어둡고 간난스럽고 한스러운 세계이다.’ 그의 말대로 대중문화의 전성기가 시작되던 1990년대, 정선과 자흔, 인규, 동식은 젊은 나이임에도 과거를 끌어안고 ‘존재 자체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며 버텨나간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3" data-type="photo" dmcf-pid="FatbJv8tY0"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752dbsp.png" data-org-width="250" dmcf-mid="Knll0JGkG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752dbsp.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3NFKiT6FX3" dmcf-ptype="general"> <p>등단 후 3년간 집필에 몰두한 〈검은 사슴〉은 한강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잡지사 기자 인영은 어느 날 한낮의 도심에서 발가벗은 채 도로를 달리던 옆 건물 제약회사 직원 의선을 목격하고 그와 함께 살게 된다. 의선을 본 인영의 후배 명윤은 한눈에 그와 사랑에 빠진다. 갑자기 사라진 의선을 찾기 위해 명윤과 인영은 그가 있으리라고 짐작되는 강원도 폐광촌 황곡으로 취재를 빌미로 떠난다.</p> </div> <div dmcf-pid="0j39nyP3YF" dmcf-ptype="general"> <p>검은 사슴은 환상 속 짐승이다. 평생 한 번이라도 하늘을 보는 게 소원인 짐승으로, 햇빛을 원할수록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 제목이 암시하듯 소설 자체도 어두운 분위기다. 백지은 문학평론가는 ‘한강의 시선이 오래 머문 쪽은 대개 밝음보다 어둠이었다’며 검은 사슴은 ‘오랫동안 작가가 무겁게 지녔었던 바로 그 어둠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저마다 사연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좇다가 결국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토록 어두운 이곳은 인간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인가. 이곳에서 인간의 삶은 어떻게 의미 있을 수 있는가.’</p> </div> <h3 dmcf-pid="pD78NXe7Zt" dmcf-ptype="h3"><span><strong>■ 파일명 ‘고통 3부작’</strong><br>〈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span></h3>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4" data-type="photo" dmcf-pid="Uwz6jZdzH1"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961btkw.png" data-org-width="250" dmcf-mid="9811VEuS1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39961btkw.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urqPA5Jqt5" dmcf-ptype="general"> <p>〈채식주의자〉를 쓰기 10년 전 한강 작가는 단편소설을 하나 썼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한 여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이 되고, 함께 살던 남자는 그녀를 화분에 심는 이야기’였다. 언젠가 그 변주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게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모티프가 된 소설을 표제작으로 한 소설집이 〈내 여자의 열매〉다. 화자는 남편으로, 계속해서 멍이 늘어가는 아내의 몸이 급기야 둔탁한 녹색으로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인물이다. 그에게 결혼 생활은 ‘모든 것이 적당히 덥혀진 욕조의 온수’처럼 따뜻했으나 점차 말수를 잃고 햇빛만 갈망하는 아내의 변화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5" data-type="photo" dmcf-pid="74IHbj3I5Z"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0212lvid.png" data-org-width="250" dmcf-mid="2zddrpaVY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0212lvid.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z8CXKA0C5X" dmcf-ptype="general"> <p>〈그대의 차가운 손〉은 한강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인체를 석고로 직접 떠서 작품을 만드는 라이프캐스팅 기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 장운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와 장운형은 그저 얼굴만 아는 사이인데 그가 실종되자 누나가 찾아와 내게 사라진 이유를 묻는다. 장운형은 왜 그런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을까? 특히 손에 몰두하게 된 이유는</p> </div> <div dmcf-pid="qZdcyVsd1H" dmcf-ptype="general"> <p>무엇일까? 문득 떠오르는 질문을 좇다 보면 예술가 내면의 지극한 고독과 만날 수 있다.</p> </div> <div dmcf-pid="B5JkWfOJ5G" dmcf-ptype="general"> <p>작가가 파일명에 ‘고통 3부작’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던 작품이 〈채식주의자〉다. 3부로 구성된 장편소설이다. 1부 ‘채식주의자’는 아내 영혜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녀를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남편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환경 때문도, 건강 때문도 아닌 꿈 때문에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 영혜를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이 처가에 이 사실을 알리고, 폭력적인 장인이 가족들 앞에서 강제로 딸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고 한다. 영혜는 그들 앞에서 손목을 긋는다.</p> </div> <div dmcf-pid="b1iEY4IiYY" dmcf-ptype="general"> <p>2부 ‘몽고반점’은 비디오 아티스트인 영혜의 형부 시선에서 그려진다.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부터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 ‘내’가 그녀를 찾아가 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모델을 세우는 걸 넘어, 스스로도 모델이 되기를 자처한다. 한강 작가는 ‘몽고반점’으로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명이던 김성곤 문학평론가는 ‘삶과 예술의 관계를 천착하는 중후한 주제와 참신한 소재로 독자들의 지적 기대에 부응한다’고 평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6" data-type="photo" dmcf-pid="KdYpPsbYZW"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0605rshi.png" data-org-width="250" dmcf-mid="VzS1VEuS5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0605rshi.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9JGUQOKG1y" dmcf-ptype="general"> <p>3부 ‘나무 불꽃’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를 돌보는 언니 인혜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음식을 거부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영혜는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하며 물구나무를 선다. 〈채식주의자〉를 두고 기이하고 탐미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개정판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한강 작가는 이 작품에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고 말한다. ‘세간의 관심도 오해도 뜨겁고 날카로워, 혼자서 이 소설을 써가던 순간들의 진실과 동떨어진 것이 되어버린 듯 느낀 때도 있었다.’ 책이 출간된 뒤 보수 성향 단체들에 의해 ‘유해도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한강 작가는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p> </div> <h3 dmcf-pid="2iHuxI9HZT" dmcf-ptype="h3"><span><strong>■ 꿈에서 시작되거나 꿈꾸는 이야기 </strong><br>〈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노랑무늬영원〉</span></h3>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7" data-type="photo" dmcf-pid="V8CXKA0CGv"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0884ouxr.png" data-org-width="250" dmcf-mid="fyiEY4IiX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0884ouxr.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f6hZ9cphXS" dmcf-ptype="general"> <p>한강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는 꿈, 눈, 나무, 새, 귀밑머리 등이 있다. 많은 작품에 빠지지 않는 것은 단연 꿈이다. 〈바람이 분다, 가라〉도 꿈으로 시작한다. 우는 동안 투명해지던 새에 대한 꿈이다. 촉망받는 화가 서인주는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죽는다. 어릴 때부터 인주와 친구였던 주인공 정희는 인주가 자살할 리 없다고 믿지만 미술평론가 강석원은 젊은 여성 화가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짓고 신화화 하려고 한다. 정희는 인주가 왜 미시령 고개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왜 자살이 아닌지 파헤치기 위해 인주의 주변 인물을 만나기 시작한다.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투쟁에 가까울 정도로 과거를 직면한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8" data-type="photo" dmcf-pid="4Pl52kUlZ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1168yqpd.png" data-org-width="250" dmcf-mid="4R2ew0g2X6"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1168yqpd.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8Pl52kUlGh" dmcf-ptype="general"> <p>희랍어 수업을 듣는 여자와 희랍어 가르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희랍어 시간〉은 한강 작가 특유의 문체가 특히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여자는 말을 잃어가는 중이고 남자는 하루하루 빛(시각)을 상실하고 있다. 그녀가 말을 잃은 원인을 유년기 체험에서 찾아내려는 심리치료사가 묻는다. “최초로 꾸었던 꿈을 혹시 기억합니까?” 남자가 얼굴로 달려드는 새를 피하려다 학원 건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여자가 그를 발견하면서 ‘소멸하던’ 두 사람은 소통하기 시작한다. 수천 년 전에 죽은 언어, 그 복잡한 문법체계가 오히려 안전한 방처럼 느껴졌다는 남자와 양육권을 빼앗기고 희랍어로 시를 쓰는 여자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 무척 들어맞는 작품이다. 말을 잃은 화자의 침묵을 언어로 묘사하는 아이러니,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작가가 해낸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69" data-type="photo" dmcf-pid="6QS1VEuSHC"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1412ysfj.png" data-org-width="250" dmcf-mid="88jItRyjY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1412ysfj.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P9ry7o5rZI" dmcf-ptype="general"> <p>소설집 〈노랑무늬영원〉의 표제작에도 꿈이 등장한다. 현영은 안개 낀 새벽길을 달리다가 자동차 앞으로 검은 개가 뛰어들어 급회전하는 꿈을 자주 꾼다. 실제로 그렇게 사고를 당한 그녀는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어느 날 동창이 사는 동네 사진관에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거길 찾아가면서 아주 오래전 산을 등반하다 만난 한 남자를 기억하게 된다. 노랑무늬영원은 동창의 아들이 도마뱀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이 소설집에는 유독 아픈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회복하는 인간’에도 두 발목에 화상을 입은 ‘당신’이 나온다. 발목이 삐어 찾아간 한의원에서 뜸을 놔줘 화상을 입은 당신은 얼마 전 죽은 언니에 대해 생각한다. ‘훈자’에서는 아이가 다친다. 시간강사 남편 대신 가계를 꾸리고 아이도 키워야 하는 여자가 파키스탄 동북쪽 산간지방의 오지, 훈자에 대해 생각하는 걸 멈추지 못하는 사이 아이 발목의 인대가 늘어났다. 여기에 묶인 7편 원고는 청탁을 받지 않고 쓴 소설들이다. ‘혼자서 써놓고는 서랍에 넣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열어 조금씩 고쳤다. 그렇게 한 편 쓸 때마다 여러 달 시간을 들여서인지, 책 전체에 나 자신이 묻어나는 느낌이다’라고 작가는 회상한다.</p> </div> <h3 dmcf-pid="Q2mWzg1mGO" dmcf-ptype="h3"><span><strong>■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소설</strong><br>〈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span></h3> <div dmcf-pid="xVsYqatsXs" dmcf-ptype="general"> <p>2012년 겨울, 한강 작가는 내면의 투쟁을 치르고 있었다. ‘인간의 잔혹함을 증거하는 자료들’과 ‘인간의 존엄을 증거하는 자료들’ 사이에서 분열을 겪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설로 다루기로 결심하면서부터다. 그 흔적이 책에 이런 구절로 남아 있다.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소설 쓰기를 포기하려던 순간 작가는 끝까지 광주 도청에 남았던 스물여섯 살 청년의 마지막 일기를 읽고 생각을 바꾼다. ‘어떻게든 폭력에서 존엄으로, 그 절벽들 사이로 난 허공의 길을 기어서 나아가는 일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70" data-type="photo" dmcf-pid="ytnDG8Cn1m"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1740dapz.png" data-org-width="250" dmcf-mid="6V6LIzc6H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1740dapz.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WFLwH6hLHr" dmcf-ptype="general"> <p>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일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그 자리에서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묻는다.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 구는 게 의아했다. 동호가, 밤이 되기 전 도청에서 나오겠다는 동호의 말을 믿은 가족들이, 총알이 관통한 자신의 옆구리를 생각하는 시신이, 모나미 볼펜으로 고문을 당한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강 작가는 이 책에서 그가 오래 붙들고 있던 질문을 비교적 선명한 문장으로 던진다.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71" data-type="photo" dmcf-pid="Y3orXPloGw"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2003inwd.png" data-org-width="250" dmcf-mid="P66LIzc6H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2003inwd.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G6hZ9cphGD" dmcf-ptype="general"> <p>한강 작가는 〈흰〉으로 다시 한번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흰’은 희다는 의미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모국어에서 흰색을 말할 때, ‘하얀’과 ‘흰’이라는 두 형용사가 있다. 솜사탕처럼 깨끗하기만 한 ‘하얀’과 달리 ‘흰’에는 삶과 죽음이 소슬하게 함께 배어 있다.’ 시 같기도, 산문 같기도 한 이 소설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 처음으로 한 일이 목록 만들기였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등의 단어가 그 목록이다. ‘달떡처럼 희고 어여뻤던 아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도시의 95%가 파괴되어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어떤 도시의 풍경으로 이어지고, 읽는 내내 그렇게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2372" data-type="photo" dmcf-pid="HPl52kUl1E"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2272abwk.png" data-org-width="250" dmcf-mid="QP8nO7A8H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1/05/sisain/20241105062742272abwk.pn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XFLwH6hL5k" dmcf-ptype="general"> <p>〈작별하지 않는다〉는 〈소년이 온다〉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같다. 실제 한강 작가처럼 5월 광주에 대해 소설을 쓴 작가 경하가 친구 인선의 고향 제주를 찾으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다. 예전 직장에서의 인연으로 친구가 된 인선은 제주 중산간에서 목수가 되었는데 어느 날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해 서울 병원으로 실려온다. 그가 경하에게 자신의 앵무새를 돌보아줄 것을 당부해 급하게 제주로 떠난다. 눈보라를 헤치며 인선의 집에 다다른 경하는 거기서 70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친구의 가족사를 마주하게 된다. 4·3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의 첫 페이지를 쓴 날부터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소년이 온다〉와 마찬가지로 ‘압도적인 고통’ 속에서 썼다. 소설이 되기 전 그의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소설, 절반 죽어 있던 사람들이 생명을 얻는 소설, 바다 아래에서 촛불을 켜는 소설.’</p> </div> <p dmcf-pid="Z3orXPlo1c" dmcf-ptype="general">임지영 기자 toto@sisain.co.kr</p> <div dmcf-pid="50gmZQSgYA" dmcf-ptype="general">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span>구독</span>] <b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span>후원</span>] <br>©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iv>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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