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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정상성이라는 ‘유해한 환상’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35
2024-06-07 07:09:5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정신건강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 치료가 아니라 과소 치료다. 〈정상은 없다〉를 쓴 그린커 교수는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더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한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qkgfmrXDXV"> <div dmcf-pid="BWhgZXKGt2" dmcf-ptype="general"> <p><span>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얻자 정신질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서번트 증후군’ ‘낙인’과 같은 용어가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정신질환은 사회적으로 낯설고 어려운 문제다. 사람들은 쉽사리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터놓고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해서다. </span></p> </div> <div dmcf-pid="bYla5Z9H59" dmcf-ptype="general"> <p><span>로이 리처드 그린커 조지워싱턴 대학 교수는 2022년에 쓴 책 〈정상은 없다〉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그는 증조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모두 정신과 의사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정신과 의사와 결혼한 인류학자다. 주된 관심사는 낙인이다. 부계 조상들이 깊이 관여한 미국 정신의학의 역사를 훑으며, 그린커 교수는 정상과 비정상이 어떻게 ‘창안’되었는지 고찰한다. 그는 자폐증 딸을 키운 아버지이기도 하다. 정신건강 분야 중 특히 자폐증 관련 연구에 매진한 까닭이다. </span></p> </div> <div dmcf-pid="Kp5sqzRuGK" dmcf-ptype="general"> <p><span>‘지한파’ 학자인 그린커 교수는 책에서 한국전쟁 트라우마를 다루기도 한다. 한국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한 적도 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한 한국 드라마에도 밝다. 방한한 그린커 교수가 5월10일 〈시사IN〉 편집국을 찾았다. 과거 공동연구를 진행한 조경진 고려사이버대 교수(보건의료학부)가 묻고, 그린커 교수가 답했다. 사회적 트라우마를 부른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을 언급하며 그린커 교수는 “공감과 보살핌이야말로 고통을 완화하는 데에 핵심”이라고 말했다.</span><span> </span></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99610" data-type="photo" dmcf-pid="9U1OBqe7tb"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5월10일 로이 리처드 그린커 교수(왼쪽)와 조경진 고려사이버대 보건의료학부 교수가 <시사IN>에서 만났다. ⓒ시사IN 신선영"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6/07/sisain/20240607070350543dvuz.jpg" data-org-width="1280" dmcf-mid="u4GT4fg2H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6/07/sisain/20240607070350543dvuz.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5월10일 로이 리처드 그린커 교수(왼쪽)와 조경진 고려사이버대 보건의료학부 교수가 <시사IN>에서 만났다. ⓒ시사IN 신선영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2utIbBdztB"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정상은 없다〉는 정신질환과 낙인에 대한 책이다.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나?</strong></p> </div> <div dmcf-pid="VIDRvSphtq"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사람이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간다. 진단과 처방을 받고 치료를 통해 낫는다. 팔이 부러지면 깁스를 하고, 암에 걸리면 항암제를 투여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정신질환은 치료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단받고 나서는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적극 치료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질환 진단은 두 번 내려진다고 볼 수도 있다. 첫 번째는 의사의 진단이고, 두 번째는 사회가 병에 대해 내리는 판단이다. 사회는 왜 병을 판단하고, 이 판단은 정신질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어야 한다. 환자 회복에 도움이 안 될뿐더러 질병을 터부시하는 사회문화적 관행을 드러내고자 했다. 우리 두 사람 다 인류학자로서 잘 알듯 병을 규정하고 해석하는 것은 다분히 사회문화적 과정이다. 고정불변이 아니다.</p> </div> <div dmcf-pid="fCweTvUltz"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책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생성한 주된 요인으로 자본주의를 꼽았다. </strong></p> </div> <div dmcf-pid="4hrdyTuSY7"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자본주의가 태동할 때 강조한 특정 가치가 있다. 농경사회의 기반이 무너지면서 도시화가 진행되고 많은 사람이 임금노동자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을 해야 한 사람으로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생산하지 못하거나,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노약자, 정신질환자 등은 ‘문제 있는 사람’이 됐다. 영국·프랑스 최초의 정신병원(asylum·수용소)은 미친 사람이나 범죄자만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 자립적이지 않고 생산능력이 없는 이들 전반을 수용했다. 일하지 않는 사람 수백,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모이자 의사와 과학자들은 피수용자들을 분류하기로 했다. 이게 정신질환의 ‘발명’으로 이어졌다.</p> </div> <div dmcf-pid="8yCoXHbYYu"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책에서 정상이라는 범주의 탄생 과정을 썼다. </strong></p> </div> <div dmcf-pid="6WhgZXKG5U"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흥미롭게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상’이라는 개념은 매우 최근에 만들어졌다. 우리는 비정상적이지 않고, 아프지 않고, 이상하지 않은 것을 정상이라고 본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서유럽과 미국에서 정상(normal)이란 그저 ‘평균’을 의미하는 수학적 용어에 불과했다. 누구도 정상이 되고, 평범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이 평범함이,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이 되었다. 그래서 의사와 과학자들이 모여 정상이 무엇인지 밝혀내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의 영향 없이 무엇이 정상인지 결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1942년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정상적 미국 남성’의 특징을 규명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 남학생을 표본으로 삼았다. 같은 시기에 나온 ‘노마(Norma)와 노먼(Norman)’ 프로젝트도 있다. 의사와 예술가가 정상적 미국 남녀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1만5000명의 신체를 측정했다. 이들 모두 백인이었다. 말하자면 정상성이란 엘리트의 이미지와 겹치는 것이 됐다.</p> </div> <div dmcf-pid="PYla5Z9HHp"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정신의학이 미국에서 자리 잡은 역사적 과정을 다뤘다. 조부 로이 리처드 그린커 1세가 큰 역할을 했던데. </strong></p> </div> <div dmcf-pid="QyCoXHbYX0"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할아버지가 처음 정신과 의사가 되려 했을 때 이 직업은 지위가 낮았다. 정신과 의사란 정신병자를 시설에 가두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정신분석학이 등장했다. 모든 사람이 감정적으로 고통받고 있고, 그것이 일반적 현상이며, 100%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만든 새로운 이론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목표가 ‘사람들을 정상적 수준에서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도 삶의 일부라고 본 것이다. 전쟁과 정신분석이 교차하자, 정신의학은 정신병원에서 일반 대중으로 영역을 넓혔다. 할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의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군인들을 만났다. 그들이 겪는 어려움 중 일부는 개인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 때문이라며 수치심과 낙인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p> </div> <div dmcf-pid="xWhgZXKG13"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전쟁 신경증’ ‘걸프전 증후군’ 등 모든 전쟁이 고유한 증후군을 동반했다. </strong></p> </div> <div dmcf-pid="yJQUgoCnHF"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제1차 세계대전 후 병사들은 정서적 고통을 몸으로 겪었다. 한국인은 이 증상을 잘 안다. ‘화병’이라는 개념이 있지 않나? 스트레스나 분노가 소화불량, 배탈 같은 증세로 표출되는 것이다. 신체로 정서적 고통이 표출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러한 증상이 정당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우울하다‘라거나 ’불안하다’는 게 실재하는 고통의 증상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반면 현기증, 실어증, 난청과 같은 것은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람이 경험하는 증상은 그가 속한 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따른다. (제1차 세계대전 때와 달리) 제2차 세계대전 때 의사들은 병사들에게 어지럽거나 배가 아픈지 묻는 게 아니라,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기분이 어떤지’ 물었다.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증상이 표현되는 방식을 만들어간 것이다. 흥미롭게도 두 전쟁에서 벌어진 똑같은 정서적 고통이, 20세기 초반과 중반 변화한 사회적 환경에서 매우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p> </div> <div dmcf-pid="WixuaghL1t"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코로나19 팬데믹은 정신질환을 악화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개인보다 사회적 배경을 살피는 경향이 높아졌다. </strong></p> </div> <div dmcf-pid="YnM7Nalot1"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팬데믹 속 정서적 스트레스나 고통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팬데믹이나 전쟁 같은 위기 상황을 보면, 낙인을 줄이는 경로는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 여건에 따라 낙인은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일본에서 우울증이 뇌 질환으로 여겨지자 낙인을 두려워한 일본인들은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으려 했고 우울증 환자가 줄었다. 그러나 20세기 말 일본에서 우울증은 극심한 경쟁, 노부모 부양, 부동산 폭등, 과도한 업무와 입시 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하는 흔하고 수용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 사람들은 우울증이 발생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었기에 우울증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개인이 비난받을 때 낙인은 증가한다. 사회가 책임 일부를 받아들이면 낙인은 감소한다.</p> </div> <div dmcf-pid="GLRzjNSgG5"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책에서 발달장애, 자폐증을 다뤘다. </strong></p> </div> <div dmcf-pid="HU1OBqe7tZ"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딸이 자폐증이 있다. 내가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가족의 계보였고, 자폐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 이유는 딸 이저벨이다. 이전 연구나 전작 〈낯설지 않은 아이들〉을 쓰면서 발견한 사실이 있다. 정의나 연구 방식, 낙인의 정도에 따라 (한 집단의) 자폐증 비율은 극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오늘날 자폐증은 이전보다 더 흔한가?’라는 질문은 답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정신건강 역사에서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는, (정신질환) 진단이 살아가는 데에 유용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질환자 증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자폐증 진단이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되자 이 진단을 받는 이가 늘어났다.<br>지난 5월9일 서울대 강연에서 한 학생이 “요즘 젊은 세대에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 사람이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우리가 윗세대보다 더 아프거나 더 약해졌다는 뜻일까?”라고 물었다. 나는 “여러분이 진단을 받고 약을 먹거나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있다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건 큰 진전이다”라고 말했다. 정신건강의 가장 큰 문제는 과잉 치료가 아니다. 과소 치료다. 병원에 너무 늦게 가는 게 문제다. (오늘날) 사람들이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앓고 있거나 더 약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치료를 받고 있기에 강해졌고,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99611" data-type="photo" dmcf-pid="XutIbBdzY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뤘다. ⓒENA 갈무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6/07/sisain/20240607070350806cvpm.jpg" data-org-width="1280" dmcf-mid="7XHy84aVH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6/07/sisain/20240607070350806cvpm.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뤘다. ⓒENA 갈무리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Z7FCKbJqYH"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굿닥터〉 주인공은 자폐증이었지만, 동시에 의사나 변호사였기에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비판이 있다. 미디어가 지속적 지원이 필요한 다른 자폐증 환자들을 보이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strong></p> </div> <div dmcf-pid="5hrdyTuSYG"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 </strong>꼭 그렇지는 않다. 가령 〈사이코지만 괜찮아〉나 〈말아톤〉 등장인물들은 서번트(특정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능력이 뛰어난 발달장애인)가 아니다. “저건 내 아이가 아니야” “모든 사람이 저렇지는 않아”라고 말하기 쉽지만, 미디어의 재현이 으레 그렇지 않나? 나는 좋은 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증을 스펙트럼으로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이 대목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스펙트럼에 놓여 있다는 생각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뤄서, 교육적 가치도 매우 높다.<br>다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개념이 너무 포괄적 용어가 된 건 문제다. “내 가족이 자폐증이야”라는 말이 그가 24시간 돌봄 시설에 있다는 뜻일 수도, 〈사이언스〉 편집장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최근 홀든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이 자신의 자폐증을 밝혔다).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폐인에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들이 단지 종류가 다른 인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나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자폐증 자체가 장애가 아니라고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폐증 환자는 분명 불안과 의사소통 문제, 우울증 등 여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나는, 고통받고 있는 건 고통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정신)이상이라고 부르든, 신경다양성이라고 부르든, 외계인이라고 부르든 그리 중요치 않다.</p> </div> <div dmcf-pid="1lmJWy7v5Y"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정신질환에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제 중 하나다. </strong></p> </div> <div dmcf-pid="tSsiYWzT1W"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맞다.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치료를 받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조현병 증상이 처음 나타날 때부터 병원에 가기까지는 평균 1년 반 정도가 걸린다. 다리가 부러지면 치료받으려고 74주를 기다리겠나? 암에 걸렸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시도하면서 정신질환에 대해선 부작용을 우려한다. 전기경련치료(ECT·뇌에 전기자극을 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요법)가 좋은 예시다. ECT는 가장 낙인이 심한 치료법이지만, 다른 치료법이 효과가 없을 때는 문자 그대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어릴 때 할아버지의 정신병원에서 청소와 서류 정리 등을 하면서 목격했다. 움직일 수 없으며 죽음을 앞둔 것처럼 보이던 여성이 ECT를 하고, 2주쯤 뒤에는 소파에 앉아 팝콘 먹으며 TV를 보더라. 부작용이 있었냐고? 아마 기억력에 부작용(ECT는 종종 기억상실을 동반한다)이 있었겠지만, 사망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미디어에 나오는 ECT의 이미지는 실제와 너무 달라서 걱정스럽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99612" data-type="photo" dmcf-pid="FVqYP6j41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2014년 4월17일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6/07/sisain/20240607070351076bbka.jpg" data-org-width="1280" dmcf-mid="zra4smZwX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6/07/sisain/20240607070351076bbka.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2014년 4월17일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3fBGQPA8tT"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더 많은 사람이 정신과 의사를 만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치료가 정말 이루어지는지,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strong></p> </div> <div dmcf-pid="04bHxQc6Hv"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아주 큰 질문이다. 삼풍백화점 참사나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도 함께 떠오른다. 참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심리 치료와 정신의학은 약과 의사, 치료법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 지지다. 공감과 보살핌이 있는 지역사회에 살고 있다면 원하는 모든 종류의 약과 모든 의사를 동원할 수 있다. 지지가 없다면 결과는 나쁘다. 조현병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 연구 결과가 좋은 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조현병은 거의 같은 비율로 발병한다. 그런데 일부 사회에선 정신증 삽화(특정 문제 상태가 지속되는 것)가 더 적게 일어난다. 함께 모여 살고 공동 가족을 이루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더 잘 지낸다. 인도나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조현병의 양상이 더 낫고, 런던이나 워싱턴 DC 같은 곳에서는 더 나쁘다.</p> </div> <div dmcf-pid="p7FCKbJqXS"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딸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strong></p> </div> <div dmcf-pid="Uz3h9KiBZl"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딸 이저벨은 32살이다. 과학 실험실에서 동물 관리사로 일하며 생쥐와 아기 돼지를 돌본다. 별것 아닌 일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이저벨은 분명 자폐인이다. 하지만 탄력성과 회복력이 있다. 때때로 정말 행복해 보이고 반려견에게 큰 애착이 있다. 자폐증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는 딸 덕에 참 많은 걸 얻었다. 딸을 상상 속의 정상인과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다른 정상인 아이와 같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이저벨이 과거 어떤 아이였는지 떠올리고, 그에 비해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까지 성장해왔음을 본다. 이보다 기쁜 일은 없다. 딸을 통해 정상성이란 건 유해한 환상임을 알게 된다.</p> </div> <div dmcf-pid="uq0l29nbZh"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우리 두 사람 모두 인류학자다. 정신질환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다룰 때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strong></p> </div> <div dmcf-pid="7q0l29nbYC"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인류학자의 장점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학자는, 세상이 꼭 지금의 방식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안다. 인간은 무한한 창의력을 가졌고,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세상은 원래 이 꼴이니 그냥 받아들이자”보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 힘이 있다”라는 인류학자의 말이 사회에는 힘이 된다. 아마 낙인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무언가를 부정적으로 보겠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항상 질병으로 사망한다. 그래도 치유를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p> </div> <div dmcf-pid="zBpSV2LKHI" dmcf-ptype="general"> <p><strong>조경진: 의사 외에도 모든 구성원이 함께해야겠다.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일이다.</strong></p> </div> <div dmcf-pid="qbUvfVo9XO" dmcf-ptype="general"> <p><strong>그린커</strong>: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진부하다는 걸 안다. 그런데 가장 진부한 문구에 진실이 담겨 있기도 하다.</p> </div> <p dmcf-pid="B0Zmz7MUGs" dmcf-ptype="general">정리·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p> <div dmcf-pid="bp5sqzRuXm" dmcf-ptype="general">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span>구독</span>] <b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span>후원</span>] <br>©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div>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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