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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개똥과 거리 두기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54
2024-04-10 19:45:47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Y0E0e5Sgtb"> <p dmcf-pid="GpDpd1vaZB" dmcf-ptype="general">[노순택의 풍경동물]</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HO6OUDLKYq"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초롱아, 미안해. 네가 똥 누는 모습을 민망하게 지켜봤구나. 너는 초대형 주한미군기지 확장 탓에 사라진 마을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태어난 ‘개 대추리’의 아들. 늙은 농부들이 강제로 쫓겨날 때 네 엄마도 쫓겨났지.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듯,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동물 또한 없는지 모르겠다. 2011년 전북 군산 옥봉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0/hani21/20240410194304525zhbr.jpg" data-org-width="970" dmcf-mid="WYiW2lEQG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0/hani21/20240410194304525zhb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초롱아, 미안해. 네가 똥 누는 모습을 민망하게 지켜봤구나. 너는 초대형 주한미군기지 확장 탓에 사라진 마을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태어난 ‘개 대추리’의 아들. 늙은 농부들이 강제로 쫓겨날 때 네 엄마도 쫓겨났지.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듯,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동물 또한 없는지 모르겠다. 2011년 전북 군산 옥봉리. </figcaption> </figure> <p dmcf-pid="XIPIuwo9tz" dmcf-ptype="general">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유세를 이어가던 집권여당의 대표가 시민들을 모아놓고 흥미로운 말을 했다.</p> <p dmcf-pid="ZbCbauXD57" dmcf-ptype="general">“여러분, 정치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삶을 모두 바꿀 수 있기 때문이죠. 정치를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인 거지, 정치 자체에는 죄가 없습니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하러 나왔습니다.”</p> <p dmcf-pid="5KhKN7ZwYu" dmcf-ptype="general">현장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뉴스를 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치에는 죄가 없지. 정치를 돈으로 바꿔 말해도 되겠네. 돈이 무슨 죄겠어. 돈을 개같이 벌고 개같이 쓰는 사람이 문제지, 안 그래?</p> <p dmcf-pid="19l9jz5rXU" dmcf-ptype="general">정치를 법 또는 법기술로 바꿔봐도 말이 매끄러웠다. 법이 무슨 죄인가. 법을 개같이 쓰는 사람이 문제지, 법 자체에는 죄가 없다. 의술은 안 그런가. 의술을 개같이 쓰는 사람이 문제지, 의술 자체에 무슨 죄가 있겠는가. 정치도 법도 의술도 그의 말마따나 우리의 “삶을 모두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사람이 문제이기에 죄가 없었다.</p> <p dmcf-pid="t0E0e5Sg1p" dmcf-ptype="general">하지만 찜찜했다. 정치와 법과 의술에는 정말 죄가 없는가. ‘개 같은 사람’만이 문제란 말인가. 나는 어떤 정치와 법과 의술에는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 같은 정치인을 만든 건 개 같은 정치구조와 정치문화 아닐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양심과 표현을 억압했던 국가보안법 자체에도 죄가 있지, 그 칼을 구부려 휘두른 망나니에게만 죄가 있을까. 의술은 이타적이고 중립적인 기술 자체인가. 용인할 수 없는 의술도 있다.</p> <p dmcf-pid="FpDpd1vat0" dmcf-ptype="general">자신은 기존 정치에 아무런 빚도 없다는 듯 ‘여의도 사투리’를 맹비난하며 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부추기던 집권당 대표가 갑자기 정치에 면죄부를 주고, 개 같은 정치인만을 분리 기소하는 모습은 어색하고 괴이해 보였다. 물론 그도 알았을 거다. 둘을 분리할 수 없음을.</p> <p dmcf-pid="3UwUJtTN53" dmcf-ptype="general">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서점 앞 바위에 이런 글귀가 새겨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바꿔 말하면 사람은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은 사람을 만든다. 둘을 분리 기소하는 건 기만과 다름없다.</p> <p dmcf-pid="0UwUJtTNGF" dmcf-ptype="general">그나저나 개가 무슨 죄인가. 정치(인)의 더러움을 욕하기 위해 개를 불러와야만 할까. 왜 하필 개일까. 전두환 옹호 발언 뒤 유감을 표명했던 대통령이 이른바 ‘개 사과’ 사진을 내놓을 만큼 대통령 부부의 개 사랑이 각별하기 때문일까. 역사와 시민사회에 미안하게 내놓아야 할 사과가 ‘사과 따위 개나 줘버려’로 바뀌었다면 표현의 경박함 탓일까, 인식의 과도함 탓일까. 개를 빗대는 어떤 비유엔 촌철과 웃음이 가득하지만, 개를 끌어들이는 어떤 비판과 표현은 배설이 되고 만다.</p> <p dmcf-pid="puruiFyjXt" dmcf-ptype="general">개를 탓하기 전에 거울을 보자.</p> <p dmcf-pid="U7m7n3WAY1" dmcf-ptype="general">개도 거울을 볼 줄 안다. 다만 물리적 행위를 넘어 심리적 행위로 자신을 바라보는 건 ‘아직은’ 사람의 몫이 아닌가.</p> <p dmcf-pid="u1j1QGIiX5" dmcf-ptype="general"><strong>노순택 사진사</strong></p> <p dmcf-pid="7tAtxHCnGZ" dmcf-ptype="general">*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합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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