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전까지는 24시간 근무해도 5만원
학교쪽 “최저임금보다 부족하다는 것 알고 있어”
서울대 정문.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대가 재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자살예방전화(스누콜) 상담원을 채용하면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원과 형식적인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을 피해간 것인데, 재학생 자살 예방 상담을 최초로 시도한 제도 취지가 퇴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이 지난 1일 한국상담심리학회 등의 누리집에 올린 채용 공고문을 보면, 서울대는 12시간 연속 근무를 1주일에 두 번 하는 형태의 스누콜 특별 상담원을 채용 중이다. 스누콜은 국내 대학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24시간 상담 서비스로, 자살 위험과 같이 응급 상황에 처한 재학생을 긴급 상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심리, 상담 분야에서 석사를 마치거나 최소 재학 중이어야 상담원에 지원할 수 있고, 정신보건전문요원 및 상담 관련 자격 소지자가 우대된다. 지난 2022∼2023년 스누콜 이용 건수는 1244건에 이른다.
문제는 서울대가 12시간 근무 대가로 10만원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8333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시급 9860원)에 한참 못 미친다. 한 주에 한 번 필수적으로 12시간 야간근무(오후 9시∼오전 9시)를 해야 하고, 주말근무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야간·주말 수당도 없다. 이마저도 지난해 12월부터 개선된 것으로, 그 전까진 24시간 종일 근무를 해도 임금이 5만원에 그쳤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은 처우가 열악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상담 전화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상담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른 기관의 한 정신건강상담사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할 때 손님이 한명도 없으면 시급을 안 주는가. 말이 안 되는 논리”라며 “재학생 자살을 막기 위한 제도가 다른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근로기준법은 대기 시간도 근로 시간으로 간주한다.
서울대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피해 이런 채용을 이어갈 수 있는 건 특별상담원을 ‘프리랜서’로 채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퇴근 등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고, 의사결정을 위한 업무 카카오톡 방이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보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 119 소속 박성우 노무사는 “프리랜서는 민법상 도급계약을 맺고 일정한 상품(재화 또는 용역 서비스)을 납품하는 것이고, 근로계약은 노동자의 시간을 사용자에게 판매하고 그 시간 동안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독립적으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고, 업무와 관련된 단체 카카오톡 방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리랜서라고 보기 어렵다. 노동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 관계자는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지급하고 있지만 최저임금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는 건 저희도 알고 있다”며 “3교대 근무나, 임금을 인상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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