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고립지역서 빙하시추
추출한 '코어' 5월 국내 도착
극지연구소와 미국 미네소타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지난 1월 남극 스웨이츠 빙하 지역에서 빙하 코어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가 9일 기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남극 지역에서 최초로 빙하를 시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영철 극지연 책임연구원팀은 미국 미네소타대, 인도 국립 극지해양연구센터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지난 1월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 인근 카니스테오 반도에서 두 지점의 빙하를 시추해 각각 150m 길이의 빙하 코어를 확보했다.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 빙하다. 이 빙하가 없어지면 연쇄적으로 서남극 빙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운명의 날' 빙하로 불린다. 언제 빙하가 없어질지 등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지만 주변에 기지가 없고 접근이 어려워 현장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지역 근처까지 접근한 다음 헬기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해 13일 동안 시추 작업을 실시했다. 한정된 기간 안에 안정적으로 빙하 코어를 확보하기 위해 연구팀은 두 개 조로 나눠서 작업을 진행했다. 탐사팀이 확보한 빙하 코어에는 지난 200년간의 대기 기록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극에서도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지역이라 산업화 이후 환경 변화를 정밀하게 복원하는 연구에 사용될 예정이다. 빙하 코어는 아라온호 냉동창고에 실린 채 이동 중이며, 5월 중 국내에 도착한다. 한영철 책임연구원은 "평균 초속 30m가 넘는 강풍, 폭설이라는 악조건에도 면밀한 탐사계획 설계와 주변의 도움, 어렵게 잡은 기회라는 간절함으로 임무를 완수했다"며 "기지에서는 갈 수 없는 곳에서 빙하 시추에 성공해 한국의 극지 연구 역량이 한 단계 도약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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