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은 19일까지 병원 일반직 대상 희망퇴직을 신청받는다. 연합뉴스 제공.
전공의 사직 사태가 두 달째 이어지면서 병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희망퇴직을 받는 병원까지 등장했다. 학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의대는 학생 복귀 여부를 장담하지 못한 채 수업을 재개했다. 의료계는 내부 분열까지 일어나며 어려운 국면에 처했다.
지난달 15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서울아산병원이 19일까지 희망퇴직을 받는다. 의사를 제외한 일반직 중 올해 12월 31일 기준 50세 이상이면서 근속 기간이 20년 이상인 직원이 대상이다. 40일간 511억원의 적자를 본 서울아산병원은 운영난 해소를 위해 희망퇴직 신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대 증원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병원 직원들만 피해를 입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병원 경영이 어려운 건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한 일명 ‘빅5’로 불리는 주요 대학병원 5곳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서울대병원은 이달 초 비상경영 선언과 함께 올해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산 편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 중인 의약품 업체들에는 대금 결제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정부는 2월부터 예비비와 건강보험 재정 등을 투입해 병원 자금난을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수련병원 50곳의 수입을 조사한 결과 전공의 사직 사태 발생 후 지난달까지 약 4238억원의 수입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의료 수입액이 15.9% 하락한 수준이다.
대학병원은 물론 의과대학들도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 거부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각 의대는 더 이상 수업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 5월 1일까지 한곳을 제외한 모든 의대가 수업을 재개한다.
의대생의 절반 이상이 수업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8일 기준 전국 의대 40개 중 16개교가 수업을 재개했다. 일부 대학은 학생들의 출석을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 수업을 운영 중이다. 다음 주 중으로는 수업을 재개하는 의대가 32개교로 늘어날 예정이며 내달 1일까지 순천향대를 제외한 모든 의대가 수업을 시작한다.
만약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이어갈 시에는 1학년 기준으로 최악의 경우 유급생 3058명, 기존 의대 정원 규모 입학생 3058명, 추가 증원 입학생 2000명 등 약 8000명이 함께 수업을 듣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계 내분 분열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에게 증원 규모를 협상하려면 의료계의 합리적이고 통일된 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의료계는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료계가 단일안을 낼 수 있도록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합동 브리핑에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은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혀 의협 내 분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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