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상무 “중국 기업 권익 보호할 것”
재닛 옐런(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왕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 AP,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의 녹색산업 ‘과잉생산’ 문제가 미·중 간 주요 갈등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지난 4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오후 베이징의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연 방중 결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국산 제품 수입으로, 새로운 산업이 파괴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10여년 전에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이 세계 시장에 넘쳐났고 전 세계와 미국 산업계를 황폐하게 만들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는, 다시는 그런 전철이 반복되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이 타깃으로 삼는 것은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전기차 배터리 등 녹색 산업 분야이다. 세 가지 산업은, 미·중이 모두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삼고, 국가적인 보호와 투자를 진행하는 분야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의 물량 공세가 극심해지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태양광 설비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고, 배터리는 약 50%, 전기차는 47%를 점유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옐런 장관은 이날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미국이 새로운 무역 제한을 가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있는 곳보다 앞서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 6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만난 뒤 “우리(미·중)는 국내 및 세계 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집중적인 대화를 갖기로 합의했다”며 추가적인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향후 미·중이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공세를 첨단 기술을 규제하는 ‘디리스킹(위험완화) 정책’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 쪽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디리스킹 정책의 경우 유럽, 한국, 일본 등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지만, 과잉생산 규제는 상대적으로 공감대가 일치한다.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한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기차 관련 대화를 위해 프랑스·이탈리아 방문에 나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지난 7일 프랑스에서 연 자국 기업인들과의 원탁회의에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유럽의 ‘중국 전기차 과잉 생산’에 대한 지적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전기차 기업들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 최적의 생산 및 공급망 시스템, 완전한 시장 경쟁에 의존해 빠르게 발전했다”며 “중국산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자동차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올해 11월 조사를 마무리하고,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럽의 입장이 일률적이진 않다. 슈테펜 헤베스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14일 방중 계획을 알리면서 숄츠 총리가 중국산 전기차에 유럽연합 차원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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