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방사법으로 생산한 탄소나노튜브 섬유로 만든 옷을 착용한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KIST 제공.
웨어러블 기기에 최적화된 가벼우면서도 형태 구애를 받지 않는 ‘비정형 에너지 저장장치 기초 섬유' 기술이 개발됐다. 활성물질 추가 공정이 불필요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정현수 전북분원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남동 책임연구원, 김승민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공동 연구팀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섬유형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애플 비전프로와 같은 최신 웨어러블 기기들은 건강관리부터 가상공간에서 업무수행까지 기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무게감 때문에 오래 착용하기 어렵고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탑재 가능한 기능에 한계가 있다. 보다 가벼우면서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에너지 저장 능력이 큰 비정형 에너지 저장방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유연하고 가벼우며 뛰어난 기계·전기적 특성이 있어 웨어러블 기기 기초소재로 기대된다. 하지만 비표면적이 작고 전기화학 활성이 부족해 추가 물질 및 공정으로 인한 비용이 상승한다. 장기간 사용하거나 물리적 변형이 발생하면 활성물질이 섬유로부터 분리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활성물질 없이도 높은 에너지 저장능력을 가진 섬유형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파우더 형태의 탄소나노튜브를 산처리 후 재구성한 섬유화 과정으로 전기화학 활성과 우수한 물리적 특성을 갖춘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섬유형 슈퍼캐패시터로 제작해 시중의 디지털 시계로 에너지 저장능력과 웨어러블 특성들을 실증하고 있다. KIST 제공.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일반 탄소나노튜브 섬유 대비 에너지 저장능력은 33배 크다. 기계적 강도는 3.3배, 전기 전도도는 1.3배 이상 증가했다. 순수한 탄소나노튜브 섬유만을 사용해 에너지 저장 전극 소재를 개발했기 때문에 습식방사 기술을 이용한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습식방사는 섬유고분자를 용매에 녹여 방사구를 통해 압출한 뒤 응고시켜 섬유로 만드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번 섬유형 전극 소재 개발을 통해 웨어러블 기기 폼팩터 자유도를 높이고 형태 및 사용 용도에 맞는 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폼팩터는 전자기기나 기계장치의 크기, 모양, 디자인 구성을 의미한다.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인 섬유형 슈퍼 커패시터를 제작해 테스트한 결과, 섬유를 매듭 지었을 때 100%에 가까운 성능이 유지됐고 5000번의 구부림 후에도 95%의 성능이 유지됐다. 일반섬유와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직조해 디지털시계의 손목 줄로 제작했을 때도 구부림, 접기, 세척 후 잘 작동됐다.
정현수 책임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우리가 보유한 원천기술과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크지 않아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며 “비정형 에너지 저장 핵심 소재로 응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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