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픈 인슐린 주사침 ‘노보파인플러스’
비만치료제 ‘위고비’ 끼워팔아
공정위 공급끊은 노보노디스크 제재 착수
노보파인플러스/ 노보노디스크 홈페이지
몸속에서 인슐린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1형 당뇨 환자들은 지난 2022년 난데없는 주사바늘 품귀 대란을 겪었다. 1형 당뇨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가 파괴돼 걸리는 병이다. 2형 당뇨가 비만 등으로 췌장 기능이 떨어진 성인 환자가 많다면, 1형 당뇨는 세포가 파괴된 소아 환자가 많다. 1형 당뇨 환자들은 하루에 몇 번씩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검사하고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 어린 1형 당뇨 환자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덜 아픈 주사바늘을 찾아 헤매야 했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의 주사침 국내 공급 중단과 관련한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노보노디스크가 2020년 출시한 피하주사용 주사침인 ‘노보파인 플러스’는 1형 당뇨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명품으로 통했다. 이 주사침은 굵기에 따라서 4㎜와 6㎜로 나뉘는데, 가장 얇은 4㎜는 소아 환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이 제품 가격은 한 통에 2만 5000원으로 보통 주사침과 비교해 두 배 가량 비쌌지만, 통증이 덜하고 멍이 들지 않아 어린이나 노인 환자들이 그나마 손쉽게 주사를 맞을 수 있다. 1형 당뇨병 환우회 커뮤니티에는 제품 출시 이후 “비싸도 아이가 너무 좋아한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그런데 2022년 8월 노보노디스크에서 공급을 돌연 중단하면서 공급 대란이 벌어졌다. 그 해 11월 1형 당뇨 환우회 커뮤니티 ‘노보파인 플러스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것이냐’는 글이 쏟아져 나왔다. 회사는 공급 중단을 ‘해외 공장 이전 문제’라고 설명하고, 주사바늘이 꼭 필요하다고 요청하는 국내 환자들에게 남아있는 샘플을 모아서 기부하는 식으로 일 처리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당시 노보노디스트가 주사침 공급을 중단한 것이 비만치료제인 위고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경영상 선택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의료기기를 허가받은 후, 공급을 중단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공정위는 노보노디스크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을 했다고 일단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노보노디스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을 포함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심사 보고서에 담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했다.
현재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들은 기존 가격의 2배에 해당하는 4만5000원 가량을 내고 노보파인 플러스를 해외에서 직구하고 있다. 노보파인 플러스 공급 부족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처럼 아예 구하지 못하는 상태는 아니다. 미국 당뇨병 환우회 사이트에 한 환자 가족은 “오젬픽(위고비의 당뇨병 치료제 브랜드)을 맞는 사람들은 당뇨병 환자들보다 뚱뚱하고, 하루에 한번만 맞아도 된다”라며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 비만 환자에 쓰는 약에 4㎜ 주사바늘을 우선적으로 넣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다.
호주당뇨병협회이니셔티브(NDSS)는 지난 2022년 노보파인 플러스를 대체할 수 있는 주사침 제품 5개를 소개하는 지침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도 지름이 4㎜로 가는 주사바늘은 시중에도 여러 종류가 나와 있다. 하지만 노보파인플러스와 비교하면 고통이 천지 차이라는 것이 환자들 설명이다. 노보파인플러스는 노보노디스크가 독자 개발한 ‘테이퍼팁 기술’이 핵심이다. 주사바늘의 머리카락 2올 정도 굵기로 얇은데, 시중의 주사바늘과 비교해 안쪽 지름(내경)을 늘려서 약물이 빠르게 주입되도록 하고, 지방층이 인슐린을 밀어내는데 필요한 저항을 줄였다. 그러니 근육 상처는 최소화하면서 인슐린이 역류되지 않는다.
김미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노보노디스크 글로벌 본사에서 더 이상 제품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믿었다”며 “생사가 걸린 당뇨병 환자를 뒤로 하고, 비만치료제 제품에 끼워팔기 위해 공급을 중단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배신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영 상의 이유로 당뇨병 환자들을 외면했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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