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에 전 세계 코끼리 3분의1
“농작물을 파괴하거나 사람 공격
개체 수 일정 수준 이하 유지해야”
2013년 3월 보츠와나 북부 초베국립공원에서 물을 마시는 코끼리들의 모습. AP 연합뉴스
전 세계 코끼리의 3분의 1이 서식하고 있는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가 독일에 “코끼리 2만 마리를 보내버리겠다”는 으름장을 놨다.
3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 등을 보면, 모크위치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은 전날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 코끼리 2만 마리를 보내버릴 것이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고 말했다. 보츠와나에는 전 세계 코끼리의 3분의 1인 약 13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협박’은 올해 초 독일 환경부가 시사한 정책 방향 때문이다. 상아나 가죽 등 야생동물 수렵 기념물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생물 다양성 유지를 위해 수렵을 최소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보츠와나는 독일의 수렵 기념물 반입 제한이 실제 수렵 감소로 이어졌을 때 발생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 보츠와나에서는 현재도 지나치게 많아진 코끼리가 농작물을 파괴하거나 사람을 공격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코끼리 개체 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 문제도 있다. 인구 263만명(2022년 기준)의 작은 나라인 보츠와나는 해마다 사냥이 가능한 코끼리 할당량을 정하고 관광객들에게 사냥 허가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있다.
마시시 대통령은 “독일이 수렵 기념물 반입을 금지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보츠와나의) 가난과 밀렵을 조장한다”며 “베를린에 앉아서 보츠와나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는 건 쉬운 일이다. 우리는 독일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위해 동물 보존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환경부 대변인은 “독일은 수렵 기념물의 반입이 지속 가능하고 합법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에서 가장 수렵 기념물을 많이 들여오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은 전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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