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6개월… 미궁에 빠진 중동 평화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했지만
하마스 복귀하면서 격퇴 실패
전쟁 장기화에 국제사회 중재
인질 주고 받으며 일시휴전뿐
네타냐후, 미국과 수차례 충돌
‘이스라엘 통제불능’ 분석 나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상공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 뉴시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오는 7일로 개전 6개월을 맞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했음에도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하면서 장기전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휴전 결의안 채택에도 이스라엘이 전쟁 강행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동 평화 자체가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차별 공격 쏟아부었지만 되살아난 하마스 =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기습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 민간인 1400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을 인질로 끌고 가자 하마스와의 전쟁을 공식 선포했다. 이후 21일간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가한 이스라엘군은 같은 달 27일 지상전을 선포하고 30만 병력과 수천 대의 탱크와 전차 등을 동원해 가자지구로 진입했다. 초반 상황은 이스라엘군에 유리한 듯 보였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말 북부 최대 도시 가자시티에서 하마스 진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향한 가자지구 남부 최대 도시 칸 유니스에 대한 점령 사실도 알리며 군대 일부를 철수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쓸고 지나간 가자지구에 하마스가 다시 복귀하면서 하마스 완전 격퇴라는 애초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장악했다고 선포했던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 하마스가 다시 자리를 잡으면서 ‘치고 빠지는’ 전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이스라엘군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과 그 주변에서 군사작전을 벌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군사작전이 시행된 것을 두고 “하마스를 진압하기 위한 이스라엘 노력의 빈틈(gaps)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번 전투는 하마스를 대체할 통치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물리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13일 가자지구 라파에서 주민들이 식료품을 받으려고 빈 그릇을 내밀고 있다. AP 뉴시스
◇헛바퀴 도는 휴전 협상…한계 보이는 국제사회 억제력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사회가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나섰지만, 수차례 결렬되며 공전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안보리 휴전 결의안을 통과시켜 휴전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이스라엘은 요지부동으로 전쟁을 강행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재개를 위해 이집트 카이로로 떠났던 이스라엘 협상 대표단이 이스라엘로 귀국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집트의 효율적인 중재로 대표단은 하마스가 검토할 새로운 제안을 취합해 제시한 뒤 돌아왔다”고 밝혔지만 하마스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회의적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7일 이후 6개월 가까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카타르, 이집트 등의 중재로 여러 차례 휴전·인질 석방안을 주고받았지만, 지난해 11월 24일부터 7일간의 일시휴전을 끝으로 추가 휴전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 채택에도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면서 국제기구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가 절대 우방인 미국과 수차례 공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스라엘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가 전무한 상황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 가자지구 여성이 어린 자녀를 안고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라파 지역의 건물 잔해 옆에 주저앉아 있다. 신화통신 뉴시스
◇가자지구, 사망자 3만 명 넘어서…주민들 ‘기근’ 상태 = 주민들이 목숨 걸고 구호품을 구하러 갈 만큼 가자지구의 상황은 최악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9일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가자지구 북부 일부 지역이 이미 기근 상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세계 식량 위기를 파악하는 국제기구 ‘통합식량안보단계’(IPC)도 최신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북부 사정이 특히 어렵다며 지금부터 5월 사이에 언제든 기근 단계로 갈 수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기근은 IPC의 식량 위기의 심각성 분류 기준인 ‘정상-경고-위기-비상-재앙·기근’ 중 최고 단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에서 다른 국가로 응급 이송이 필요한 환자가 90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 병원 36곳 중 대다수가 파괴되면서 현재 10곳 정도만 부분적으로 의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말 가자지구 사망자가 3만2782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이들에 대한 치료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공습으로 다친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지난해 11월 21일 알아크사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AP 뉴시스
◇갈 길 먼 중동 평화 =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에 다국적군이나 팔레스타인인들로 구성된 평화유지단을 두는 계획이 미국 중심으로 논의됐으나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 북부 대부분을 점령하면서 조만간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전후 계획이 세워졌으나 중동 국가 중 한 곳도 확실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중동의 여러 국가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이라는) 두 국가 해법이 진지하게 가동될 경우에만 (다국적군) 참여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 자체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후 평화 방안 도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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