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선거구(지역구)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구·자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주요 선거구를 심층 분석했다.
[데이터로 미리 보는 2024 총선 - ⑥ 서울 강동을]
때로는 특정 선거구(지역구)가 한 사회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곤 한다. 〈시사IN〉은 도시 데이터 분석가 신수현씨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지역구를 선정해 심층 분석했다. 각 선거구를 행정동 단위뿐만 아니라 투표구 단위로 분석하며, 개별 선거구의 개표 결과가 향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서울 강동을 선거구에 출마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이재영 국민의힘 후보. ⓒ 각 후보 SNS
총선 승패는 수도권이 쥐고 있다. 전체 지역구 254석 중 절반에 가까운 122석이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 표심을 이끄는 곳은 전국에서 가장 중도층이 두껍다고 평가받는 서울이다. 선거철 서울에서 부는 바람은 대부분 인천·경기도로 전해졌다. 서울이 이기면 수도권에서 함께 이겼고, 서울이 지면 함께 졌다. 여야는 선거를 앞두고 늘 서울의 반응을 살피며 총력을 기울여왔다.
강동을은 서울 전체 표심의 척도다. 이곳에서 이긴 정당은 서울 전체에서 승리했다. 제15대 총선부터 제21대 총선까지 일곱 번 연속 그래왔다.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강동을이 서울 표심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일곱 차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계열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한 선거는 제15대(신한국당)·제18대(한나라당)·제19대(새누리당) 총선 세 번이다. 이 가운데 제19대 총선은 새누리당이 이겼지만(새누리당 152석, 더불어민주당 127석), 서울과 경기에서는 새누리당이 졌다(새누리당 16석, 민주통합당 30석). 당시 강동을에서 승리한 정당이 민주통합당이었다.
강동을에 출마했던 후보 간 득표율에는 어느 당에도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중도층 표심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제16대 총선 당시 1, 2위 후보의 득표 차는 6%포인트였다. 제17대 총선은 2%포인트, 제18대 총선과 제20대 총선은 5%포인트 이내에서 승패가 갈렸다. 제19대 총선에서는 9%포인트, 제21대 총선에서는 12%포인트 격차가 나왔다. 제19대 총선 당시에는 새누리당이 공천 문제로 강동을에 뒤늦게 후보를 낸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제21대 총선은 민주당이 서울에서 압승을 거둔 선거였다.
강동을은 대선 성적표도 총선과 비슷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제15대 대통령선거(1998년, 김대중 대통령)부터 강동을 지역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제20대 윤석열 대통령까지 여섯 번 연속이다. 서울 어떤 곳도 강동을과 같은 기록을 가진 지역은 없다. 강동을이 총선 ‘바로미터’이자, 대표적인 ‘스윙 선거구’로 불리는 이유다.
이번 제22대 총선에서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영 국민의힘 강동을 당협위원장이 맞붙는다. 강동을 현역의원인 이해식 민주당 후보는 직전 제21대 총선에서 처음 국회에 입성했지만 지역 정가에선 ‘중진급 초선’으로 불린다. 강동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거쳐 민선 4~6기 강동구청장(3선)을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재영 국민의힘 후보는 강동을에서만 세 번째 도전(제20, 제21, 제22대 총선)이다. 이 후보는 제19대 국회 비례대표(새누리당), 새누리당 원내부대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국민의힘 국제위원장 등을 지냈다. 2014년부터 강동을 당협위원장을 맡아왔다. 국민의힘 서울 지역 최장수 당협위원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역구 현안에 정통한 후보들이 제21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 승부를 벌인다.
강동을이 총선과 대선 등 대규모 선거에서 서울 표심을 반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구 특성에서 일부 엿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정치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연령층이 강동을에 집중돼 있다.
〈시사IN〉은 이번 기획에서 각 지역구의 인구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구 구간을 5단계로 나누었다. ①미성년(0~19세) ②청년(20~34세) ③청·중년(35~49세) ④장·노년(50~65세) ⑤은퇴 고령층(65세 이상)이다. 이 다섯 개 인구 구간이 각 투표구(투표소 중심으로 분절된 공간 분리)에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확인한 뒤, 총 네 개 유형으로 각 투표구를 재분류했다.
〈그림 1〉은 위 분류법으로 나누어 살펴본 ‘유형별 서울 인구통계 특성’이다. 녹색 선은 미성년 세대(0~19세)와 청·중년 세대(35~49세) 비중이 함께 높은 투표구 유형(그룹)이다. 미성년 세대와 청·중년 세대의 조합, 즉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가 많은 투표구라고 볼 수 있다. 베이지색은 장·노년 세대(50~65세)와 은퇴 고령층(65세 이상)의 비중이 높은 그룹이다. 50대 이상 유권자의 표심이 크게 반영되는 투표구이다. 회색은 청년 세대(20~34세)의 비중이 높은 투표구다. 대학가 근처나 원룸 단지, 청년주택이 위치한 투표구에서 이 같은 인구분포 특성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흰색은 청·중년과 장·노년(35~64세)의 조합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이곳에는 20대 청년 세대 인구도 많다. 성인이 된 자녀와 부모 세대가 함께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 1> 서울시 각 투표구 유형별 인구통계 특성.
서울은 전반적으로 장·노년(50~65세) 인구 비중이 높다. 50대 이상 연령대의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이들 연령 구간은 투표율이 높다. 그래서 한국 정치의 ‘주류 연령층’으로 불린다. 강동을 내 각 투표구를 앞서 설명한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보면 아래 〈그림 2〉와 같은 지도가 그려진다. 50대 이상 인구가 많은 베이지색 그룹과 35~64세 중심의 흰색 그룹이 이 선거구를 양분한다. 현 시점 한국 정치의 ‘주류 연령층’ 비중이 높은 선거구라는 뜻이다. 강동을이 최근 일곱 차례 총선과 여섯 차례 대선에서 서울 전체 표심을 민감하고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림 2> 서울 강동을은 50대 이상 인구가 많은 베이지색 그룹과 35~64세 중심의 흰색 그룹이 선거구를 양분하고 있다.
강동을이 속한 강동구는 여야가 이번 선거에서 격전지로 꼽는 ‘한강 벨트’의 시작점에 위치한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함께 범강남권에 속해 있어, 한때는 강남 4구로도 불렸다. 다만 앞서의 인구 특성 분석을 토대로 그린 지도를 펼쳐보면 다소 차이가 난다.
강동을은 인접한 지역구(송파갑·을)에서 주공 1·2·3단지를 재건축한 이른바 ‘엘·리·트(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아파트 벨트’와 ‘올림픽공원-선수촌-둔촌 벨트’로 연결되는 형태다. 이 벨트들은 강동을의 중심이자 구도심인 천호동까지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성내1·2동과 천호3동은 송파을의 석촌·송파1동·잠실본동·방이동으로 이어지는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벨트’의 연장선상에 가깝다.
강동을은 성내천으로 만들어진 자연 경계와 풍납토성, 몽촌토성 등 역사 유적지로 재개발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 올해 11월 입주를 시작하지만, 인접한 송파구는 물론이고 고덕 주공단지 등 재건축이 상당 부분 완료된 강동갑에 비해 낙후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때문에 강동구는 서울 내에서 갑·을 지역구 간 부동산 공시가격 격차가 가장 큰 곳으로 분류된다(아래 〈그림 3〉 참조). 2023년 기준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개별공시가를 보면, 강동갑 평균 5억6400만원, 강동을 평균 3억5600만원이었다.
<그림 3> 투표구별 평균 공동주택공시가격 분포도(단위:억원). 색이 진할수록 비싼 주택이 많다. 강동을 선거구는 인접한 송파갑·강동갑 선거구와 격차가 나타난다.
2022년 제20대 대선 때 강동을에선 윤석열 당시 후보(1만3184표)가 이재명 당시 후보(1만1214표)를 앞섰다. 강동을 전체 투표구 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앞선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서울 전체 선거구(48개)에서 이 같은 기록이 집계된 곳은 총 11곳이었다. 강남·서초·송파 등 보수세가 짙은 선거구 사이에, 제20대 총선 이후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현역이던 강동을이 끼어 있었다.
이 같은 흐름은 제20대 대선과 같은 해에 실시된 지방선거(서울시장, 강동구청장)로도 이어졌다. 강동을 내 모든 투표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앞섰다. 당시 결과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핵심 이슈 중 하나였던 부동산 상승기에 대한 기대감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강동구에서는 선거구에 변화가 생겼다. 강동갑에 속하던 길동이 강동을에 편입됐다. 당초 2023년 말로 예정됐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입주가 올해 11월로 지연되면서, 강동갑과 강동을의 인구 격차가 크게 벌어져서다. 둔촌주공이 있던 둔촌1동에는 과거 2만여 명이 살았지만, 재건축으로 대부분 이주했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를 보면 2024년 2월 기준 둔촌1동 거주 인구는 52명에 불과하다.
새로 편입된 길동 거주 인구는 2024년 2월 기준 4만4665명으로 집계됐다. 강동을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인구 특성을 보면 앞서의 ‘정치 주류 연령층(50대 이상 연령대)’ 비중이 높은 ‘베이지색 그룹’에 속한다.
길동은 앞선 선거에서 기존 강동을 표심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직전 제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진선미 민주당 의원에게 5.8%포인트(1317표) 더 많은 표를 줬다. 2022년 대선에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앞섰다. 같은 해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당시 후보가 앞섰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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