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재작년 말 지역의 한 농협이 직원 실수로 전국 단위로 8%짜리 적금을 모집했다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거액이 몰려 이른바 '해지 읍소'에 나섰던 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또 호소문이 올라왔습니다.
문 닫게 생겼으니 더 해지해달라는 황당한 이야기인데 지역 단위농협들의 미숙한 경영실태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습니다.
오서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달부터 동경주농협 적금 가입자들이 받은 우편물입니다.
8%가 넘는 금리로 판매된 적금의 만기 3년 이상 가입자들은 해지해 달라는 겁니다.
2022년 당시 실수로 비대면 판매를 막지 못해 모인 돈은 약 9천억 원, 아직도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남아 있습니다.
7천 계좌 중 해지된 건은 300여 개에 그칩니다.
이자를 더 얹어주겠다는 보상안도 내놨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동경주농협 고객 : 터무니없는 말도 안 되는 읍소다…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밖에 볼 수 없고.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 황당하죠.]
이번 사태로 이 농협은 지난해 경영위험평가 9등급을 받았습니다.
올해 건전성지표인 순자본비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해당 농협은 2008년 대규모 부실 대출 이후 중앙회 조치로 합병 직전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15년도 안 돼 어이없는 실수와 뒤처리로 다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한재준 /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 한마디로 후진적 경영이고, 첫 번째는 내부통제가 안 된 게 실수이고 누군가 더블체크가 됐어야 되잖아요. 안 된 거잖아요. 두 번째는 상호금융권은 비대면으로 전국 단위로 예적금 모집하는 건 원래 상호금융 원칙에 벗어나요. 더구나 실수까지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 됩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사고 이후 운영시스템을 보완해 운영하고 있고, 해당 농협의 수익력 회복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다른 곳들도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만기가 긴 고객들의 해지 없이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
지역농협의 미숙한 경영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남은 고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SBS Biz 오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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