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전공의에 보낸 입장문엔
‘尹 사과 먼저’전제 조건 없더니
대통령실 대화 제안에 입장 번복
조윤정 “사과 요구땐 응했겠나”
‘오락가락 의료계’ 비판 커져
분주한 응급의료상황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 7주째인 가운데 지난 2일 대구 중구 경상권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근무자들이 지역 응급의료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 간 대화를 제안했던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이 “조건 없는 대통령 면담” 입장을 하루 만에 번복하며 윤 대통령 사과를 전제 조건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송구” 표명과 의사 2000명 증원 조정 여지 등 타협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의사 단체 내부에선 입장이 정리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을 넘겨받은 전공의 단체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사실상 잠행 상태를 보이고 있어 대화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조 위원장은 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아무 조건 없이 만나라는 게 아니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철회와 대통령의 사과가 우선”이라며 “(대통령실이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해) 상황이 더 꼬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 위원장이 전날 입장문을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에게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가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서 대화해달라”고 호소한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조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법과 원칙 위에 있는 것이 상식과 사랑이다. 대통령께서 먼저 팔을 내밀고 어깨를 내어달라”고 했다. 이 입장문에는 대통령의 사과와 전공의 면허정지 철회 주장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 입장 직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전공의를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혀, 양측 간 대화 가능성이 커졌었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의료 사태에 대한 직접 사과와 의사 증원 문제에 대한 타협안 등을 제시했지만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이 이뤄지자 의료계 안팎에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커진다. 이와 관련, 조 위원장은 “그간 대통령이 법과 원칙에 따라 면허정지 처분을 하기로 한 것에 대한 사과가 전제돼야 함을 얘기한 것”이라며 “그거를 잘 명심하고 전공의 대표를 만나 안아달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제 대통령 사과와 면허정지 처분 철회를 입장문에 담았다면 대통령이 (대화 제의를) 받았을 것 같냐”면서 “내가 머리를 굴려서 관용을 베풀라고 쓴 것이다”고 재차 해명했다.
박단 회장은 대통령실의 대화 제의 이후 이날까지 서울 용산구 대전협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의 대화 제안 이후 외부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최종 수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측은 이날 “면담 관련, 대통령실로부터 구체적 일정을 전달받은 바 없다”며 “최종 판단은 박단 회장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 내부에서 “대통령 사과가 없는 만큼 면담할 이유도 없다”는 강경 입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전협 측이 대화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료계는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거나 단기적 실리를 위해 움직이기보다는 긴 안목에서 국민이 함께 가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해결된다”고 제언했다.
노지운·김린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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