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초등학교 때까지는 밝고 똑똑하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더니, 학교에서도 선생님과 다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친구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 친구들을 일일이 연락하고 챙기고 연애까지 하느라 바쁩니다. 유튜버나 프로게이머를 할 것이니 공부는 별로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너무 많은 사람이 도전해서 경쟁이 심한 직업인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엄마는 걱정만 하고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냅니다.
부족하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이렇게 되니 속상합니다. ‘중2병’이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어서 작년까지 기다렸는데, 이번에 중3이 되면서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그저 사춘기로 이해하는 게 맞는지,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지,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 무조건 헌신은 답 아냐… 운동·체험 등 함께하는 시간 갖기를
▶▶ 솔루션
청소년기는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과정입니다. 과정에 들어섰을 뿐이므로 자기 이미지에 대한 혼란이 심해서, 필요에 따라 어른 또는 아이의 모습을 갖게 됩니다. 주변에서도 어떨 때는 아이로 대하다가 어른으로 대하게 되는데요. 일단 자녀가 스스로 주장하는 자기 모습에 흔들리지 말고, 순간의 행동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나는 어떤 부모가 되겠다는 일관된 원칙을 세워서 그 원칙대로만 자녀를 대하려는 생각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대화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자녀가 어떤 장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다면, 거기에 대해서 나의 결론이나 우려를 먼저 말해버리면 안 됩니다. 자녀 입장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부모님 반응이 어떨까” 테스트해 보고픈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 좋습니다. 어른이 보기에 더 좋은 길을 제시해봤자, 자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해당 목표의 장단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습니다. 우석의 ‘인생투자’에 나오듯, 부모는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지만 생각까지 줄 수는 없습니다.
사춘기 시기와 기간은 다양합니다. ‘중2병’이라고 해서 중2에만 심한 게 아니듯, 기간을 정해놓고 기다리면 오히려 부모가 지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방식으로 기다리느냐입니다. 무조건 자녀에게 헌신한다고 그 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 이전에 나 자신도 소중한 존재이므로 스스로 발전을 위해서 애쓰고, 다른 인간관계나 취미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자녀와는 너무 심각한 분위기에서, 작정하고 대화를 하는 것보다는 같이 운동하거나 체험하는 것이 관계 개선에 더 나을 수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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