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6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4-0 승리를 거둔 후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축구가 새로운 이정표를 기록했다. 국가대표축구팀은 지난 5월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9차전 원정경기에서 이라크를 2 대 0으로 꺾고 조 2위 자리를 확보하며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0일 상암경기장에서 쿠웨이트를 4 대 0으로 대파하며 조 1위를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대회부터 내년 북중미월드컵까지 11회 연속 본선 무대에 나서게 됐다. 한국축구의 11회 연속 진출 기록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 순위에 해당하는 대단한 기록이자 업적이다.
FIFA월드컵 역사상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본선에 참가한 국가는 브라질이 유일하다. 이어 독일(서독 기록 포함)이 1954년부터 18회 연속출전하며 2위,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유럽의 이탈리아가 14회를 기록하며 공동 3위, 스페인이 12회 연속출전으로 5위로 뒤를 잇고 있으며 한국은 이들 국가 바로 다음인 6위에 올랐다.
슈퍼리그가 밑거름 된 월드컵 진출
1986년 멕시코월드컵 본선 진출은 11회 연속출전의 시작점이었다. 32년간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던 한국축구가 2장의 티켓 중 한 장을 차지한 것은 1983년 최순영 대한축구협회장이 '슈퍼리그'을 창설하며 프로화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슈퍼리그가 창설되기 전 한국의 축구는 정규리그 없이 한시적 대회가 열리면 합숙하며 훈련하였고 대회가 끝나면 휴가를 즐기는 구조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흡연과 술을 가까이하는 시대였다.
이러한 축구 행정으로 인해 선수들은 기량 향상을 위한 노력이나 도전보다는 일찍 은퇴해 직장에서 승진에 도전하는 것을 선호하던 시절이었다.
슈퍼리그가 창설되면서 프로축구 시대가 열렸고,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기량 향상과 프로정신을 함양하면서 대표팀의 경기력이 급신장한 것이 32년 만에 월드컵 티켓을 확보하는 절대적 계기가 됐던 것이다.
이번 북중미월드컵의 본선 참가국 수는 48개국으로 대폭 확대됐다. 48개국으로 늘린 FIFA의 정책은 중계권 수익, 티켓 수익, 광고 수익 등을 계산한 월드컵의 재정 증대 전략이다. 48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월드컵은 아시아대륙에 무려 8.33장의 티켓 배정을 하게 됐다. 최소 8장의 본선 티켓 확장은 한국축구가 고생하지 않고 본선행 티켓을 따는 여정으로 이어졌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첫 출전한 한국축구는 당대 최강인 헝가리에 9 대 0, 튀르기예(터키)에 7 대 0으로 무너지며 참담한 패배를 했다. 당시 골키퍼였던 홍덕영 선생은 생전에 필자에게 "가슴에 멍이 들 정도로 강력한 슈팅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라고 소회를 이야기하곤 했다.
특히 헝가리의 푸스카스라는 당대 최고 공격수의 슛은 너무 강해 막기가 두려웠다고 할 정도로 한국축구와 유럽 강호와의 수준차가 컸다.
스위스월드컵 참패 후 32년 만에 진출한 월드컵 본선에서 첫골은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예선 첫 경기에서 HB(하프백) 박창선 선수가 1 대 3으로 패할 때 넣은 골이었다. 박창선 선수가 아르헨티나 골문 앞 페널티에어리어 아크 지역에서 중거리 슛한 것이 골로 연결돼 당시 TV를 시청하던 온 국민이 환호성을 크게 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년 월드컵 예상 성적은?
1년 뒤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에서 한국축구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은 11차례의 본선에 진출했던 역대 대표팀 지도자 중 가장 인기가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상 투명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2024년 문체부의 특정감사를 통해 27가지의 축구협회 비위행위가 밝혀지고 정몽규 회장을 비롯 협회의 고위 임원 등이 자격정지와 같은 중징계를 받았고, 홍명보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재절차를 권고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 회장의 독선과 거수기로 전락한 집행부의 무능, 홍명보 감독 선임과정에서의 공정성 상실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혼란한 분위기에서 정몽규 회장이 4연임에 도전하며 법원의 힘을 빌려 '징계정지 가처분 신청'을 바탕으로 회장에 당선되었고, 홍명보 감독은 문체부의 징계 권고를 나몰라라 버티며 팀을 지휘하고 있다. 이러한 대한축구협회 행정에 대해 많은 축구팬들과 국민들은 홍명보 감독에 대한 경질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드컵 3차 라운드 초반 경기 중 상암경기장에 모인 6만여 관중이 "정몽규 나가" "홍명보 아웃"이라는 떼창(?)으로 압박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 대표팀이 원정경기보다 홈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약체팀들에 고전하다가 무승부를 양산하게끔 했다.
북중미월드컵 예선 통과는 과거 아시아 대륙에 배정된 2장의 티켓 확보를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던 멕시코월드컵 예선, 32개 나라로 본선 진출국을 확대하며 3.5장을 배정했던 1998 프랑스월드컵 당시의 아시아 지역 예선과 다르다. 8장이 넘는 본선 티켓이 배정된 예선경기에서 과거와 달리 약체들과 경합하며 손쉽게(?) 북중미월드컵대회 아시아 지역 예선대회에서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상당수의 축구계 인사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축구가 본선을 대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문체부로부터 사퇴 권고를 받은 홍명보 감독이 사퇴 후 재신임을 받거나 아니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일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월드컵 본선이 1년여 남아 있기에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쿠웨이트와 경기 종료 뒤 미디어와 인터뷰 중 한 선수가 감독을 '보스'로 표현하고 축구협회를 옹호하는 주장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결코 국민과 팬들의 분노를 달래는 해결 방법이 아니며 선수 개인에게도 치명적 상처를 안길 수 있다. 감독 선임의 불공정 사태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55대 대한축구협회 집행부는 깨달아야 한다.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한 이 시점에서 절묘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북중미월드컵에서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가장 주축인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부상 또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며 발생하는 경기력 저하 역시 대책마련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축구협회는 재활 훈련 등을 지원하는 하는 방법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음에도 현재 한국축구가 직면한 리스크 두 가지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면 1년 뒤 북중미월드컵에서 결과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참패를 재현하는 모양새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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