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1위로 사장 선임 성공…리더십 손상 최소화
올 실적 전년比 성장 전망…"3대 핵심사업 중심 고성장"
투명성 제고는 숙제…손동환 이사 '메기' 역할 가능성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9년 만에 새 선장을 맞은 KT&G가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넘어야 할 풍파는 적지 않은데,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은 분위기다. 새 사장에게 표를 몰아주며 리더십 손상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면 과제인 실적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져 부담도 덜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G는 지난달 28일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경만 사장 후보를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했다.
방경만 KT&G 사장. [사진=KT&G]
방 신임 사장은 지난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로 입사한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친 'KT&G맨'이다. 회사의 3대 핵심사업(NGP, 건강기능식품, 글로벌CC) 중심의 중장기 성장전략 수립과 신주주환원정책 추진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략통'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지난 2015년부터 3연임 한 백복인 전 사장에 이어 KT&G의 방향타를 잡게 됐다.
KT&G 내부에서 가장 우려했던 주총 표 대결은 주주청구에 따라 이번 주총에 도입된 '통합집중투표제' 덕에 큰 문제 없이 넘어갔다. 통합집중투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주주들은 1주당 2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지지하는 후보 1명에게 2표를 몰아주는 것도 가능하다. KT&G는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에게 갈 표 일부를 방 사장에게 행사하며 힘을 실어줬다. 방 사장은 단독 후보라 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지만, 표 대결에서 고전하면 고전할수록 향후 경영 행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방 사장은 의결권 있는 유효 주식 9129만여 주 가운데 8400만여에 달하는 압도적 표를 받아 사장 자리에 올랐다. 기업은행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손동환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약 5660만표)와 KT&G 이사회가 추천한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약 2450만표)를 큰 표 차이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방 사장의 향후 임기 3년, 더 나아가 연임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KT&G 실적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KT&G는 영업이익은 지난 2020년 약 1조5000억원을 기록한 뒤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1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고, 순이익은 9266억원으로 7.8% 줄었다. 매출은 5조87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다른 상황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매출은 6조3000억원대 안팎,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대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3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부동산 사업도 올해 신규 분양을 통해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방 사장이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건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다. 지난 2002년 KT&G가 민영화된 후 모두 내부 출신만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번에 선임된 방 사장 역시 전임 사장의 최측근 인사로 불렸다. 이 때문에 사장 자리가 사실상 내부에서 '세습'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아울러 이번 사장 선출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우호 지분 확보를 결의했다는 의혹이나, 사외이사의 외유성 출장 논란 등이 불거지며 이사회 독립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이번 주총서 방 사장에 이어 득표율 2위로 이사회에 합류한 손 사외이사의 존재로 경영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전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손 사외이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법 부장판사,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친 경제법, 공정거래, 상법 등의 전문가다. KT&G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이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와 주주들의 의견을 대변할 이사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추천한 인물이다. 방 사장 선임에 반대하던 행동주의 펀드 FCP도 손 교수를 지지했다. FCP 관계자는 "KT&G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보다 2배 이상 많은 표를 얻고 손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했다"며 "모든 주주의 위대한 승리다. 주주를 위한 CCTV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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