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 2025’에서 버츄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의 공연을 보고 팬들이 환호하는 모습. [유튜브 김진아 갈무리]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월 1500만원을 벌던 인플루언서가 억대 연봉을 포기했다. 3D 아바타를 활용한 동영상 콘텐츠 앱을 만드는 사업가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인플루언서 ‘렌지(김지윤)’는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이제는 3D 콘텐츠로 콘텐츠의 주류가 옮겨가고 있다”고 말한다.
#. 인터넷 방송 플랫폼 ‘SOOP(숲·구 아프리카TV)’에서 시작한 버츄얼 아이돌이 고척돔에 입성했다. 버츄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은 지난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 2025’에 출연해 120분간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이세계 페스티벌의 티켓 최고가는 25만원으로 아이유 월드투어 콘서트 티켓보다도 비쌌지만, 매진에 성공했다.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렌지’. [렌지드 제공]
한물간 줄 알았던 메타버스가 새롭게 주류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버츄얼 아바타로 구성된 아이돌이 음원차트 1위에 오르거나 고척돔이 입성하는 등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메타버스와 현실을 연결하는 혼합현실(X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과 XR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을 넘나드는 ‘3D 콘텐츠’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상파 음악방송 1위…충격적인 ‘정체’
지상파 음악방송에 버츄얼 아이돌 ‘플레이브’가 출연한 모습. [MBC 유튜브 갈무리]
아바타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메타버스의 특징이 실생활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3D로 구현된 아바타가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버츄얼 아이돌은 ‘플레이브’는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한 데 이어 1위를 했다. 또 다른 버츄얼 아이돌 ‘이세계 아이돌’은 고척돔에 입성했다.
업계에서는 콘텐츠의 흐름이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이제는 3D 콘텐츠로 넘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영상이 사진 대비 콘텐츠를 생생하게 전달해 인기를 끌었다면, 3D 콘텐츠는 동영상 대비 자유도와 표현 범위가 월등히 많아지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인플루언서에서 3D 아바타 앱 사업가로 변신한 김지윤 대표는 “메타버스라는 이름은 외부에서 붙인 것이고, ‘3D 콘텐츠’의 발전이 핵심이었다고 생각한다”며 “동영상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났듯이, 3D는 이보다 더 자유롭고 깊이있게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츄얼 아바타를 활용해 현실을 초월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버튜버 ‘희지’는 “버튜버들은 아바타를 활용해 외관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어 악마, 기사단장 등 판타지 세계관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사람이라면 시청자들이 이입할 수 없겠지만, 비현실적인 외관으로 소통을 하니 설득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SKT·카카오·넥슨 줄줄이 망하더니…이유 있었다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I/O 2025’에서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안경을 선보이는 모습. [구글 유튜브 갈무리]
메타버스 플랫폼이 줄줄이 문을 닫은 점을 고려하면 아바타 콘텐츠의 유행은 의외의 ‘대박’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 KT, 카카오, 넥슨, 컴투스 등 IT 대기업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며 빠르게 뒤안길로 사라졌다.
업계에서는 3D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일반인이 창작하고 소비할 만큼 기술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사람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모션캡쳐’ 기술을 이용하는 데 여전히 높은 비용이 필요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XR기기도 부족하다.
최별이 무빈 대표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VR챗’의 이용자들을 직접 조사한 결과 평균 250~300만원을 소비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며 “XR헤드셋에 동작을 감지하는 ‘트랙커’를 최대 11개까지 온몸에 붙여야 상대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의 버추얼 콘텐츠 특화 스튜디오인 ‘모션스테이지’. [네이버 제공]
이에 따라 AI를 적용해 모션캡쳐, XR 기술을 경량화하려는 움직임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무빈은 AI와 라이더 기술을 결합해 휴지곽 크기로도 고품질의 모션캡쳐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정에서도 전신을 활용해 3D 콘텐츠를 체험하고, 메타버스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최별이 대표는 “아직까지는 3D 콘텐츠 창작 도구들이 일반인 수준에서 사용할 정도로 간편해지지 못했다”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쉽게 촬영하고 간단한 소프트웨어로 편집할 수 있게 되면서 유튜버들이 늘어났듯이, 기술이 발전하면 관련 산업도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XR 기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혐업해 올해 XR 헤드셋 ‘스튜디오 무한’ 출시를 예고한 데 이어 스마트 안경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트 안경에는 AI가 탑재돼 메시지 전송, 길 안내, 번역, 사진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메타도 스마트 안경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 대표는 “구글, 메타, 애플 등은 XR 기기를 개발해 콘텐츠를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더 재밌는 콘텐츠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잡한 IT 뉴스, 에라잇! 권제인·차민주 기자가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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