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4·10 D-8
선거 9일 앞 대국민 담화…의료계 카르텔 언급 강공
대통령실 증원 조정 첫 언급 “2000명 절대적 수치 아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하여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면서도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담화 이후 의료계와 ‘강 대 강’ 대치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여당 내에서도 총선에서의 유불리 놓고 의견이 엇갈리자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2000명이란 숫자에 대해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4·10 총선을 불과 9일 앞두고 최대 현안인 의료개혁의 당위성과 진정성을 내세워 국민을 상대로 51분간 직접 설득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이날 담화는 의료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설명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의대 증원을 위시한 의료 개혁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27년 동안 반복한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며 “역대 정부가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담화는 협상 당사자인 의료계에서는 정면 돌파 의지로 받아들여지면서 의정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합리적 단일안’을 가져올 경우 증원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며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증원 철회’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의사들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 중도층의 이탈도 가속화돼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등 여당의 격전지 승부는 더욱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담화 초반부터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장래 수입 감소’를 걱정하는 것이라면, 결코 그렇지 않다”며 민감한 문제를 피해가지 않았다. 아울러 의료계의 반발을 ‘카르텔’로 규정하며 정치적 유불리 셈법으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재임중 추진해 온 화물연대 파업·건폭(건설현장 폭력) 대응, 사교육 카르텔 혁파 등을 하나하나 꼽으며 지지율 등 정치적 고려로 외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자칫 의료계를 혁파해야 될 사회악과 동일선상에 두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의료계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이날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김성근 언론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2000명 증원만 반복적으로 언급돼 답답하다”고 했고,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입장 없음이 공식 입장”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당 일각에서 총선에서의 중도층 이탈 우려가 나오고 의료계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담화 후 반나절이 지나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며 유화적인 입장을 보였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KBS에 출연해 “정부는 2000명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해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입장이 전향적이란 사회자 반응에도 긍정하면서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전향적인 입장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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