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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사기업인 가상자산거래소에 시장 감시 의무를 부여한 것을 두고 이해 상충 문제와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다. 각 거래소가 모니터링 시스템과 관련 내부 규정을 만들고 있지만, 이를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있냐에 대한 의문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1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제정한 '가상자산시장조사업무규정'에서 가상자산거래소에 시세조종 등 이상거래 감시 기능을 부여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명시된 거래소의 감시 기능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을 제시했다.
당국은 이번 규정을 통해 가상자산시장을 개설·운영하는 사업자가 시세조종 등 이상거래가 발생한 가상자산에 대해 거래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필요한 절차와 같은 세부기준도 마련토록 했다.
하지만 국내 주식시장 거래감시 기능을 갖춘 한국거래소 등과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상거래 관련 기준과 감시 절차 등의 프로세스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발표된 기준만 피하는 또 다른 이상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경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앞서 담당 부서를 신설해 선제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 조직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위 거래소 빗썸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2개 거래소 모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전에 새로운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 시행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시스템조차 구축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시장 검증도 제대로 거치기 어려워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다.
또 당국이 제정한 업무규정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필요한 절차와 방법 등 세부절차를 모두 거래소가 마련하도록 하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 통합돼 있는 주식시장의 거래소와 달리 가상자산 거래소는 각 사 별로 상장과 폐지 기준이 제각각인 만큼, 이번 감시 관련 세부절차도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감시 기능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이나 체계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거래소 규모별 감시 능력도 천차만별이 될 가능성이 높다.
1일 기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기업의 가상화폐 일일 거래량이 5조원에 달하지만, 가상자산 거래를 제도권으로 가져오려고 했던 당국이 사실상 감시 기능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코인을 발행하는 곳과 거래소간 관계에 따른 이해 상충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거래소 수익의 90% 이상이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이를 위해 유망 코인을 두고 영입 경쟁까지 펼치고 있는 거래소가 과연 해당 코인에 대한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냐는 의문이다.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셈이라는 것이다.
주식시장 거래소 역시 증권사 등 이해 관계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운영되지만 종목별, 투자자별 거래량과 금액을 모두 공개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달리 가상자산거래소는 거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고 있지 않아 투자자가 이를 확인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는 점도 감시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가상자산의 현물시장 거래에 대해서도 상품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 규제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감시기능을 강화했고, EU도 제2차 금융상품시장지침에 따른 규제를 받도록 하고, 발행시장공시규제와 유통시장공시지침을 별도로 마련해 이용자를 보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 등 제3의 기관이 참여한 별도의 감시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근 서강대 교수는 "감시 기능은 잘해야 본전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큰 책임이 따르는 '독이든 성배'가 될 수 있어 당국이 이를 회피하는 것일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용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당국의 방침을 위해서는 '가상화폐감독원' 등 공식적인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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