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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홍명보는 끝났지만, 기득권은 살아남았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
2026-07-05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7/05/0000059682_001_20260705040006451.gif" alt="" /><em class="img_desc">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photo 뉴시스</em></span></div><br><br>홍명보의 몰락을 보며 12년 전이 아닌 4년 전이 떠올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이후 첫 16강 진출이란 성과를 낸 2022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당시 한국은 16강전에서 우승 후보 브라질에 1 대 4로 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를 짚어봤을 때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회가 분명해 보였다. 벤투 감독을 경험한 선수들을 취재하면서 인상 깊었던 게 있다. '빌드업'으로 표현된 벤투 감독의 축구는 비판받을 때나 16강의 성과를 이뤘을 때나 확고한 믿음을 받았다. <br><br>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 A는 "요즘 선수들은 훈련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보고 이 팀의 미래를 짐작한다"며 "벤투호의 훈련은 무엇을 목표로 어떤 것을 준비하는지가 명확했다"고 짚었다. 이어 "그때도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많았다. 특히 (손)흥민이가 토트넘 홋스퍼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런 흥민이가 벤투 감독의 훈련을 인정하고 재밌어했다. 우린 평가전이든 월드컵이든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내보였다. 우리가 훈련한 게 실전에서 나타나는 걸 보며 큰 자신감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특히 월드컵 첫 경기 우루과이전은 우리의 준비 과정과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시켜 줬다. 만약 16강에 오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미련이 남거나 후회하는 선수는 없었을 것 같다"고 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7/05/0000059682_002_20260705040006642.gif" alt="" /><em class="img_desc">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photo 뉴시스</em></span></div><br><br><strong>기득권만 싫어한 벤투 축구</strong><br><br>카타르 월드컵이 끝나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임되기 전이었다. 여러 축구인에게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꽤 많은 축구인이 예상하지 못한 답을 내놨다. 그 내용은 비슷했다. "벤투는 한국 축구를 위하지 않았다." 처음 이 얘길 들었을 땐 이해가 안 됐다. 벤투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의 경험담이 일관적이었을 뿐 아니라 16강이란 결과로 모든 걸 증명했기 때문이다. 벤투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이들의 논리엔 논거가 있었다. 한국은 브라질전에서 1 대 4로 졌다. 수비가 일찌감치 무너지면서 전반에만 4실점 했다.<br><br>"벤투는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브라질을 만났으면 자기 축구를 고집할 게 아니라 수비에 더 힘을 실어야 했던 것 아니냐. 벤투는 브라질전에서 이길 생각이 없었다. 다음 감독은 진정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말이다.<br><br>애초 벤투 감독의 후임은 클린스만이 아니었다. 한 내국인 감독이 사실상 내정되어 코치진까지 구성한 상태였다. 하지만 하나의 일로 방향이 급작스럽게 틀어졌다. 그다음은 클린스만부터 홍명보까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br><br>벤투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또 다른 선수에게 해당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수 B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당시엔 경기 일정이 대단히 빡빡했다. 지금처럼 48개국 체제가 아니었다. 32개국이 참가한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특히 우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그 안에서 부상자가 발생했고, 체력도 떨어졌다. 그걸 핑계로 삼진 않았다. 우린 패하긴 했지만 벤투호가 출범했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우리 축구로 싸운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br><br>여기서 한 가지만 짚겠다. 한국과 브라질은 2022년 12월 3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고 3일 뒤인 6일 맞붙었다. 휴식일은 같았다. 다만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에서 총력전을 펼쳤고, 브라질은 앞선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조별리그 최종전에선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브라질은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한 뒤 한국전에 나섰다.<br><br><strong>우물 안 개구리 대한민국 축구계 기득권</strong><br><br>2026 북중미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4년 전이 떠오른 건 오늘의 참담한 결과가 축구계 기득권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 기반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인 감독이 맡아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긴 축구계 종사자만 들어본 게 아니다. 거스 히딩크가 한국 축구사에 다신 없을 신화를 쓴 뒤 대표팀 감독 선임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외국인 감독이 무조건 뛰어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축구는 로컬 스포츠가 아니다. 글로벌 스포츠다. 한국은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적을 목표로 한다. 세계 축구 중심부에서 성과를 내본 지도자가 한국의 목표 달성 확률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큰 성과가 없더라도 세계 축구 중심부에서의 경험과 현대 축구에 대한 이해는 대표팀을 한 단계 높은 위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내국인 지도자는 세계 축구 중심부인 유럽에서 기회를 잡고 성과를 낸 적이 없다. <br><br>홍명보는 축구계 기득권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축구계가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사실상 내정했던 또 다른 내국인 감독의 선임이 물 건너가면서 홍명보만 바라보는 상황이 야기됐다. 한 가지 짚어야 할 건 홍명보는 자신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을 위해 위법한 행위를 저지르진 않았다. 대표팀 감독 제안이 와서 받았을 뿐이다. 홍명보는 늘 그랬다. 홍명보는 2004년 선수 생활을 마친 뒤 1년도 되지 않아 지도자 경력 하나 없이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당시 홍명보는 국가대표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갖추지도 않은 상태였다. 홍명보는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월드컵(2006)을 경험했다. 이후엔 국가대표팀,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겸임한 뒤 감독으로 U-20 월드컵(2009), 아시안게임(2010), 올림픽(2012)에 나섰다. 그 이후 모두가 기억하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참사로 이어졌다.<br><br>홍명보는 첫 프로 감독 도전에서도 실패를 맛봤다. 중국 슈퍼리그(1부) 항저우 뤼청 감독을 맡아 2부 강등을 피하지 못했다. 홍명보는 이후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로 3년 있었다. 홍명보는 KFA 행정을 총괄하는 전무이사를 맡기 전까지 선수, 지도자 경력만 있던 사람이었다. 한국 축구계는 그런 홍명보에게 행정 총괄 권한을 쥐여줬다. 홍명보는 이후 울산 HD를 통해 지도자로 복귀한 뒤 K리그1 2연패를 달성했다. 이 성과는 홍명보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 감독으로 두 번째 월드컵에 나설 기회로 연결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있다. 축구계 기득권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대표팀 사령탑에 내국인을 앉히는 데 사활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감독 선임 과정에 참여했던 박주호의 폭로가 있었다. 그 이후 축구계에 돌던 소문이 하나 있었다.<br><br>"박주호가 특정 에이전시와 연결되어 있다. 박주호가 루벤 아모림과 같은 외국인 감독을 어떻게든 대표팀 사령탑에 앉히려고 한다. 박주호가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저런 식으로 폭로하는 건 축구인들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다. 이는 자기 뜻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br><br>아모림의 이름이 그때 머릿속에 박혔다. 아모림이 포르투갈 명문 스포르팅 CP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지도자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아모림은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아 실패를 맛보긴 했지만, 세계 축구 중심부에 있는 감독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모림은 올 시즌부턴 이탈리아 명문 AC 밀란을 이끈다.<br><br>홍명보의 전술 능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홍명보의 전술 부재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었다. 홍명보가 울산을 3년6개월 동안 이끌며 K리그1에서 상대했던 외국인 감독은 가마(브라질),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단 2명뿐이다. 홍명보는 국제대회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선 우승한 적이 없다. 홍명보의 국가대표 감독 복귀 과정에서 그의 역량이 국제무대에서 통할 것이란 논거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br><br>한국의 북중미 월드컵 실패 원인을 딱 한 가지로 꼽긴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축구는 감독 놀음이다. 히딩크만 봐도 안다. 한국 축구 역사는 히딩크 전과 후로 나뉜다. 벤투의 훈련 방식과 확고한 축구 철학은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프로축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루이스 엔리케 파리 생제르맹 감독은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가 모두 떠난 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연패란 역사를 썼다. 팀이 슈퍼스타가 셋이나 존재할 때 이루지 못했던 걸 감독 1명이 2년 연속으로 해낸 것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6/07/05/0000059682_003_20260705040006823.gif" alt="" /><em class="img_desc">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photo 뉴스1</em></span></div><br><br><strong>그들만의 리그 만드는 기득권의 이기심</strong><br><br>축구계 기득권이 북중미 월드컵에서 내국인 감독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축구 발전이 아니다. 자신들의 밥그릇이다. 축구계 기득권은 내국인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자신들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커진다고 본다. 축구계 기득권은 내국인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내야 자신들도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br><br>축구판 기득권은 그렇게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왔다. K리그(1·2)는 혈세 지원 없이 운영될 수 없는 팀이 진작에 절반을 넘었다. K리그1 12개 구단 가운데선 6개, K리그2 17개 구단 중에선 무려 13개 팀이 세금 지원 없인 리그 참가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자체 혈세로 운영되는 구단에 연봉 20억원을 받는 선수가 있고, 15억원을 받는 선수가 뛴다. 한국 축구를 위한다는 가면을 쓰고 오직 나의 안위와 이익만 생각한 결과물이다.<br><br>프로축구 시장은 크지 않다. K리그1의 우승 상금은 5억원이다. 2012년부터 변화가 없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모기업이나 지자체 지원 없이 운영된 팀은 없다. 적자를 감내하는 지원이 있어야만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 몇몇 구단을 제외하면 자생력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될 정도다. 대다수 K리그 구단이 눈여겨보는 숫자는 승점이다. 승점이 많아야 내 자리를 유지하고, 밥그릇의 크기를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홈구장을 찾은 관중 수가 얼마인지 관심을 보이는 구단에 박수를 쳐 줘야 하는 게 지금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br><br>2026년 K리그1·229개 구단 중 외국인 사령탑은 3명뿐이다. 축구계 기득권은 글로벌 스포츠인 축구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드는 데 힘쓴다.<br><br><strong>비판하면 메시지 아닌 메신저 공격</strong><br><br>홍명보가 두 번째 대표팀 감독을 맡는 기간 동안 그를 바라보는 세대별 시각차가 존재했다. 논란이 된 '봉사'란 단어는 홍명보만의 생각이 아니다. 봉사는 기득권 축구인들이 공감하는 단어다. 그들은 홍명보의 행보를 큰 비판에 직면할 걸 알면서도 편안한 길을 외면하고 한국 축구를 위해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희생'으로 본다. 같은 선수 출신이 홍명보를 비판하면,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상황이 반복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홍명보를 더 보호하고자 했다. <br><br>반대로 젊은 축구인, 특히 선진 축구를 경험한 이들일수록 홍명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판적이었다. 특히 축구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홍명보가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진행된 감독 선임을 받아들이고 외부 비판을 차단한 채 나아가는 모습은 한때 그를 지도자로서 존경했던 이들까지 외면하게 했다. 선진 축구를 익혔던 이들이 월드컵 본선 진출 경험이 없는 축구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를 받아들이는 건 어려웠다.<br><br>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나섰던 한 젊은 축구인은 "홍명보 선배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던 이들이 힘들어하는 걸 가까이서 봤다"며 "축구인이 똘똘 뭉쳐서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할 때 인기를 얻기 위해 그런 말을 한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정말 힘들었을 거다. 지금껏 한국 팬들에게 온전하게 응원받지 못한 대표팀은 없었다. 월드컵은 코칭스태프, 선수, 지원스태프, 팬이 하나로 똘똘 뭉쳐 모든 걸 쏟아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대회다. 체코전 승리로 기대를 품기도 했지만 축구는 개인의 역량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걸 확인하지 않았나 싶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br><br>홍명보의 사퇴는 홍명보 단 한 사람의 물러남을 뜻할 뿐이다. 나의 이익이 한국 축구의 발전보다 위에 있는 축구판 기득권이 건재하는 한 한국 축구는 실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구시대에 머문 사고방식에서 시작된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시간을 무려 12년 전으로 되돌렸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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