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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결과 아닌 과정에 집중"…'올림픽 金' 사격 양지인이 다시 찾은 초심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8
2026-06-12 14:3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6/12/0000612995_001_20260612143013075.jpg" alt="" /><em class="img_desc">2024 파리올림픽 여자 권총 25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양지인. </em></span></div><br><br>[스포티비뉴스=청주, 정형근 기자] 세계 정상에 오른 뒤에도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2024 파리올림픽 여자 25m 권총 금메달리스트 양지인(22·한국체대)은 최근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을 털어놨다.<br><br>"나 올림픽 금메달 딴 사람인데 왜 이것도 못하지."<br><br>웃으며 꺼낸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지난 2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올림픽 금메달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양지인에게 금메달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br><br>최근 출전한 뮌헨 월드컵에서 기대했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기술적인 문제보다 더 크게 느껴진 것은 심리적인 부분이었다. 올림픽 이후 자신도 모르게 결과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br><br>제6회 홍범도장군배 전국사격대회가 열린 충북 청주에서 만난 양지인은 "결과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까 정작 제가 해야 할 것들을 놓치고 있었어요"라며 "올림픽 때도 부족한 부분은 있었지만 감독님들과 코치님들이 심리적으로 잘 잡아주셨는데, 올림픽 이후에는 자꾸 결과를 기준으로 저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어요"라고 말했다. <br><br>금메달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이름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에게도 슬럼프와 고민은 찾아온다. 뮌헨 월드컵은 오히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br><br>"지금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려고 해요. 내가 준비한 걸 얼마나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br><br>파리올림픽 이후 삶이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의 대답은 담담했다. 유퀴즈에 출연했고 각종 인터뷰 요청도 이어졌지만 일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밖에서 자신을 알아본 사람도 "딱 한 분"이었다고 웃었다. 여전히 훈련장으로 출근하고 학교에 가고 다시 사격장으로 돌아온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하루의 대부분은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데 쓰인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을 특별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br><br>"부담도 이겨내야죠. 선수니까."<br><br>짧은 한마디였지만 올림픽 챔피언의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br><br>양지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사격은 양궁과 함께 국내 선발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종목으로 꼽힌다. 과거 성적이나 국제대회 메달 경력이 대표 선발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올림픽 챔피언도,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도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서야 한다. <br><br>지난 4월 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비공인 세계신기록 5개와 한국신기록 2개가 작성됐다. 국제대회 결승 못지않은 수준의 경쟁이 국내 선발전에서 펼쳐진 셈이다. 양지인 역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다시 총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현재 한국 사격이 세계 정상급 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에도 이런 치열한 내부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6/12/0000612995_002_20260612143013120.jpg" alt="" /><em class="img_desc">2024 파리올림픽 사격 금메달 확정 이후 기뻐하는 양지인. </em></span></div><br><br>양지인의 사격 인생은 의외로 우연하게 시작됐다. 전북 남원에서 자란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사격부를 통해 처음 총을 잡았다. 선수 선발을 위한 수행평가에서 코치의 눈에 띄면서 사격을 시작하게 됐다.<br><br>"한번 해볼래?"<br><br>그 한마디가 인생을 바꿨다. 당시에는 국가대표도, 올림픽도 멀게만 느껴졌다. 다만 운동이 좋았고 총을 쏘는 일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재능은 일찍 드러났다. 중학교 1학년 때 사격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금메달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국가대표를 향한 꿈은 조금씩 커졌다.<br><br>"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확신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br><br>어릴 때는 단순히 총을 쏘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다면 지금은 사격의 다른 매력을 느낀다. 오늘 해야 할 훈련을 얼마나 수행했는지, 어제보다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는 것이다.<br><br>"내가 해야 할 것들을 얼마나 했는지 보는 게 재밌어요. 오늘은 몇 퍼센트 정도 했는지, 어제보다 얼마나 좋아졌는지 그런 걸 보는 게 좋아요."<br><br>그래서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도 망설임이 없었다.<br><br>"할머니가 돼서도 허리가 꼿꼿하고 총을 들 수 있으면 계속 쏘지 않을까요."<br><br>농담처럼 들리지만 진심이었다. 그는 지금도 사격이 재밌다고 말한다. 올림픽 금메달 이후에도 다시 사격장으로 향하는 이유 역시 결국 그 단순한 즐거움 때문이다.<br><br>최근 한국 사격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파리올림픽에서 양지인, 오예진, 김예지가 메달을 휩쓸며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후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무대에서도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양지인 역시 현장에서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br><br>"확실히 기록이 많이 올라왔어요. 세계대회에서도 입상하는 선수들이 많아졌고요."<br><br>그는 농담처럼 "장비 검사를 할 때 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조금 더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지만 그 안에는 높아진 한국 사격의 위상이 담겨 있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77/2026/06/12/0000612995_003_20260612143013155.jpg" alt="" /><em class="img_desc">'결과 아닌 과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양지인이 9월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를 수 있을까. </em></span></div><br><br>무엇보다 지금 대표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오예진, 김예지, 홍수현 등 정상급 선수들이 함께 훈련하며 서로를 자극한다. 최근 오예진은 공개적으로 "양지인을 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지인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을 넘는다는 것은 결국 더 높은 수준의 선수가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br><br>"넘으면 좋죠. 제가 못 쏘고 있는 게 아니니까 저를 넘는다는 건 더 높은 선수로 간다는 의미잖아요."<br><br>물론 경쟁자에게 자리를 쉽게 내줄 생각은 없다.<br><br>"그래도 뺏기고 싶지는 않으니까 저도 더 열심히 해야죠."<br><br>그는 한국 사격의 경쟁력이 바로 이 선의의 경쟁에 있다고 믿는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훈련하면서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따라 해본다. "예진이는 왜 저렇게 잘 쏘지?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기록이 올라가고 경기력도 발전한다는 설명이다.<br><br>파리올림픽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어린 선수들의 눈빛이었다. "저 언니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사격을 시작하는 학생들도 늘었고 유소년 선수들의 기록도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br><br>"확실히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br><br>그는 한국 사격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밝은 표정을 지었다.<br><br>"선수들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br><br>사격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사와 인터뷰를 통해 종목이 알려지고 관심이 쌓여야 더 많은 아이들이 사격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원과 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어야 국제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br><br>흥미로운 것은 양지인이 벌써 운동 이후의 삶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아직 20대 초반이지만 운동선수의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br><br>"갑자기 다치거나 운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운동을 그만두게 됐을 때를 대비해서 뭔가 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br><br>22세 올림픽 챔피언의 답변치고는 놀라울 만큼 현실적이었다.<br><br>하지만 미래를 준비한다고 해서 현재가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아시안게임을 향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을 기대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면 사실상 주요 국제대회를 모두 석권하게 된다. 욕심이 없을 리 없다.<br><br>"욕심은 나죠. 그런데 그 욕심에 넘어가면 안 되니까요."<br><br>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br><br>"그냥 매일 연습한 걸 보여주고 오자."<br><br>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결과보다 과정, 기록보다 성장, 그리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 세계 정상에 오른 뒤에도 양지인은 여전히 배우고 있다. 어쩌면 그가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른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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