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세 번째 기소
강제구인 거부…구속 연장 실익 없어
'구속기간 논쟁' 감안해 보수적 계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2·3 불법계엄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속기간 연장 없이 구속된 지 9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전격 기소했다. 혐의가 중대하거나 사안이 복잡한 경우에는 구속기간(최장 20일)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특검팀은 '신속 기소'를 택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구치소 밖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만큼, 추가 소환에 매달리기보다 법정에서 혐의를 다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19일 오후 2시 40분을 기해 윤 전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일부 장관들만 불러 졸속으로 진행해 미참석 국무위원의 심의·의결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이를 파쇄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경호처에 지시한 혐의, 군 지휘부에 비화폰(보안처리된 전화기) 기록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도 포함됐다.

형사소송법상 재판에 넘기기 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한 차례 10일 연장을 포함해 최대 20일이다. 특검이 구속기간의 절반도 쓰지 않고 빠른 기소를 택한 건 윤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 탓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구속된 이래 특검의 출석 요구는 물론 3차례 걸친 강제구인 시도에도 건강상 이유를 대며 불응해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구속기간을 늘려가며 조사 시도를 반복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일각에선 특검팀이 법원에서 구속기간 연장이 불허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8일 구속적부심 때부터 이미 기소된 내란 혐의에 포함된 범죄사실로 '이중 구속·기소'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더구나 법원은 1월 24일 공수처가 구속 후 넘긴 윤 전 대통령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할 수 없다며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한 전례가 있다. 검찰이 연장을 포기하고 이틀 뒤 기소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구속기간 산정 방식을 문제 삼아 아예 구속을 취소했다. 특검팀은 1차 구속기간이 21일 오전 만료되는 것으로 계산했지만, 불필요한 논쟁의 여지를 주지 않게 위해 이틀 전에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올해 1월 26일 현직 대통령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사라지자 5월 1일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특검팀은 남은 수사 기간 동안 외환죄 수사에 집중할 계획인 만큼, 윤 전 대통령은 네 번째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속 출석 조사를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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