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포함 14개 AI 모델 상위권… 기술 주도권 여전히 견고
중국 AI 생태계, 논문·특허·인재 등 뒷받침
“범용 AI 성능 격차 커질 것… 한국은 ‘버티컬 AI’ 등이 현실적 대안”

그래픽=손민균

세계 최고 성능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중 4분의 1이 중국에서 개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독주하던 AI 기술 패권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AI 산업 중심축이 미국과 중국 양강 구도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다른 국가들은 상위권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AI 성능 벤치마크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 인텔리전스 인덱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xAI가 개발한 그록4가 73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픈AI o3-pro(71점), 구글의 제미나이 2.5 프로(70점), o3와 o4-mini high(각 70점)가 공동 3~5위권에 올랐다. 상위 5개 모델은 모두 미국 기업이 개발했다.

6위는 중국 딥시크(DeepSeek)의 R10528 모델(68점)로, 이외에도 알리바바의 치엔쓰리(Qwen3), 미니맥스(MiniMax), 문샷AI의 키미 K2(Kimi K2), 딥시크 V3(DeepSeek V3) 등이 상위 20위권에 포함됐다. 미국은 그록, GPT, 클로드, 제미나이, 라마 등 총 14개 모델을 배출하며 기술 주도권을 지켰고, 중국은 총 5개 모델로 그 뒤를 이은 것이다. 프랑스 미스트랄(Mistral AI)의 마지스트랄 스몰(Magistral Small)만이 유일하게 미·중 이외 국가에서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지표는 단일 벤치마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AI의 고등 인지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업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테스트로 평가된다. 특히 대학 수학 수준의 MATH-500, 과학 기반 실시간 코딩 평가인 사이코드, 라이브코드벤치는 단순 언어 이해를 넘어 ‘인간 작업 수행 능력’을 수치화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상위권 진입은 AI 논문과 특허, 인재 기반에서 이미 확보한 양적 우위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이언스가 보도한 디멘션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AI 관련 논문 2만3695건, 특허 3만5423건을 발표하며 각각 전 세계 논문의 절반 수준과 미국·영국·캐나다·일본·한국 5개국 총합의 약 13배를 기록했다.

중국의 대표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오픈소스와 저비용 고성능 전략을 앞세워 미국 모델과 유사한 수준의 결과를 달성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아람코 등이 딥시크 모델을 채택했으며, 아마존웹서비스(AWS)도 고객에게 딥시크 기반 모델을 제공 중이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센터는 지난달 발표한 ‘주요 첨단 기술 경쟁력 지수(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Index)’ 보고서에서 “중국은 AI 관련 데이터와 인적 자본에서 미국보다 우위”라고 분석했다. 지난 9일 발표된 UNIDO·SCMP 공동 분석에서도 세계 최상위 AI 전문가 100명 중 50명이 중국 국적이었으며, 절반은 중국 내 기업·기관에 소속됐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성능 평가에서 여전히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이유는 대규모 모델 학습에 필요한 스케일링 법칙이 아직 깨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다른 국가들이 종합 성능에서 이들 양국을 따라잡기는 어렵고, 결과적으로 미·중 양강 체제가 당분간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는 범용 AI 경쟁보다 특수 목적의 ‘버티컬(특화형) AI’나 멀티모달·에이전트형 모델, 혹은 경량화 모델 등 틈새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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