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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노동자 사망 사고 벌써 3번째…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br>허영인 회장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노동 현장에는 변화 없어<br><br>
최근 한국 프로야구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야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더욱 인기가 늘어난 모양새인데요.😮
주변에 야구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거나, 시즌 입장권을 구하기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한국 야구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인기 덕분인지 올해 3월에는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으로 유명한 SPC그룹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협업해 ‘크보빵’을 출시하기도 했어요.
올해 3월 SPC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협업으로 출시된 ‘크보빵’. (출처:SPC삼립 홈페이지)
그런데 ‘크보빵’은 출시된지 불과 3개월만에 단종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바로 크보빵을 생산하던 SPC삼립 시화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SPC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3명의 노동자가 SPC 계열사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때마다 SPC측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뉴스타파는 반복되는 SPC 노동자 사망 사건을 오랜 기간, 여러 각도에서 취재해 왔습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SPC 노동자 사망 사건의 원인과 그 대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뉴스타파가 던진 질문들
ㆍ SPC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ㆍ 반복되는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 주목해야 할 사실들
30년 된 컨베이어에 끼어서 사망… 그는 왜 컨베이어에 들어가야 했나
ㆍ 지난 5월 19일 새벽 3시경,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양 모 씨가 작동 중이던 ‘냉각 컨베이어’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냉각 컨베이어는 갓 구워진 빵을 식혀주는 설비로, 사람 키를 훨씬 넘는 높이의 금속제 구조물입니다.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냉각 컨베이어의 모습. (출처: 시흥소방서)
ㆍ 양 씨는 이 냉각 컨베이어 밑에 들어가 윤활유를 뿌리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양 씨의 동료들은 “이전에도 기계에서 끽끽 소리가 나면 양 씨가 밑으로 들어가 윤활유를 뿌리곤 했다” 라고 증언했다고 해요.🤔
ㆍ 그런데 사실 이 기계에는 ‘윤활유 자동분사장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직접 기계 밑에 들어가지 않아도 호스를 통해 윤활유를 분사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 자동분사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어요.
ㆍ 그 이유는 기계의 노후화로 추정됩니다. 사고가 난 기계는 공장이 설립된 1995년 도입된 것으로, 정확한 제조연도는 알 수 없지만 최소 30년간 사용된 것은 분명해요.🤨
ㆍ 즉 노후화로 인해 기계가 자주 오작동을 일으켰고, 자동분사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작업자가 직접 윤활유를 뿌리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전장치 없는 기계, 멈출 수도 없었다
ㆍ 만약 작업자가 기계에 끼었다고 해도, 기계를 긴급 정지시키는 장치가 있었다면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기계를 멈추는 안전장치를 ‘인터락’이라고 하는데요.🤔
ㆍ 지난 2022년 SPC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당시에도 이 배합기에 인터락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ㆍ 이후 SPC그룹은 소스 배합기 등 여러 기계에 인터락을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도, 이번에 사고가 났던 냉각 컨베이어에는 인터락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어요.
ㆍ 기계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기계에 인터락을 설치하는 비용은 약 500만 원 미만이라고 합니다.🤔 SPC그룹의 규모에 비하면 결코 큰 비용이 아니죠. 그런데도 SPC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인터락 설치에 소홀했고, 이는 한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SPC그룹 산하 제빵공장에선 지금까지 세 번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22년 10월 15일에는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2023년 8월 8일에는 반죽기에 그리고 2025년 5월 19일에는 냉각 컨베이어에 사람이 끼어 숨졌습니다.
ㆍ 인터락이 없더라도 최소한 기계를 멈추고 정비 작업을 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숨진 양 씨는 가동 중인 기계에 들어가 윤활유를 뿌리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ㆍ 이에 대해 전현직 SPC 노동자들은 “웬만해서는 기계를 절대 멈출 수 없는 분위기” 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기계를 잠깐이라도 멈추면 생산 속도가 떨어진다며 관리자들의 질책이 쏟아진다는 것이죠.😰
ㆍ 특히 사고가 발생한 시화공장은 당시 인기 제품이던 ‘크보빵’의 생산 공장이었습니다. 당시 크보빵은 출시 41일만에 1,000만개를 판매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그만큼 공장 노동자들도 생산량의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 이 보도가 중요한 이유
제빵업계에서 유일하게 ‘피 묻은 빵’을 파는 곳
ㆍ SPC그룹은 2025년 현재 총 48개의 브랜드와 6,300여 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대기업입니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 여럿이 SPC그룹에 소속돼 있죠. 특히 제빵업계에서 SPC의 위상은 그야말로 독보적입니다.🤔
ㆍ 하지만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도, SPC그룹은 제빵업계에서 유일하게 사망 사고가 발생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른 업체와 비교해도 위험한 노동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죠.
ㆍ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SPC 주요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총 881건입니다. 단순 계산해도 매달 14건 이상의 산재가 발생한 셈이에요.😰 이는 노동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승인까지 받은 사례만 집계한 것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고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ㆍ 실제로 지난해 SPC 계열 제빵공장에 취업했던 공의정 노무사는 “사고가 정말 매일 나다시피 한다”, “저도 기계에 머리가 찍히거나 컨베이어 벨트에 장갑이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다” 라며 SPC의 위험한 노동 환경을 지적했습니다.
SPC에서 반복되는 산재의 원인을 알기 위해 SPC계열 제빵공장에서 일했던 공의정 노무사.
ㆍ 지난 2022년 SPL 평택공장 사망 사고 이후, 소비자들은 ‘피 묻은 빵을 먹을 수는 없다’ 라며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며칠 뒤 SPC 허영인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안전관리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ㆍ 그러나 대국민 사과 다음 해인 2023년에도, 2025년 올해에도 SPC에서는 노동자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산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 주야간 2교대 근무 방식도, 노후화된 설비도, 최소한의 안전 장치인 ‘인터락’조차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안전관리에 투자하겠다는 허영인 회장의 약속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ㆍ 사망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진 경영진도 없었습니다. 2022년 사망 사고에 대해 강동석 SPL 대표이사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등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현재 항소한 상태입니다. 2023년 발생한 사망 사고는 현재 1년 10개월째 수사 중입니다. 사망 사고로 인해 내부 징계를 받은 사람도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ㆍ 지난 5월 발생한 시화공장 사망 사고에 대해서도 SPC 허영인 회장은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는 SPC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이상 ‘피 묻은 빵’을 만들지 못하도록 언론과 시민들의 감시가 필요한 때입니다.
뉴스타파 허현재 presenthe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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