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고물가 꼬리물기 2편 
고물가 국면 커진 민생의 비명
저소득층 고물가에 더욱 취약 
정부 주도 가공식품 할인행사 
정부 가격 통제 성공 사례 있나
민생회복 소비쿠폰 민생 살리기 
이재명 정부, 물가+경기 잡을까

이재명 정부는 과연 민생과 물가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고물가는 필연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가혹하다. 소득의 대부분을 먹고사는 데 써야 하는데 필수재 가격이 오르면 먹는 것조차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짓눌린 서민들의 비명이 커지자 정부가 물가 관리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 주도하에 21개 식품·유통업체가 참여하는 가공식품 할인행사가 대표적이다. 7월 한달 동안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서 라면, 빵, 커피, 김치 등을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 하지만 한시적인 할인행사가 물가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오는 7월 21일부터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물가를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저소득층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민생을 살리겠다"고 선언한 이재명 정부는 과연 '고물가'를 어떻게 해결해 낼까. 더스쿠프가 '물가 꼬리잡기' 두번째 편에서 고물가와 민생,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딜레마를 살펴봤다.

올해 4~6월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점심 사먹기가 무서울 정도"라는 직장인 김재형씨. 얼마 전 좋아하던 칼국수 집을 찾았다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칼국수 한 그릇 가격이 1만2000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재형씨는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한끼가 많지 않다"며 한탄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서울지역 칼국수 평균 가격은 9692원으로 1만원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냉면, 비빔밥에 이어 칼국수마저 '1만원 시대'가 목전이란 얘기다.

냉면 평균 가격은 2022년 4월 1만192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고, 올해 5월 기준 1만2269원으로 더 올랐다. 비빔밥 평균 가격도 2023년 1월 1만원 문턱을 넘어섰고, 현재 1만1462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장보기'가 만만한 것도 아니다. 주부 나현희씨는 "쇼핑 카트도 아니고 장바구니 하나 채웠을 뿐인데 10만원이 넘게 나오더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식품업체들이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국정 공백기를 틈탄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8~11월 1%대를 기록했던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이하 전년 동월 대비 기준)은 12월 2.0%로 올라섰다. 이후 올해 1월 2.7%, 2월 2.9%, 3월 3.6%를 기록했고, 4~6월 내내 4%대 상승률을 찍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포인트가량 웃돈다.

품목별로 살펴봐도 안 오른 게 거의 없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2개의 가격이 1년 전(2024년 6월 대비 2025년 6월)보다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9일 제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콕 집어 지적했던 라면의 경우 1년 새 6.9%나 올랐다.

2023년 9월(7.2%)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양념소스(21.3%), 시리얼(11.6%), 탄산음료(8.0%), 냉동식품(6.7%), 빵(6.4%) 비스킷(6.0%), 아이스크림(5.1%)도 모두 올랐다.

■ 물가 꼬리물기① 정부 통제 = 이같은 한국의 식품물가는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구매력 평가(PPPㆍPurchasing Power Parity)를 고려한 물가 통계 결과를 보자.

한국의 식료품ㆍ비주류음료 물가는 OECD 38개 회원국 평균(100)보다 47.0%(이하 2023년 기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가 비싼 나라는 스위스(163)가 유일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내린 행정명령도 "비상경제점검 TF를 구성하라"는 거였다. 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여름 휴가철 가공식품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7~8월에 걸쳐 이어지는 대규모 할인행사에는 식품업체 16곳(농심ㆍ오뚜기ㆍ삼양식품ㆍSPCㆍ동서식품ㆍ롯데칠성음료 등)과 유통업체 5곳(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ㆍGS리테일 등)이 참여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먼저 7월에는 대형마트ㆍ편의점 등에서 봉지라면·컵라면 등을 최대 50% 할인하고 1+1, 2+1 행사를 진행한다. 식빵·호빵·샌드위치 등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커피류와 탄산음료는 각각 최대 40%, 50% 할인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품·유통업계와 간담회(4일)를 열고 장바구니 물가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8월 이후에도 가공식품 물가 관련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업계와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의 물가 대책에 기업들이 호응하면서 휴가철 장바구니 부담은 한결 덜어냈지만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이 성과를 낸 적은 많지 않아서다. 가깝게는 윤석열 정부의 사례도 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022년 2월 발발)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자 식품업체들은 즉각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2년 연속 가격을 끌어올린 기업도 숱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곡물 가격은 안정화했고, 식품업체들의 매출원가율도 큰 차이가 없거나 되레 하락했다.

문제는 한번 오른 가격이 내려올 줄 모르면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압박했다. 대표적인 품목은 라면이었다. 2023년 6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당시 직함)은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라면 가격과 관련해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보다) 50%가량 하락한 만큼 기업들이 적정하게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발언했다. 이후 7월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은 라면 가격을 4.7~6.9% 내렸다.

이어 11월엔 라면ㆍ빵ㆍ우유 등 가공식품 9개 품목에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하도록 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했던 '물가관리 책임실명제'와 판박이 제도였다.

그럼에도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는 라면 시장점유율 1위 '농심 신라면'의 가격 추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3년 7월 4285원이던 신라면(5개입) 평균 소매가격은 2024년 7월 4198원으로 2.0% 하락했지만 올해 7월 기준 4564원으로 1년 전보다 8.7%나 올랐다. 농심이 올해 3월 신라면 가격을 개당 50원 인상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더라도 그때뿐이라는 거다.

안동현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기업을 통제해 물가를 누르는 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말을 이었다. "트럼프 집권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와해되면서 기업들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가격이 많이 오른 품목을 전면적으로 살펴보고, 정부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풀어주면서 가격을 인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

[사진 | 뉴시스]

■ 물가 꼬리물기② 정부 딜레마와 민생 = 사실 고물가는 어떤 정부든 부담스럽다. 기업을 압박하면 '관치 논란'이, 방임하면 '방치 논란'이 불거지기 마련이다. '민생'을 살려야 하는 이재명 정부도 마찬가지다. 고물가는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이를 '소득'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올해 1분기 전체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535만1018원으로 전년 동기(512만2127원) 대비 4.5%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가구의 명목소득은 같은 기간 1.5%(115만7350원→113만9891원) 감소했다.

근로소득(1.9%), 사업소득(0.1%), 재산소득(7.7%) 모두 줄었다. 소득이 늘어도 물가(2.1%·2024년 1분기 대비 2025년 1분기)를 따라잡기 어려운데, 소득이 줄었으니 소비여력은 더 쪼그라들었을 게 뻔하다.

이번엔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소득을 살펴보자. 1분위 가구(이하 올해 1분기 기준) 실질소득은 104만1581원으로 1년 전(108만6308원)보다 4.1% 감소했다. 가처분소득은 6.1%(91만2942원→85만6360원)나 줄었다.

당연히 가계 적자폭(소득-지출)도 더 커졌다. 올 1분기 매달 32만2180원의 적자가 쌓였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28만4748원)보다 13.1% 늘어난 액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소득층은 필수적인 먹거리 소비마저 줄이고 있다. 1분위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22만6329원으로 1년 새 2.3%나 감소했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소득 하위계층의 전방위적(근로ㆍ사업ㆍ재산) 소득 감소는 단순한 경기 둔화 문제뿐만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 정책 미비, 사회적 안전망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일자리ㆍ복지ㆍ교육ㆍ금융 등을 통합한 다층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물가 꼬리물기③ 쿠폰과 이재명 딜레마 = 이런 맥락에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게 있다. 7월 21일 신청·지급 절차가 시작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효과다. 이재명 정부는 민생을 살리기 위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1차(15만원)와 2차(10만원)에 걸쳐 지급한다. 1차는 전국민(15만원)에게, 2차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10만원)에게 총 13조2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푼다.

저소득층엔 더 많은 쿠폰을 지급한다. 1차 지급에서 차상위계층ㆍ한부모가족에겐 30만원, 기초수급자에겐 40만원씩 차등을 뒀다. 이재명 정부가 그만큼 저소득층의 생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경제 효과다. 한편에선 13조원이 넘는 돈이 풀리는 만큼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예산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은 31조8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저소득층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풀리면 수요가 늘면서 인건비 증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가공식품 할인행사가 단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순 있겠지만, 확장재정을 펼치면서 물가를 통제하는 건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다."

[사진 | 뉴시스]

하지만 지금의 고물가가 수요가 아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발 리스크, 국제유가 등 '공급'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소비쿠폰이 물가를 부추기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추경이 물가를 자극하는 것 아니냔' 의원들의 질문에 "지금은 내수가 상당히 부진하고, 총 수요 자체가 잠재 수준에 미달한 상황"이라면서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여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물가와 경기를 모두 잡은 정부는 사실상 없다.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르고,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긴축하면 경기가 위축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란 방식으로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이재명 정부는 과연 어떤 성과를 내놓을까. 우리는 고물가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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