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회장, 美 선밸리 출장 마치고 귀국
대형 M&A 단초 된 선밸리, 삼성 공격경영 탄력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열심히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4일 이른 오전 미국 출장을 마치고 전세기 편으로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면서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을 전망하는가’ 질문을 받고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이데일리DB)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2분기 시장 기대를 밑도는 4조6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공개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하락 등 반도체 부진이 심화하는 와중에 갤럭시 스마트폰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5세대 HBM3E 12단 제품이 ‘큰 손’ 엔비디아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게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하반기는 전영현 부회장이 반도체(DS)부문장 취임 1년여간 시도한 체질 개선이 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갤럭시 폴더블폰 신제품인 갤럭시 Z 폴드7·플립7 역시 미국 등 주요국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 회장의 이날 언급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런 가운데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휴양지에서 열리는 ‘앨런&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주로 미디어·정보기술(IT) 거물들이 모이기 때문에 ‘억만장자 여름캠프’로 불린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 제너럴 모터스(GM) 회장 겸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컴퍼니 CEO,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등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인 중에서는 이 회장이 유일하게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 시절인 지난 2002년부터 선밸리 콘퍼런스에 꾸준히 참석해 왔다. 이 회장은 2017년 당시 국정농단 재판에서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 회장은 이날 이번 출장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여러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하다”고 답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특히 대형 인수합병(M&A) 논의가 실제 이뤄지는 장소로 유명하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 컴캐스트와 NBC 유니버설 합병 논의 등이 선밸리에서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 역시 이재용 회장과 팀 쿡 CEO가 선밸리에서 담판을 지어 해법을 찾아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초대형 M&A 구상을 가다듬었을지 이목이 모아진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Xealth)를 비롯해 로봇(레인보우 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텍(소니오), 오디오·전장(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AI 데이터센터 공조(플랙트) 등의 분야에서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전통적인 먹거리인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하드웨어가 아니라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M&A가 이뤄졌다.

게다가 이 회장은 오는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 관련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이 이날 귀국한 것도 둔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재계에서는 대법원 선고가 사실관계를 다투지 않는 법률심인 만큼 무죄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 회장이 10년 사법 리스크를 털고 최종 무죄가 확정된다면 공격 경영 기조는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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