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96
‘총장=제왕’ 검찰 출신, 정치 전혀 몰라
윤석열이 드러낸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괴물 대통령 막으려면 반드시 개헌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이 7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기록 보유자입니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구속된 세계 최초의 인물입니다. 그는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뒤 12월14일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2025년 1월19일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법원과 검찰은 3월8일 그를 풀어줘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4월4일 그를 파면했습니다. 6월3일 궐위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고 국회는 특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내란 특검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추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는 7월10일 재구속됐습니다. 사필귀정이요, 만시지탄이었습니다.

그는 재구속 뒤 건강을 이유로 법원 재판에 나가지 않고 검찰 소환에도 불응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측 불가의 인물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행동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지 걱정입니다.

윤석열의 운명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의 최종 목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김건희 특검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것입니다. 채 상병 특검은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수십 년 동안 감옥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초한 것입니다. 만약 재임 때 김건희 특검과 채 상병 특검을 받아들였다면 불소추특권 덕분에 기소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와서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입니다.

윤석열의 출구 없는 몰락

현재의 국민감정과 정치 지형으로 미루어 윤석열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처럼 사면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를 지지하거나 동정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7월1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윤석열 구속 찬성 의견은 무려 71%였습니다. 반대는 23%였습니다. 모든 연령과 지역에서 찬성이 높았습니다. 70대 이상과 대구·경북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지 정당별로 국민의힘 지지층은 구속 찬성 29%, 구속 반대 66%였습니다. 뒤집어서 해석하면 윤석열 구속에 반대하는 소수만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의미입니다. 국민의힘 앞날이 캄캄합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구속에 대한 여론도 비슷했습니다. 리얼미터가 3월22일 조사해서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구속 찬성 72.3%, 반대 25.1%였습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만 반대가 조금 높았고, 지역별로는 대구·경북만 반대가 조금 높았습니다. 지지 정당별로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쨌든 고연령층과 대구·경북이라는 비빌 언덕이라도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도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는 보수, 진보를 떠나서 찬성이 압도적입니다. 문화일보가 7월10일치 “재구속 윤, 더는 책임 회피 말고 특검은 편향 논란 없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다 알려진 사실도 부인하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해온 데 비춰 자업자득이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의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군사령관들이 모두 수감된 상황에서 혼자 풀려나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 등으로 여론 악화를 부추겼다. 더는 뻔한 사실을 부인하거나 평생의 명예를 잃고 곤경에 처한 인사들에게 잘못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구속되는 순간까지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것은 도리가 아니다.”

7월11일치 조간신문도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의 재구속이 당연하다는 사설을 실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조선일보만 사설을 싣지 않았습니다. 별로 할 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선출직 공직자에 불과한 ‘큰 머슴’

윤석열 대통령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 대통령 자리는 아무래도 저주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강하게 듭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쫓겨나 하와이에서 숨졌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퇴임 뒤 감옥에 갔습니다.

독재와 쿠데타의 시대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때 아들이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뒤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이명박·박근혜·윤석열 대통령도 감옥에 갔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말로가 비참할까요? 이유가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착각입니다.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직자에 불과합니다. ‘큰 머슴’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자신을 절대군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왕으로 착각하는 머슴이 결국 불행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유권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한 사람 잘 뽑아서 팔자 고치려는 잘못된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성균관대 미래정책연구원이 7월8일 개헌과 정치제도 개혁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김정현 전북대 교수가 ‘한국형 대통령제의 개헌 필요성 및 방안’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이렇게 짚었습니다.

“대통령은 헌법상 보장된 권한에 입각해 행정부 외에도 입법부와 사법부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현재와 같은 대통령의 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등의 헌법기관 구성권은 이들 기관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을 갖는 데 장애물이 된다.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주요 고위 공직자에 자신의 측근을 임명함으로써 행정부의 국무위원이 아닌 대통령의 주변 참모들이 국가의 중요 사안들을 좌지우지하도록 한다. 과거에는 청와대, 현재는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측근들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내각을 압도하고 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하는 공공기관과 공직 유관단체 및 전국적 조직을 갖춘 관변단체들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통령의 영향력을 전파시킨다. 심지어 민영화한 사기업의 인사에도 행정부가 갖고 있는 지분을 빌미로 개입한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검찰·국세청·경찰·금융감독원·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자기 사람들로 채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국가와 사회 곳곳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자 한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을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행정부 수반의 지위까지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기 때문에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대통령에게서 국가의 원수 지위를 박탈할 때가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착각이 가장 심각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상명하복, 동일체 원칙이라는 잘못된 제도와 문화에 물든 검찰에서 평생을 보내 민주주의나 정치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검찰에서 총장은 제왕입니다. 역설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최소 개헌’ 하려면

윤석열 대통령의 몰락을 계기로 이제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개헌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7월3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없었습니다. 아쉬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개헌 공약은 다섯가지였습니다. 첫째, 5·18 민주화 운동 정신 헌법전문 수록, 둘째, 직접민주주의 강화 등을 통한 민주주의 회복, 셋째, 국민의 기본권 확대·강화, 넷째, 대통령 4년 연임제로 책임정치 강화 및 국정운영의 안정 도모, 다섯째, 계엄선포 및 재의요구권 요건 강화 등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첫 공식 기자회견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개헌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속도와 방법이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은 대통령 취임 직후입니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가장 강할 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 의지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개헌 논의는 국회에 맡겨야 합니다. 개헌은 여야가 합의해야 가능합니다.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선에서 ‘최소 개헌’을 해야 합니다.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여야 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해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합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여야 합의가 어려우면 합의 가능한 수준에서 1단계 개헌을 하고, 지방선거 이후에 2단계 개헌을 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재명 대통령 재임 중에 반드시 개헌해야 합니다. 그래야 윤석열 대통령 같은 괴물 대통령의 재출현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대한민국도 살리고 이재명 대통령 자신도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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